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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중국의 첫인상, 정닝루 야시장과 중산교(正宁路夜市&中山桥, 兰州)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2. 21:39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나려왔을 즈음, 간쑤성 일대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해발 1,400m에 자리잡은 란저우
이 땅에 이토록 산들이 빽빽히 자리잡고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상하이를 경유해 란저우로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 경.
여기도 여름인지라 저녁인데도 아직 하늘이 꽤 밝았다.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은 우중충했다. 인천발 상하이행 비행기가 연착되어 푸동 공항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녔던 걸 빼면, 오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란저우 중촨 공항에 착륙할 즈음,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 보였던 끝없는 누런 산들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한 보이는 산들은 컴퓨터로 그라데이션을 넣은 무생물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끝없이 출렁이는 능선의 리듬을 눈으로 좇다보니, 왜 이 곳에서 발원한 강을 황하라 부르는지 이해가 되었다.
공항에 내린 뒤,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넋놓고 바깥풍경을 바라봤다. 자연히 대만에서의 풍경과 비교하게 되었는데, 확실히 대만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우선 글자가 다르고, 건물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란저우가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딜 가도 공사판이었다. 그냥 공사판도 아니고 대규모 공사판이었는데, 개중에는 짓다 말고 방치된 골칫덩이 건물들도 꽤 보였다. 고속버스는 톈수이로 초입에서 한 번, 동광로 사거리에서 한 번, 끝으로 란저우 기차역에서 정차하는데, 나는 장예 행 기차를 예매할 요량으로 끝까지 자리에 남았다가 란저우 기차역에서 하차했다.
새우와 꽃게 등 다양한 재료로 안주거리를 만드는 가판대들...많은 시민들이 야시장에서 밤의 선선함을 즐기고 있었다
이건 아마 양고기인듯?
성수기는 아니라지만, 인도 여행에서 얻은 교훈에 따르면 미리 준비를 해서 나쁠 건 없었다. 문제는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창구 저 창구 전전하다 영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포기했다. 한자를 읽을 줄은 알겠는데, 이걸 말로 풀어내지를 못하니 정말 답답했다. 그래도 2년여간 교과서 수준의 중국어는 배웠었는데, 그것도 이미 고등학교 때의 일이라, 티켓을 예매할 수도 없는 극히 초보적인 단어들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중국의 거리는 인도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인도와는 다른 왁자함이 있다. 번화가는 인도로 다니는 사람보다 차도로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왜 그런가 하고 인도(人道)로 올라갔더니 어렵지 않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도는 온갖 가판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도무지 두 사람이 마주보고 걸어갈 공간조차 없었다. 그래도 신호등은 매우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이것도 지키는 사람 반 어기는 사람 반이었다.
야시장의 어디를 가도 눈에 가장 흔히 띄는 게 양고기다
야크유에 설탕, 계란, 각종 향신료를 넣어서 만드는데, 율무차의 좀 더 달달한 버전 같았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히잡을 두르는데, 모양도 장식적이고 갑갑할 정도로 얼굴을 가리거나 하지 않는다
기차역에서 택시를 잡고 정닝루 야시장으로 향했다. 이곳 야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슬림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양고기로 만든 유제품, 안주, 음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타끼야―무슬림 남성이 머리에 쓰는 흰 빵모자―를 쓴 남자들과 베일로 얼굴을 가볍게 가린 여성들이 눈에 띈다. 더 색다른 점은 이들의 얼굴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슬람을 믿는 동아시아인인 것이다.
기내식으로 이미 세 끼는 다 해결된 상태였지만, 현지의 음식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야크젖으로 만든 유제품 하나와 팩에 든 과일을 샀다. 어느 상점이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한 인상이 딱히 좋지는 않았다.
인형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는 강아지를 저런 식으로 팔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인형 집어올리듯 꺼내봤다가 박스 안에 구겨넣고...좀 충격이었다
그 길을 그대로 따라서 500미터쯤 걸으면 중산교가 눈에 들어온다. 황하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다리라고 한다. 낮에 보면 강물이 더 누럴 테지만, 밤에 보아도 충분히 누랬다. 상류치고는 유속도 굉장히 빨랐다.
눈에 들어온 중산교
사진으로 봐왔던 풍경은 황하가 흐르는 낮풍경뿐이었는데, 내가 처음 마주한 중산교는 야경이었다
상류라 그런지는 몰라도 물이 엄청 세차게도 흐른다
중국사람들은 세상이 자기들 나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던데, 중국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했다. 첫 인상은 인도사람들보다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말투가 너무 우악스러웠고,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일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면, 중국사람들은 상대가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관한 것 자체에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또한 편견으로 드러났다. 강변에 위치한 유스호스텔로 가는 길에 '시워'와 '탕나나'라는 두 중국여성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지도상으로 숙소에 다 도착한 상태에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숙소에 대신 전화도 해주고 바이두 지도로 다시 한 번 위치도 확인해주고, 이 둘에게몇 번을 셰셰(谢谢)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무슬림의 스웩이 넘쳐나는 <신밧드 유스호스텔>. (이후 총 6박의 일정에서 3박을 이 곳에서 묵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숙소를 지키는 청년은 무슬림이었고, 숙소 역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음날 샤허(夏河)를 갈 예정이라고 하니, 어느 역으로 향해야 하는지, 역까지 어떤 버스(公交)를 타야하는지, 소요시간은 얼마로 예상되는지 메모를 써가며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1907년 독일인에 의해 지어진 중산교는 황하에 놓인 최초의 철교이다
예전에는 차량들이 오가는 다리였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쓰이고 있다
밤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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