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통과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작'이라는 허들과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고작해야 이거였나? 이게 내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절망 어린 축소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때 고개를 드는 것이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진짜 인생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 한 조각조차 없다면 현재는 과거에서 넘어 온 의무를 해치우는 부역으로 전락하고 만다. —p.50(<겨울 정원>)
행성만한 컴퓨터라 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도출해내기는 어렵다. 단어조차도 분석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후회'는 생각인지 감정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런 모호함이 그에게는 좌절을 안겨주었다. —p.77 (<새로운 남편>)
"저는 꿈이란 현실과 겹쳐 있되 현실은 아닌 것이라 고 생각해요. 우리 눈에는 꿈이 잘 보이지 않아요. 봐도 잘 모르고요. 보이지 않는 꿈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 저는 배웠어요." ..."아니오. 제게 그 사실을 가르친 분은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동네 사진관 주인이었죠. 그분은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건 꿈속의 등장인물들이 아니라 그 꿈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씀했죠.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이었답니다." —p.90~91 (<조금 뒤의 세계>)
모두가 끔찍하다고 말해도 끔찍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다른 걸 보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 하는 일이야. 이 현실에는 현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다른 것에 집중할 때, 너는 네 인생을 바꿀 수 있어. 그 다른 것이 바로 꿈이야. 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어. 알겠니? —p.105(<조금 뒤의 세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캄캄한 방이라고 가 정해볼까. 오랜 기간 방 안에서 지내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이 이제는 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도, 그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보면 벽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수많은 문이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 캄캄한 곳으로, 더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 그렇다고 접인이 모든 문을 열어주는 것 또한 아니지. 단 몇 개의 문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열어보게 할 뿐. —p.156(<사랑 접인(接人)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