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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티베트인처럼 걷기(སྐོར་ར, 夏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3. 02:55
여름철 대형 탕카―탱화의 일종―를 걸어두는 언덕배기 근처에 올라가면
라브랑 사원 일대를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
좀 더 확대하면 앞서 타지의 안내를 받았던 사원의 중심지가 보인다
론리 플래닛에 따르면 티베트인, 무슬림, 한족 거주구역이 나뉘어 있던데,
이에 따르면 여기는 티베트 거주지역이다(샤허는 티베트인의 거주비율이 가장 높다)
듬성듬성 잡목도 있지만 보다시피 민둥산에 에워싸인 작은 도시이다
좀처럼 눈여겨보지 않았던 서쪽 풍경
여기서는 아까부터 연방 뭔가를 태우는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와서 코라를 순례하러 가는 길
다시 라브랑 사원이다. 코라(Kora; སྐོར་ར)라는 것은 물레바퀴 형태의 성물을 돌리며 걷는 일종의 순례길을 말하는데, 사원의 바깥 테두리를 따라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따로 사원내에 입장할 필요는 없고 외곽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순례하듯 천천히 걷고 다시 시작지점으로 되돌아오면 순례가 마무리된다.
복도형태의 코라를 순례하기에 앞서 꼭 이런 사당같은 건물이 있다
마치 몸풀기 하듯이 커―다란 코라가 몇 개 정렬되어 있다
언제 소낙비가 내렸나는듯 청명해진 하늘
담장 너머 풍경 #1
담장 너머 풍경 #2
담장 너머 풍경 #3
비가 오락가락 하는 구름낀 하늘이라 좋은 노을을 감상하기는 어려운 날씨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 틈에 끼여 코라를 돌리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로 한 편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티베트 불교가 생소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들의 종교적 삶이 참 투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본격적인 순례의 시작
천천히 돌아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산책로 같은 곳이다
나이 지긋한 노승들의 대화
담벼락 #1
담벼락 #2
담벼락 #3
담벼락 #4
담벼락 #5
코라를 한없이 돌리며 앞으로 걸어나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것 같다. 윤회설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코라는 실제로 종교적 훈련 차원에서도 기발한 도구인 것 같다. 이걸 계속 돌리면서 움직이다 보면 회전하는 물체에 시선을 뺏겨서 무아지경에 이르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티베트 사원에는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상징물들이 있는데 왼편으로 보이는 황금기둥이 그렇다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다
아름드리 나무를 담고 싶어서 한 장!
몽그스름한 능선이 요세미티의 엘카피탄 암벽을 닮았다고 하면 과장이려나ㅎㅎ
이어지는 순례의 길
크림슨색과 고동색을 뒤섞어 놓은 듯한 정육면체의 티벳 건축은 이국적인데,
재료로 섶을 꾹꾹 눌러서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코라길을 마치고 시내로 내려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할랄―참고로 한자로는 '靑眞'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 재미있었다―음식점으로 갔다. 독특한 점은 티베트 족이든 한족이든 구분없이 할랄 음식점에서 양고기 음식을 먹는다는 점이다. 그게 그냥 일상이라는 듯이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겁게 떠든다. 물론 중국도 지역에 따라서 위구르 지역은 최근 종교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로 다른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샤허라는 도시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코라를 따라 걸으며 들여다보는 사원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저 멀리 보이는 스투파가 코라 순례의 후반부 지점이었다
오방색깔의 깃발과 황금기와의 사원..한중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이다
양봉(養蜂)하는 곳처럼 생긴 이곳은 도대체 뭘 위한 공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순례길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 승려복 차림의 사람들, 누추한 차림의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다
티베트인 주거지역
저런 스투파는 오랫동한 고행을 한 승려들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완전 속세와는 고립된 전통마을인 것 같아도 마을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편 내 저녁 메뉴 선택은 과연 대실패였다. 나는 먹는 걸 고르는 안목이 없나보다. 그냥 그림에 나온 걸 주문했는데, 직원이 음식을 날라올 때 설마 저게 내가 주문한 건 아니길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닭볶음탕을 담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냄비를 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냄비가 내가 앉은 식탁 위에 올라오는 순간 식겁했다. 놀랄 틈도 없이 애처롭게 중국어도 못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첫째, 면(麵)―그냥 닭볶음탕처럼 양고기를 볶은 요리라 밥이든 면이든 필요했다―을 하나 주문하고 싶다는 점, 둘째, 이 양고기 요리를 어차피 혼자 못 먹을 것 같으니 다른 테이블에 나눠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첫 번째 요청은 받아들여졌지만, 두 번째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리 자체는 맛있었는데,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보니 꾸역꾸역 먹었다.
거의 끝 지점
웬 야크 한 마리가 익숙한 듯 순례길을 따라 걷길래 뒤에 목동이 따라붙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들 무관심하게 야크를 지나쳤다'~';;
순례길과 티베트인 여성
코라가 잘 회전하기 위해서는 회전축에 기름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기름칠을 했으면 기름의 검은 얼룩이 바닥까지 맞닿아 있다
지붕 위의 저런 형상은 우리나라 건축물에도 자주 발견되는데,
좋지 않은 기운을 물리치기 위함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단다
아마 이게 내 순례길의 마지막이었던듯?!
지붕위에 터를 잡은 민들레
앞에 미리 한 번씩 회전시켜주고 지나가면 돌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런가 하면 내 뒤의 순례자가 빠른 페이스로 내 뒤까지 바짝 따라오면 그냥 잠시 멈췄다 다시 돌리곤 했다
순례길을 나서며..
건너편 테이블에서 구글 번역기로 중국사람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나마 내가 당당히 할 수 있는 중국어 표현인 '워싀한궈런(我是韩国人)'을 하니 굉장히 재미있어 한다. 그리 넓지 않은 식당이었기 때문에 모든 테이블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타끼야를 쓴 아저씨들, 그리고 한쪽 아가씨들까지 나를 쳐다보면서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다함께 힘을 썼다. 참 웃픈 상황이었다. 과도한 포만감과 함께 샤허에서의 일정이 저물어갔다.
엇!! 너는...?!
중국음식이라곤 짜장면과 짬뽕밖에 모르던 내가..사진만 보고 무턱대고 메뉴를 주문했다가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ㅋㅋㅋ
저기 두꺼운 흰색 재료는 면이라 해야 할지 떡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쫀득쫀득해서 맛있었다
양고기도 좋고 다 좋았는데 절대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는 거.....
그래도 꾸역꾸역 3분의 2쯤 먹고 계산하려는데, 테이크아웃을 하겠냐는 주인의 말에 그냥 됐다고 하고 나왔다
누가 대신 먹을리는 절대 없을 것 같고, 아마 길에 다니는 (좀 전에 본 야크 같은) 동물들의 밥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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