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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아포칼립스/브라이언 싱어/판타지/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레이븐 다크홀름(제니퍼 로렌스)/143>
<아랍>이라는 제목으로 묶기엔 아랍권으로 묶이기 이전의 고대 이집트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역시 마블'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굉장한 스케일 그리고 영상미를 통해 고대 이집트가 묘사된다. 성경에 언급된 대로 '아포칼립스'의 휘하로 네 명의 사도가 모이기까지의 전반부는 좀 지루한 감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기도 하고 마블 영화자체가 별 생각없이 보더라도 대체로 재미가 보장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아포칼립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장된 모습이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연기를 한 배우가 오스카 아이삭이었다니 도대체 분장을 어떻게 한 건지 속은 느낌이다;;
<천국의 경계/파레스 나아나/드라마/새미(로프티 애드벨리),사라(아니사 다우드)/83>
올해도 어김없이 아랍영화제에 다녀왔다.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깊이 있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랍과 관련된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시간이 되는 대로 영화티켓을 구하다 보니 가능한 시간대의 튀니지 영화를 보게 되었다.(작년에는 이라크전쟁의 폐해를 다룬 <바빌론의 모래>라는 영화를 봤었었다.) 기왕에 다른 영화도 더 보고 싶었지만 예매는 이미 다 끝났고 남은 티켓을 선착순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지라 영화 한 편을 본 것도 다행이었다.
<천국의 경계>는 튀니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인데, 애당초 '튀니지'라고 할 때 딱 떠오르는 것은 '아랍의 봄'에 불을 지핀 국가라는 점, 휴양도시 튀니스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새로웠던 사실은, 튀니지에 프랑스문화의 영향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직접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극중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새미와 사라 가운데, 아내인 사라는 '프랑스적 교육을 받은 엘리트/부르주아'로 남편인 새미는 '튀니지 고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서민'으로 묘사되는데, 가끔씩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실생활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 안에서 'merci', 'halo' 같이 프랑스어로 된 간단한 일상적 표현도 자주 나온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등 연방국가와의 관계를 나름 잘 정돈한 영국과 달리 프랑스의 식민지 관리는 허술한 면이 많기는 했어도, 분명 식민국가에 끼친 문화적 영향력이 지대했던 모양이다.
뭔가 프랑스 축구선수 가운데 알제리나 서아프리카에서 온 익숙한 선수는 여럿 있어도, '튀니지'로는 떠오르는 게 없기도 하고...평소 딱히 프랑스와 튀니지는 연결고리를 짓지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그 나라의 풍경이 좀 다르게 보였다.
엉뚱한 주제로 샜지만, 영화 자체는 '상실에 대한 수용'을 다루고 있다. 조금은 이야기의 전개가 단조롭고 뻔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개봉할 일이 없는 아예 색다른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