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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德周寺)여행/2017 늦봄 제천-원주 2017. 5. 8. 22:58
J가 한국을 찾았다. 1년 넘게 한국을 여행했던 J가 다시 한국을 찾은 까닭이 있단다. 아직 오르지 못해본 산이 있다나.
나는 구직활동에 한창 여념이 없던 시기였다. 함께 등산할 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의 취업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J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역지사지 해보면 J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마음처럼 놀러 가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하간 가까스로 1박 1일 일정을 잡았다. 전날 충주에 미리 내려가 있을 것, 아침에 시내버스를 타고 덕주사 또는 신륵사로 향할 것 등등을 정했다.
J는 월악산과 치악산을 제외하곤 모든 국립공원을 들렀다고 했다. 월악산이라면 익히 들어온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월악산이 어디에 위치한 산인지조차 몰랐다. J가 하루 시간을 내어 충주에 다녀오지 않겠냐고 물어왔을 때에야, 월악산이 충북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덕주사를 지날 즈음에야 월악산이 충주보다는 제천에 더 많이 걸쳐있는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큰산 '악(嶽)' 자가 들어가는 산은 거칠기도 하고 그만큼 명산이라 했던가. 다행스럽게 마애불까지 멀지 않은 거리는 쉬운 길이었다. (고통의 길은 덕주사 이후에 본격 시작되었으니...;;;)
늦은 산행이었다.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산행을 시작한 시각은 거의 열 두시가 다 된 때였다. 수안보행 버스를 잘못 탔다가, 송계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타면서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 예전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에 갔을 때 외곽을 다니는 버스가 무척 드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시내버스가 그보다 더 귀했다. 신륵사에서부터 오르고 싶다면 충주발~신륵사행 버스가 하루에 단 세 대 뿐이었다. 그마저도 시간대가 불친절해서 새벽 5시 55분 다음차가 11시대에 있었다. 요컨대 우리처럼 대중교통으로 월악산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확인했던 정보는 날씨,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미세먼지였다. 앱으로 봤을 때 미세먼지는 보통수준으로 확인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미세먼지가 극악무도하게 낀 날씨였다. 나는 공기에 둔감한 편인데도 미세먼지가 "정말" 심각하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충주호가 통째로 증발해 보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J는 오르는 내내 투덜대며 낙심한 듯했다. (월악산에 다시 와야겠다고까지 했다) 나 역시 좀 아쉽기는 했지만, 워낙 미세먼지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멀리 보이는 풍경보다는 지근거리의 풀과 꽃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산길을 한걸음씩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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