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4 / 아그라 시내로(Taj Ganj, Agra)여행/2017 북인도 2017. 2. 19. 19:55
아그라 칸트 역 도착!
이런 고민―인도의 적정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은 아그라역에 내려서 더욱 깊어졌다. 아그라는 뉴델리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라 그런지, 오토릭샤의 최초 흥정가가 델리의 반으로 내려갔다. 아그라역 앞은 이미 오토릭샤로 바다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수는 더욱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부르는 상황이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한 운전수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관광 중에는 아그라 칸트 역으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아그라발 잔시행 티켓을 먼저 구매했다.
인도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인도사람들의 눈만큼 총명해 보이는 눈을 본 적이 없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따로 있겠냐마는 나는 대개 상대가 선할 것을 기대했다. 내게 다가온 릭샤 운전수 역시 선한 인상이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가난으로 인한 고달픔이 깊이 베어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기도 전부터 내게 애걸하는 태도를 보이는 운전수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마치 돈 몇 푼으로 내가 유세를 부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괜히 민망했다.
타지 간즈까지 최대 100루피로 흥정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그의 제안―50루피―을 들었을 때 고민없이 릭샤에 올라탔다. 중간에 한 번 그의 형이 운전하는 릭샤로 옮겨탔다. 방금전까지 다른 릭샤는 안 보였던 것 같은데, 형의 릭샤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까. 맨 처음 나를 태운 동생 운전수가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것도 못 봤는데, 형이라는 작자는 어떻게 알고 뿅 나타난 것일까.
나중에 추측컨대, 형제간에 나름의 분업시스템을 세운 것 같았다. 동생은 유순하고 협상에 약하다. 그에 비해 형은 말주변이 좋고 수완이 있었다. 형이라는 사람은 릭샤에 시동을 걸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낡은 노트 한 권을 내게 건넨다. 노트 안에는 각국의 언어로 이 사람의 친절함에 감사를 표하는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릭샤에 잠시 몸을 실은 사람들이 어떻게 흔들리는 차 안에서 긴 글을 또박또박 적었을까. 이 형이라는 사람은 예전에 숙박업을 하다, 릭샤 운전수로 전직한 게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다시 경계심 발동.
아니나 다를까, 숙소가 위치한 타지 간즈에 도착하자, 자신의 계획에 따라 아그라 내의 관광지를 쭈욱 둘러보면 1000루피에 하루 일정을 다 책임지겠다는 제안을 한다. (대개 이만큼 최저가는 없다며 설득하지만 모두 상술이다) 터무니 없는 금액임에도 순간 솔깃했던 걸 보면, 나도 귀가 두꺼운 편은 못 되나 보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고 일단 릭샤 운전수를 숙소 밖에 대기시켜 놓았다. 그런데 체크인을 하는 장소까지 따라 들어와 떡하니 소파를 차지하고 앉는다. 나는 그의 귀가 열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숙소 주인에게 파테뿌르 시크리를 가는 방법과 전반적인 비용에 대해 물었다.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게 가장 최선이며 대략 80루피 정도가 예상된다고 숙소 주인은 말했다. 이제 1000루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임이 명명백백해졌다.
일단은 체크인을 완료해야 하니 주인이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방문의 자물쇠를 딴 뒤, 뒤이어 주인이 내게 말했다. 인도에서는 애당초 깔끔하게 거절하고 그 이상의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랬다. 숙소 주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손님이니 내게 선의로 대해야 한다. 한편 릭샤 운전수는 숙소 주인과 같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이 좁은 아그라에서 업계의 신용은 중요하다. 나는 릭샤 운전수가 바라보는 앞에서, 숙소 주인이 버스를 이용하라는 말을 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듦으로써 이 둘의 신뢰를 해친 셈이었다.
나도 그런 상황을 모른 바가 아니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 운전수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것인데, 예상치 못하게 운전수가 숙소 안까지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여지를 원천봉쇄하려고 나를 뒤따라 들어온 것이다. 이쯤되면 나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내가 숙소 주인에게 파테뿌리 시크리로 가는 길을 묻는 순간, 릭샤 운전수는 자신의 제안이 통하지 않을 거란 걸 직감한 것이 분명했다. 체크인을 끝내고 숙소를 나왔을 때, 릭샤 운전수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줄 다른 릭샤 운전수를 내게 소개했다. 풀이 죽어 있다. 어깨에는 힘이 빠져 있다. 정말 난감했다.
이드가 버스 정류소
파테뿌르 시크리 행 버스가 어떤건지 몰라서 근처에 쉬고 있는 버스기사 아저씨들을 붙잡고 '파테뿌르 시크리'라고 계속 묻고 다녔더니
마침내 '파테뿌르 시크리 행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도 주전부리며 신문을 파는 상인들이 계속 오르내린다
'여행 > 2017 북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4 / 아름다웠던 판치 마할(Panch Mahal, Fatehpur Sikri) (0) 2017.02.20 DAY 4 / 파테뿌르 시크리(Jama Masjid, Fatehpur Sikri) (0) 2017.02.20 DAY 4 / 니자무딘 역에서(Nizamuddin Station) (0) 2017.02.18 DAY 4 / 버스 위에서(On the Bus) (0) 2017.02.18 DAY 3 / 다시 한 번 칸 마켓(See you again, Khan Market:)) (0) 201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