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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쫌!!일상/film 2016. 12. 11. 19:35
<나, 다니엘 블레이크/드라마/켄 로치/다니엘(데이브 존스),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100>
I am not a client, a customer, nor a service user.
저는 고객, 손님, 이용자가 아닙니다.
I am not a shirker, a scrounger, a beggar nor a thief.
게으름뱅이, 걸인, 거지, 도둑이 아닙니다.
I am not a insurance number, nor a blip on a screen.
저는 보험등록번호, 컴퓨터화면의 처리신호가 아닙니다.
I paid my dues, never a penny short, and proud to do so.
저는 한 치의 모자람 없이 의무를 다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I don't tug the forelock but look my neighbour in the eye.
호의를 얻고자 굽실대지 않았으며, 주위의 이웃을 도왔습니다.
I don't accept or seek charity.
자선을 구하지도 받지도 않았습니다.
My name is Daniel Blake.
저의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I am a man, not a dog.
저는 인간입니다. 개가 아닙니다.
As such, I demand my rights.
고로, 저는 저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I demand you treat me with respect.
당신이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랍니다.
I, Daniel Blake, am a citizen, nothing more, nothing less.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명의 시민이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켄 로치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이 <하층민들(Riff-Raff)>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마침 켄 로치 회고전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 프리덤>도 같이 봤다. 당시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무했기 때문에 <랜드 앤 프리덤>은 어려운 영화였다. 그렇지만 1980년대 영국사회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대처리즘(Thatcherism)의 폐부를 고발하는 <하층민들>은 무척 인상깊게 봤다.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감독을 2010년대가 되어서 알았고, 이후 그의 작품이 개봉될 때마다 꾸준히 챙겨보았다. 이 영화랑 꼭 비슷한 맥락의 영화가 프랑스 영화 중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으로 출연한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이다. 질병으로 인해 휴직계를 냈던 여주인공이 복직을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정말 말 그대로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그리다가 영화가 끝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영화는 주인공이 질병수당을 받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영화는 어둠 속에서 어느 한 통의 전화통화와 함께 시작한다. 질병수당을 신청하는 남성에게 직원은 질병과는 무관한 질문을 기계적으로 물어본다. 하다 못해 답답해진 남성이 항의해보지만 되돌아오는 건 여성의 무미건조한 답변 뿐.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여성은 정규직 직원도 아니고 파견근로자이다. 보건상담사라고는 하지만 의료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답답한 이들의 대화는 질병수당을 받기까지 남성이 겪어야 할 고초를 예고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캐슬'은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다. 뉴캐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브렉시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뉴캐슬 지역에서 EU 잔류표는 50.7%로 탈퇴표(49.3%)를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뉴캐슬은 당초 잔류표의 우위가 확실시 되었던 곳이다. 당시 EU 잔류를 낙관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보수당원들은 압도적 우위를 자신했던 잉글랜드 동북부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이번 트럼프의 당선을 이끈 오대호 일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와 같은 셈이다.
브렉시트가 기존 이민정책에 대한 반감, 또한 경제불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결과라는 분석은 이미 나온 바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서 있던 영국에서 시민, 그 가운데에서도 서민들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낙수효과"를 자신하며 기업의 세금을 줄이고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결과, 시민들의 평범했던 삶이 점점 비정상적으로 변질되어 간다.
얼마전 새로운 유형의 '보트피플'이라고 해서, 영국의 템즈 강변에 선박을 빌려 수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일반주택에서 살자니 임대료가 어마어마해서, 차라리 스페인에 집을 구하고 정기항공권을 끊어서 출퇴근하는 것을 선택한 런던의 어느 직장인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배 위에서 사는 직장인이 대소변 보관통을 하수구에 직접 흘려보내는 장면이었다. 배에 정화시설이 없어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게다가 배를 정박시켜 놓는 자리에도 임대료를 매겨서, 정기적으로 강의 다른 구역으로 배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보면서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시민을 위한 정책이 저렇게 반(反)시민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차마 믿고 싶지가 않았다. 영국의 현실이 어떤지 경험한 적은 없지만, 위 다큐멘터리를 떠올려보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하층민들>의 대처리즘,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신자유주의 모두, 그 각각의 작용이 현실에 닮은꼴로 나타난다고 느꼈다. '시장에 대한 맹신'은 부작용을 초래하며, 시장 영역과 비(非)시장 영역에 대한 도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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