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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의 수수께끼/모리스 고들리에/문학동네 …증여는 유력한 두 대리인(시장과 국가)에게 장악되었다. 시장(직업 시장, 재화와 서비스 시장)은 이해타산, 회계, 계산의 장이며, 국가는 법을 존중하고 법에 복종하는 비인격적 관계의 장이다.
—p. 18
모스는 분명히 왜 어떤 사회에서는 “증여가 경제와 도덕을 지배하게 되는지”를 자문했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몇몇 조건이 충족될 때 그런 사회가 출현한다는 것이었다. 그 조건이란 천째, 사회의 기틀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는 데 인격적 관계가 중요한 역할, 아니 오히려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는 이것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보았다. 인격적 관계가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기 자신을, 자신들의 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있어 온갖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개인 및 집단이, 겉으로는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는 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는 증여의 이해관계는 결국 증여가 가진 한 가지 근본적인 성격에 기반하고 있다. 그것은 이들 사회에서 증여할 의무를 만드는 것은 증여가 의무를 만들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p. 32
여기서 문제는 레비스트로스와 라캉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그들 연구에 깔려 있는 이론적 전제, 즉 ‘상상적인 것을 지배하는 것은 상징적인 것이라는 점’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이다.
…인간의 사회적 존재와 그 사회적 실재를 구성하기 위해 결합되는 세 차원(상상적인 것, 상징적인 것, 실재적인 것)의 세 가지 기능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상징적인 것이 상상적인것보다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것과 그 반대를 가정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현실에 적합한 표상을 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49~50
…사회는 단지 양도 가능한 것과 양도 불가능한 것이라는 두 영역을 단순히 병치시킨 것도 합산한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사회는 두 영역의 결합, 상호 의존뿐 아니라 양자의 차이, 상대적 자율성에 의해 발생하고 존속된다. 따라서 사회는 증여하면서 보존하기가 아니라 증여하기 위해 보존하기, 보존하기 위해 증여하기라는 공식으로 표명될 수 있다.
—p. 62~63
지금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친족 집단이 자신의 존속을 위해 타 집단에게 채무를 지면서 동시에 타 집단에게 채무를 지게 만드는 문화권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그러나 증여에 의해 만들어진 부채가 왜 동일한 답례에 의해서도 상쇄되거나 소멸되지 않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오늘날의 상품 관계 논리에 익숙한 사고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답은 간단하다. 답례가 부채를 소멸시킬 수 없는 것은, 증여된 ‘사물’이 그것을 증여한 사람과 정말로 분리된 것도 아니고 그에게서 완전히 떨어져나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물은 증여한 사람에 의해 진정으로 ‘양도’되지는 않은 채로 증여된다.
—p. 71~72
현대 사회에서도 동일한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역사의 어느 한 지점에서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또 그것을 필요로 하는 메커니즘인, 상품과 화폐의 자본으로의 변형과 그 반대로의 변형이 시작되고 나면, 상품과 화폐의 유통을 매우 장기간, 하물며 완전히 정지시키는 일은 이미 불가능해진다. 체계는 ‘스스로’ 자신을 재생산하게 된다. 화폐가 마치 스스로 유통하고, 상품과 자본을 생산하고, 그것이 다시 자본과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p. 111
경로의 양 끝에 있는 두 명의 참가자가 자신의 물건을 쿨라 경로에 진입시키면, 동시에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물건이 증여되는 동시에 간직되는 것이다. 간직되는 것은 물건의 소유권이며, 증여되는 것은 물건의 점유권이다. 그러므로 고리의 양 끝에서 두 가지 원리가 결합해 개입되는 반면, 그 사이에서는 두 원리가 분리되어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물건의 점유권은 중간에 존재하는 한 당사자로부터 다른 당사자로 이전된다.
―p.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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