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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건너뛴 박동일상/film 2016. 12. 25. 14:35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De battre mon cœur s'est arrêté)/드라마/자크 오디아르/토마스 세르(로망 뒤리스)/107>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어딘가 멋진 제목이라 생각하면서도 정확한 뜻이 뭘까 싶었다. 비유적인 표현인가 했는데, 캠브리지 사전을 찾아보니 '즐거운 상태, 또는 신경을 기울이는 상태'를 가리켜 'heart skips/misses a beat'이란 표현을 쓴다고 나온다. 이 영화는 1978년에 제작된 <핑거스>를 재해석하여 리메이크 한 프랑스영화로 2005년에 개봉하여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꽤 뒤늦게 개봉을 했다. 프랑스 영화에서 종횡무진중인 로망 뒤리스가 나온다길래 관심은 갔지만,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는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마침 비는 시간에 딱 이 영화가 상영중이길래 그냥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아버지가 어느날 아이가 되어 있었다"라는 첫 장면과 함께 출발하는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애증적인 관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토마스'라는 어느 젊은이가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 대한 기억이 다 나기는 하는데, 정작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내가 영화를 보고 있던 건지 잡념에 빠져 있던 건지 구분가지 않는다. 넋놓고 영화를 보면서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영화를 되돌이켜보면, 이 영화는 28세 젊은이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기보다 부자간의 관계가 전체 흐름에서 주를 이루는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꿈을 이루는데 실패했고, 꿈에서 멀어진 뒤 2년이 지난 영화의 극후반부에서 다시금 그를 '내적갈등'이라는 코너링에 몰아붙이는 건 그의 '꿈'이 아니라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극한의 분노'였으니 말이다.
그는 세상을 향해 분노의 주먹을 날려보지만 결국 수중(手中)에 남은 것은 없다.. 꿈을 접고 10년간 그가 한 일은 부동산업자로 철거민들을 내쫓고 건축허가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오히려 약자에게 휘두른 주먹은 그에게 적지않은 보상을 안겨주었지만, 꿈을 향한 애처로운 몸부림은 몸짓으로 끝났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도무지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그를 지켜보다 보면, 날개를 펼치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라라랜드>도 그렇고 피아노 치는 주인공들의 결말이 어째 좀 씁쓸하다. 다만 <라라랜드>에서 '셉'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반면, 이 영화에서 '토마스'는 사랑하는 이를 발견한 반면 피아니스트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는 부분이 묘하게 대비된다면 대비될 뿐.. 완벽한 성공스토리나 영웅담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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