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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Samarqand |샤히진다(Shohi-Zinda Yodgorligi)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7. 19. 18:26
육교를 가로질러 샤히진다 영묘 앞에 도착했다. 아프로시압 언덕에 자리한 이 공간에는 이른바 ‘천국의 계단’이라는 계단길을 시작으로 순교자와 티무르 왕조의 영묘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예배 중이던 성인 쿠샨 이븐 압바스는 조로아스터 교인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이 무함마드의 사촌은 예배를 끝까지 마치고 자신의 잘린 목을 우물 속으로 던졌다는 전설이 깃든 성지(聖地)다.
봄에 올라오는 죽순처럼 빼곡하게 들어선 영묘에선 죽음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샤히진다(شاه زنده), 살아 있는 왕이 있는 공간이다. 오르는 계단의 왼편으로 널리 펼쳐진 일반인 공동묘지에서 죽음의 표식(標識)을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죽음마저도 이글이글 내리쬐는 볕 아래 죽음도 아니고 삶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듯하다.
저 멀리 구릉 위로, 뒤이어 가게 될 비비하눔 사원이 보인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아미앵을 여행할 당시, 수상정원(Les Hortillonnages)에서 보면 간담이 서늘할 만큼 지평선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던 대성당이 떠오른다. 우리 인간은 왜 저토록 거대한 것을 쌓아올렸어야 했던 것일까.
그나저나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마지막 날, 나는 제대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민트 빛깔, 에메랄드 빛깔, 터키옥 빛깔에 이르는 알록달록한 영묘(mausoleum)를 드나드는 동안에도 이 공간이 누구를 기리는 것이며 저 공간이 누구를 기리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내심 아무런 관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이런저런 아라베스크 문양을 감흥없이 기계적으로 사진에 담을 뿐이다.
이곳은 더 이상 경의(敬意)를 표하거나 신앙(信仰)을 찾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지를 탐닉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이 곳을 구경거리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어 보였다. 헌데 그런 ‘바라봄’이라면 나는 그것들을 왜 바라봐야 했던 것일까. 무언가에 간절하지도, 생(生)의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일념(一念)을 품은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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