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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파테뿌르 시크리(Jama Masjid, Fatehpur Sikri)여행/2017 북인도 2017. 2. 20. 01:08
파테뿌르 시크리 시장 골목
현지인이 꼭 굳이 시장을 통해서 가야 파테뿌르 시크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반강제로 시장 진입
과일 가게
나는 아직도 열대과일 구분을 잘 못하겠다
뜨거운 오후 햇살을 피해 한적하게 쉬는 주민들
이곳 지명이 파테뿌르 시크리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사원과 궁전에 바로 면해 있다
운 좋게 곧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 안에서 바깥을 보면서도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계속 떠올랐다. 이방인을 대하는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방금 전에 겪은 일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외국인이 없으니 시선이란 시선이 다 내게 쏠렸다. 그나마 외국이인 보여도 단체관광이고, 나 같은 배낭여행은 열에 한 명 될까 말까다. 그러니 나를 타겟으로 삼는 호객행위가 더욱 극성이다.
길 같지도 않은 이 길을 지나니 사원의 입구가 정면으로 드러나긴 드러났다
천막 바로 옆에서는 무슨 잔치가 벌어진듯 흥이 넘치는 가요가 땅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인도에서 동물은 정말 흔한데, 그만큼 동물들의 기이한 행동도 자주 보게 된다
말만 들었지 염소가 종이 먹는 건 처음 봤다
여기가 바로 사원의 정문이다
델리의 자마 마스지드 못지 않게 위세가 대단하다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가 야심차게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지만 역병이 창궐하면서 파테뿌르 시크리의 영광은 14년(1571~1585) 천하로 막을 내린다
이후 다시 아그라로 수도를 복귀시키는데, 그 덕(?)에 파테뿌르 시크리의 원형이 상당히 잘 보존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무슬림이 모여 사는 소규모의 촌락에 불과하다
염소에 이어 노새들도 보이고...
파테뿌르 시크리 버스 정류소에서 내리니,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발빠르게 다가와 나를 반긴다. 파테뿌르 시크리 정류소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버스에서 내린 대다수의 사람이 가는 루트 말고, 파테뿌르 시크리의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라고 안내한다. 그러면서 본인이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니 안심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다만 단서를 하나 달아놓으며.. 아그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잠시 와서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음.
사원에 입장하기 전 바라본 파테뿌르 시크리의 전경
좀전에 지나쳐온 시장입구의 하얀 첨탑이 보인다
어수선한 시장을 지나 오른편으로 꺾어 경사를 한참 오르니 파테뿌리 시크리가 나타났다. 나중에 숙소 직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이 지역은 무슬림이 많은 지역이라 치안이 불안정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꼭 무슬림 거주지가 아니어도 정신 사나운 지역은 인도에 넘쳐났다..) 여하간 인도에 있으면서 넋을 놓고 바라봤던 건축물들은 거의 다 이슬람 건축물들이었다. 힌두사원이라고 하면 단연 카주라호를 빼놓을 수 없었는데, 고민고민하다 마지막에 카주라호를 행선지에서 빼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틀 후 예정에 없던 카주라호를 가게 되었으니, 이는 원래 예정했던 오르차 행을 포기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살림 치슈티의 묘(Tomb of Salim Chishti)
종교공간 안에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인물의 묘역을 조성한다는 게 우리 정서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이쪽 출구를 빠져나가면 파테뿌르 시크리의 궁전구역으로 연결된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파테뿌르 시크리는 휴식처 같은 곳이었다
자마 마스지드에 도착하니 사원 입구에서 웬 청년이 마치 신발을 보관해야 하는 것처럼 신발을 여기에 두라고 말한다. 분명 사원에 속한 직원이 아니었다. 사원에 입장하기 전에 신발을 벗는 게 상식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굳이 신발을 맡기고서 바가지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나는 신발끈을 풀어헤쳐 가방에 동여맨 뒤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원을 둘러보는 내내 흰 대리석 건물은 무슬림 신자들로 붐볐다
아마 자마 마스지드 입구에서 설왕설래했던 (이른바) 직원이 저기에 있을 터..
너무 붐비기도 하고 무슬림 신자 경험은 하즈랏 니자무딘 사원으로 충분했던 터라 외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숨돌릴 새 없이 또 다른 누군가가 옆에 착 달라붙는다. 자신은 신실한 무슬림이며 믿어도 될 만한 사람이고 이곳을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보다시피 여기에 혼자 다니는 사람은 없다. 다들 안내원을 한 명씩 대동하고 다닌다." 그의 설명은 대충 이러했다. 그렇지만 얘기인즉슨 나 같은 개인 여행객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뿐이지, 대강 사원 안을 둘러봐도 여행객을 수행하는 안내원 따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눈에 띄는 족족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서 따로 구경하는 여행객들 천지였다;;
이런 형태의 건축양식이 신선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슬람 양식의 아치는 언제 봐도 멋지다
아마도 내가 맨 처음 지나쳤던 정문(Buland Darwaza)
규모 면에서는 델리의 인디아 게이트를 능가한다고 한다
사원을 뒤로 하며
아예 눈길도 주는 게 아니었는데 생각하면서, 그냥 괜찮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자신을 못 믿는 것이냐며 이글이글 눈을 부라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이른바) 직원 왈 자기는 나에게 존중을 보여주었는데 나는 왜 자기에게 존중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기가 차서 그러는 당신은 왜 내가 혼자 둘러보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무시하냐고 되물었다. 사실 이게 좋은 화법은 아니다. 계속 말꼬리를 물고늘어질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아예 말문부터 트는 게 아니었는데 이미 상황이 꼬여 버렸다. 어쨌든 자신은 진정 신자이자 직원으로서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니, 정 의심스러우면 사원을 둘러보는 동안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란다. 그러고선 자기가 일하는 곳이라며 흰 대리석 건물을 가리켰던 것 같다. 당연히 가보지 않았다. 제발 그냥 좀 혼자 내버려뒀으면..
유적지가 마을 한복판에 있다보니 유적지에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마구 섞여 있다
되돌아보면 파테뿌르 시크리는 가장 이율배반적(?)인 곳이었다
관광지만 놓고 보면 가장 멋진 추억을 안겨주었던 곳이지만
동시에 무척 불쾌한 경험을 안고 간 곳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호객행위와 아이들의 동냥이 견디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나중에는 그냥 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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