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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아름다웠던 판치 마할(Panch Mahal, Fatehpur Sikri)여행/2017 북인도 2017. 2. 20. 17:55
이날이 인도여행 중 가장 날씨가 쾌청했던 날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궁전지역의 초입부분
첫 번째 사진과 이 사진의 오른편에 등장하는 건물이 '마리암 우즈 자마니의 집(Mariam-us-Zamani House)'이다
마리암 우즈 자마니는 악바르 대제의 부인이자 황후였다
루트의 후반부에서 다시 보게 되겠지만 가장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판치 마할(Panch Mahal)이다
궁전에 입장한 순간부터 건물들의 스케일과 아름다움에 압도됐다..'ㅁ'
확대해서 한 컷
아무래도 이슬람 양식의 건축은 스페인에도 많이 남아 있다보니,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이 꽤 많이 보였다
공간과 공간을 구분짓는 담장도 감각적으로 지어놓았다
사원을 잘 둘러보기는 했지만, 그리고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기도 했지만, 정신 사납게 구는 사람이 많다보니 사원을 나오고서도 한참을 양말만 신은 채 걸어다녔다. 사원(자마 마스지드)에서 왕궁으로 이동하기까지 약간 거리가 있는데, 경황이 없어서 사원을 나온 뒤에도 계속 맨발로 걷고 있으니 현지인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신발을 신어도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비웃는 소리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맨발인 채로 왕궁 입구까지 걸어갔다.
마리암 우즈 자마니의 집 오른편으로 보였던 건물..
인도말은 들어도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홀려서 닥치는 대로 찍는 중...
아마 이게 황궁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닌가 싶다
유일! 하게 청록색 지붕을 갖고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저렇게 보여도 기와랑 다르다
뭐든 무럭무럭 자라나는 인도
생명력이 넘쳐나는 인도가 이렇게 가난에 시달린다는 게 여행 내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러나 저러나 파테뿌르 시크리의 판치 마할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제 후마윤의 묘를 보고 감탄하면서도, 내심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에 한 표를 더 던지고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정말 파테뿌르 시크리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발걸음을 딛는 곳곳마다 같은 건축물이 새로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건축물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자체로 행운이라고 느꼈다. 물론 그 안에서도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추근대는 현지인이 몇몇 있었지만, 적당히 피해가면서 건축물들을 구경했다.
초입에서 발견한 한 쌍의 꼬마 정자(??)
건물의 처마...
아무리 봐도 색이 오묘했는데 사암(沙岩)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구석진 곳에서 발견한 문
창문은 아니고 창고문인 듯...?
뭔가 도자기로 빚은 듯한 창살
네모난 구멍을 통해 바라본 궁전의 회랑
인도에서 엄청 많이 보였던 새
시간관리를 하면서 봐야지 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입이 떡떡 벌어져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러던 중 미친 녀석 하나를 만났으니, 초원의 지평선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성벽 가장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던 때였다. 성벽 바깥 쪽으로 바로 아래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그 쪽으로 현지 주민이 걸어오고 있었다. (파테뿌르 시크리 역사유적지는 마을과 바로 인접해 있다) 나를 발견한 주민이 내게 수신호를 보낸다. 내 카메라를 가리키더니 자신이 저수지에 뛰어드는 제스쳐를 취한다. 아무래도 본인이 입수하는 장면을 찍어달라는 것 같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디완-이-카스(Diwan-i-Khas)
'디완-이-카스'는 사적인 응접공간을 의미한다
디완-이-카스와 마주보고 있는 3층짜리 석조물
생각보다 천정의 높이가 낮은데, 옛날 사람들은 키가 작았던 모양이다..
디완-이-카스 앞에는 인공정원(Anup Talao)가 조성되어 있는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따로 사진을 싣진 않았다
인공정원 옆에서 다시 바라본 판치 마할
5층짜리 석조건물이다
사실 디완-이-카스가 유명한 건 바로 이 내부의 화려한 기둥 때문이다
서른 여섯 마리의 뱀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뱀은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동물이기 때문에 카주라호의 사원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악바르는 무슬림이었다
그만큼 악바르는 당대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종교적으로 포용적인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잠시 쉬는 것도 참 쉽지가 않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끊임없이 사인을 보내오길래 그냥 그가 서 있는 위치에서 대충 사진을 찍어주고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그를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윗옷을 벗어던진다. 계속 카메라로 주시하고 있으면 연못으로 돌진할 기세길래 나는 쉬고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계속 들이대보고 있을 걸 그랬다. 어디 정말 뛰어드는지 보게..
우리에게도 익숙한 석류 문양
오묘한 건물의 색감
여하간 악바르 대제는 인도통일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후일 증손자인 아우랑제브가 데칸 고원을 넘어 남인도의 보다 광대한 영토를 정복하기에 이른다
외관으로 보던대로 천장이 낮다
성벽 바로 너머로 파테뿌르 시크리의 지평선이 펼쳐진다
공원 바깥에도 유적의 잔해가 곳곳에 남아 있는데 사람이 사는 마을과 경계의 구분 없이 섞여 있다
욕심을 내서 히란 미나렛까지 갔다. 이곳은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입장료를 받는 공원 밖에 위치해 있을 만큼 외진 곳에 있다. 그런데 돌아버릴 정도로 현지인들이 달라붙는다. 심지어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꼬마가 계속 할로, 쟈빵 하면서 쫓아온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그랬더니 꼬마의 입에서 무슨 단어가 나왔는데, 의미를 몰라도 분명 심한 욕이었다. 우리말로 '염병'처럼 어감이 대단히 불쾌했다.
공원을 빠져나와 히란 미나렛을 보러 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
인기척이 거의 없는 길이었다..
히란 미나렛이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꽤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관리되지 않는 옛 성터는 지금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는 듯 했다
동네 주민들.. 사람들이 다들 패션감각이 있는 것 같다
누나를 졸졸 뒤따라가는 아이들
히란 미나렛을 보려고 마을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또 다른 장관이었다. 여기서도 꼬마아이들의 할로 행진은 이어진다. 그냥 풍경에만 집중했다. 적당히 둘러보고 되돌아가려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일까, 버스정류소로 가는 길이 좀 헷갈렸다. 정류소의 레스토랑 주인이 알려준 길을 따라서 입장했더니, 되돌아가는 길이 더 헷갈렸다. 어느덧 관광객도 보이지 않았다.
공원을 빠져나오기 전에 끝으로 둘러본 곳이 디완-이-암(Diwan-i-Aam)
디완-이-암은 왕이 공적인 업무를 집행하던 공간이다
이 때문에 론리 플래닛에서는 '디완-이-암'에서 출발해서 황후의 침소가 있는 마리암 우즈 자마니의 집 지점에서 관람을 끝내는 루트가
궁전을 이해하는 가장 논리적인 루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공무를 보는 건물이 궁전의 가장 개방된 공간에, 황후의 침소는 궁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사원을 둘러본 후 입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리암 우즈 자마니의 집에서부터 거꾸로 관람을 시작하게 마련이다
디완-이-암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본 판치 마할
되돌아가는 길을 가늠하고 있던 때, 갑자기 나이 스물쯤 되어 보이는 미친 녀석이 아예 대놓고 "Give me your money!!"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호의인 척 다가와서 루피를 달라고 엉뚱한 요구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직설법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뒤이어 나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보이는 것까지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도대체 왜 내가 이 사람들한테 이토록 형편없는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걸까.
다시 히란 미나렛으로 돌아와, 마을 어귀에 이르러서 올려다본 파테뿌르 시크리의 성벽이 한 눈에 보인다
파테뿌르 시크리 관람의 화룡점정을 찍었던 히란 미나렛
이로써 파테뿌르 시크리는 그야말로 샅샅이 둘러보았다
사람에 치여 극도로 피곤했지만, 분명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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