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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fragile일상/film 2016. 6. 19. 00:43
<본 투 비 블루/로버트 뷔드로/드라마/쳇 베이커(에단 호크), 제인/일레인(카르멘 에조고)/97>
<블루>라는 색이 주는 느낌이 미묘해서 그런지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는 것 같다.
떠오르는 것만 해도 <가장 따뜻한 색:블루(원제:La vie d'Adele)>, <블루 재스민>, 좀 다른 색이기는 하지만 <무드 인디고(원제:L'écume des jours)> 등등..영화마다 '파랑'이 주는 느낌이 조금씩 다른데, <가장 따뜻한 색:블루>에서 '파랑'은 "strange", <블루 재스민>은 "obsessed", <무드 인디고>는 "melancholy" 정도로 키워드를 붙여볼 수 있을 것 같다. 공통점은 한결같이 유쾌하고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같은 맥락에서 <본 투 비 블루>도 스러져간 예술가의 굴곡진 인생을 담고 있고 있다.
영화 자체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었고, 에단 호크가 나온다는 점에서 무의식중에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실제로도 좋았다. 에단 호크의 연기도 좋았고, 예술을 완성할 것인가/사랑을 지킬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도 잘 묘사되었다.
그런데 쳇 베이커의 옛 사진을 찾아보니 에단 호크와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감독은 이런 점도 염두에 두고 캐스팅했을까.
<500일의 썸머/마크 웹/로맨스/톰(조셉 고든 레빗), 썸머(주이 디샤넬)/95>
공상과학 영화도 아닌 연인간의 '사랑' 이야기에서 실험적인 연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옛 연인에 대한 기억의 편집과 조작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때때로 화면속 인물들의 얼굴을 일부러 짓뭉개거나 주변 사물을 거대하게 만든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는 터무니 없을 만큼 과장된 주인공의 머릿속 상상과 평범한 현실의 교차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드러낸다.
<500일의 썸머>는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 '썸머'—극중 여자사람친구—와 함께한 500일간의 기록인데 시간의 흐름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이하다. '첫 만남'이 강조되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 달리, <500일의 썸머>는 두 주인공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 300일째의 기록을 먼저 풀어놓기 때문에, 관객들은 300일 이전까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300일 이후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처음부터 궁금증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된다. 이후에도 종잡을 수 없이 시점을 옮기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또 한 가지, 과감하게도 영화 곳곳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등장한다. 날짜를 옮겨갈 때마다 책갈피처럼 등장하는 챕터의 첫 표지나, 도시의 스케치, 그리고 파랑새 등등. 애니메이션 자체가 아무래도 사진이나 영화에 비해 주는 느낌이 다른데, 영화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