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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 Off Your Brain, just for a moment일상/film 2016. 12. 12. 11:18
<톰마소/드라마/킴 로시 스튜어트/톰마소(킴 로시 스튜어트), 소니아(카밀라 디아나)/97>
다시 보니 포스터에 숨은 그림이 있었다;; 왜 저런 일러스트를 넣었는지는 영화를 보니 알 것 같다. 여성과의 만남에 집착하지만 곧 사소한 단점을 꼬투리 잡아 떠나버리는 "톰마소"의 이야기. "톰마소"는 여성편력이 화려하다기보다는 일종의 병적인 심리상태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본인의 망상과 욕망을 '절제'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의 연애패턴은 매우 '무절제'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하는 행동이나 사고방식만 봐서는 '어린이'인 이른바 "어른이"다.
심리치료사는 그에게 그의 안에 내재된 "어린이(Bambino)"를 발견하라고 요구한다. 그와 끝까지 밀당했던 소니아 역시 톰마소를 보고 "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고 조롱한다. 사실 가장 괴로워하는 건 "톰마소"이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해져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쓰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번번이 실패만 반복한다.
글쎄, "어른이"의 얘기다 보니 좀 지루하다 싶기도 했는데,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의 부분에 있어서는 흥미로운 점도 있다. 그래도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면 뭔가 남다른 얘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봤는데, 알쏭달쏭하다. 꿈은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리비도의 발현이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차용한 것인지 뭔지...
영화에는 그가 꿈을 꾸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꿈에서 그가 거부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대상이 지렁이나 지네 따위의 징그러운 '벌레'로 묘사된다. 가만 보면 톰마소는 성(性)에 대한 혐오감, 초조함, 불안함이 엄청나다. 그가 이런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가 영화의 결말에 대충 나온다. 집앞 마당의 나무에 커다랗게 둥지를 튼 '벌레집'을 제거하기 위해, 나무를 오르던 중 땅으로 떨어져 그는 의식을 잃는다.
무의식 상태에서 그는 어린 시절(Bambino)을 회상한다. 부모의 불화, 아버지의 부재 등등. 좁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해변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어린 시절 그 자신의 모습이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한 듯하다.
흠..."사랑" 운운하지만 상대방의 희생만 바라지 자신은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톰마소"..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씁쓸하기도 하고,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저런 일그러진 성격의 모자이크 조각이 잠재되어 있다면...? (그리고 아마도 누구나 자기 내면에 뒤틀려 있는 어떤 부분이 있을 텐데)하는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참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은 듯 다양하다는 생각도.. 뭐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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