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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니자무딘 역에서(Nizamuddin Station)여행/2017 북인도 2017. 2. 18. 23:06
아침의 니자무딘 역. 아침 7시도 안 됐는데 사람들로 붐빈다.
다시 4일차 아침의 일이다. 오늘 하루도 조용히 시작할 리 만무했다. 내가 파하르간즈에 숙소를 잡았을 때 기대했던 건, 무엇보다도 뉴델리 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내 아그라행 열차는 니자무딘 역에서 출발 예정이었다. 니자무딘이라면 무슬림이 모여 사는 어제의 그 음산한 동네였다. 파하르간즈에서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에, 릭샤 운전수와 흥정할 것을 생각하니 전날부터 골치가 아팠다. 바가지를 쓰는 것보다도 작심하고 엉뚱한 위치―예를 들면 대행사―에 내려놓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그 걱정이 컸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시간 낭비를 하는 게 아니라, 열차를 놓칠 터였다.
나는 한 가지 수를 썼다. 눈썹이 미간까지 이어진 문지기 아저씨한테 대신 흥정을 부탁했다. 이미 숙소 문너머에서는 한 릭샤 운전수가 체크아웃을 하는 나를 보며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흔쾌히 오케이 하고 먹잇감을 발견한듯 나를 쳐다보는 릭샤 운전수에게 다가간다. 생각보다 한참 실랑이가 오고 갔다. 결국 200루피에 낙찰! 숙소에서 니자무딘 역까지는 8km를 넘는 거리였기 때문에 이 정도면 바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벽 델리는 정말 추웠다. 릭샤 운전수는 내게 곡예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듯 위태롭게 운전을 했다. 희한하게도 안심이 되었던 게,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다치게 할 정도로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직까지 나는 인도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면(?)을 읽으려하고 있었다.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니자무딘 역의 승강장들
열차번호를 정확히 확인해두어야 플랫폼의 위치와 열차칸을 확인할 수 있다
니자무딘 역에 도착한 후에야 동이 트고 있었다
니자무딘은 새벽시간부터 붐볐다. 그렇지만 뉴 델리 역에 비하면 붐빈다고 할 수 없었다. 인파에 치일 일은 없었지만, 승차장을 찾는 게 문제였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열차를 타다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그때 어떤 남성이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플랫폼을 안내해주겠다며 나선다. 당연히 거절했다. 그렇지만 말과 달리 어느 순간 내 발걸음은 그를 따르고 있다.
영어로 인도의 열차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준다. 실제로 나는 그가 제대로 된 길로 나를 안내해 주고 있다는 걸 느꼈고, 최종적으로 그는 내게 올바른 장소로 데려다 줬다. 그렇지만 중간에 잠시 좌석등급을 올려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며 매표소로 다시 가자고 했는데, 그러고선 나를 데리고 가려는 방향이 전혀 엉뚱한 주택가였다. 그 대목에서 나는 완고히 '노'를 말했더니, 그제서야 나를 5번 플랫폼으로 안내하고는 사라진다. 결국 도움을 주는 척하며 자신의 몫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승강장에 진입대기 중인 열차
그런가 하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승강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내 옆 와서는 슬며시 앉는다. 일찍이 역 입구에서 마주쳤던 사람이다. 역 입구에서 뜬금없이 내게 아그라를 가느냐고 물었던 아저씨였다. 쓸데없는 흥정으로 이어질까봐 아예 깡그리 무시를 하고 그 아저씨를 지나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있는 5번 승차장의, 바로 내가 앉아 있는 벤치에 와서 내 옆에 앉다니 경계심이 발동했다.
또 다시 뜬금없이 본인이 아그라에서 신발 도매상을 한다고 소개했는데, 내가 아까 역 입구에서 마주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갑자기 황망하게 어느 열차에 올라탄다. 아그라행과 전혀 다른 방향의 열차다. 도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침부터 꺼림칙했다. 역 입구에서부터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생각을 채 정리할 새도 없이 내게 플랫폼을 안내하고 사라졌던 예의 아저씨가 불쑥 나타나더니 열차가 진입중이니 어서 타라고 한다. 사라진지 한참 되었던 이 사람 역시 다른 장소에서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침부터 혼란스럽다.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
열차가 출발시각보다 40여분 일찍 와서 다행이었다. 바람막이를 챙겨오지 않아서 아침날씨가 좀 춥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내가 탑승한 등급은 CC. 여행 전 여러 글들을 읽어봐도 열차 좌석명이 복잡해서, 표를 구매할 때 그냥 아무 등급으로 달라고 했다. 어차피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기 때문에, 불편한 좌석도 상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무궁화호보다 나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앞에 선반을 내릴 수 있는 게 좋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호다..) 그런데 아침식사까지 제공된다. 표를 구할 때 755루피였는데 여기에 아침이 포함됐을 리는 없을 것 같아서, 식사가 무료냐고 물으니까 무료란다. 못 믿겠어서 열차칸의 다른 좌석을 둘러보니 다들 아침 도시락을 받아서 먹고 있었다. 그제서야 안심하고 먹기는 했는데, 물가 개념에 혼란이 왔다.
철로 위를 마치 인도처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칸 마켓에서 한 끼 식사를 할 때에는, 세금이 붙은 뒤에 800루피가 넘어가거나 1,000루피를 넘은 경우도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200루피 이상을 줬다. 물론 칸 마켓에서 식사를 했던 곳들이나 스타벅스가 일반적인 음식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도에서 일반적으로 든든히 식사할 때 드는 비용이 300~500루피인 점을 감안할 때, 교통편 제공에 식사까지 제공되고 무엇보다 급행열차를 타는 데 755루피면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당장 오늘 니자무딘역으로 오는 데만 오토릭샤에 200루피를 지불했다. 가격이 예상될 수 있도록 정가제를 하면 편할 텐데, 워낙 흥정이 일반적이다보니 적정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델리를 벗어난 뒤 나타난 인도의 전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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