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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자(他者)다일상/film 2017. 3. 11. 01:12
<아주 긴 변명/드라마/니시카와 미와/기누가사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 기누가사 나츠코(후카츠 에리), 오오미야 신페이(후지타 켄신)/124>
일본 영화 오랜만이다. 오늘은 꼭 영화 한 편을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마땅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다. 재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을 보려다가, 오늘따라 <아주 긴 변명>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 이걸로 낙점이다! 하고 별 생각없이 본 영화다. 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뭔 영화 제목이 이래? 하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영화였건만..
「人生は他者だ。」
영화의 명언이다. 기대 이상의 영화였다. 영화에 해석되기로는 "영화는 '타인'이다"라고 되어 있지만, 직역하면 "인생은 타자다"라는 뜻이 된다. 조금 느낌이 다르다. 그러니까 내 것 아닌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한달까.. 가끔은 나도 삶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철저히 유리(遊離)된 내 바깥의 것이라 느낄 때가 있다. 광인(狂人)처럼 수첩에 써내려가는 주인공 사치오를 보며, 잠시 머릿속에 띵동- 경종(警鍾)이 울렸던 것 같다.
영화 뒤에는 근처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봤다. 급작스럽게 연락을 한지라 별 기대를 안 했건만, 약속이 잡혔다. 얼굴을 마주하고 마지막으로 만난 날을 헤아려보니 꼬박 반 년이었다. '반 년.' 그사이 벌써 반 년이 흘러서 놀랐고, 반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의 대화도 어딘가 반 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그저 시간이 그만큼 흘러갔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듯했다. 달라지지 않은 건 신입생 시절의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들 뿐. 그런 얘기라면 얼마든지 들어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참, 이 영화야 말로 <파도가 지나간 자리> 이상으로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와 판박이다. 여하간 유난히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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