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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숨겨진 보석, 빙링 사원(炳灵寺, 永靖县, 临夏)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3. 11:27
린샤 시내버스 1번 종점에서 내린 뒤, 승합차량으로 다시 이동해야 했다
가까스로 롄화 선착장 도착
보통 빙링사로 향하는 길은 류쟈샤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것을 권하는데,
류쟈샤 선착장에서 출발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롄화 선착장은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지 않았다
승합 택시에서 함께 내린 커플은 뿌연 풍경을 보더니 아예 딴 곳으로 가버렸다
손님이라고는 나 하나 뿐인 한산한 선착장
그래도 선착장 근처에 가판대가 몇 군데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그늘에서 쉬라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어느 무슬림 가족이 동행하기로 합의하고 보트에 탑승!!
이곳은 산이 다 이런 민둥산이다
산 위에 우두커니 자라나고 있는 한 그루 나무가 인상적이어서 찰칵!!
그런가 하면 강변에는 물소 떼들이...그리고 잠시 인도의 데자뷰
아침 일곱 시에 눈이 떴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자는 결심이 무색할 정도로 단잠을 잤다. 그래서 예정해 두었던 시각의 버스는 놓쳤지만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오늘 일정은 걱정부터 앞서는 일정이었다. 빙링사를 갈 생각이었는데, 동선이 정말 애매했다. 보통은 란저우에서 직행 버스를 탄 후 류쟈샤(刘家峡)에서 쾌속선으로 갈아타는데, 나는 샤허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란저우까지 갔다가 다시 쾌속선을 타기 위해 류쟈샤로 되돌아오는 건 시간낭비, 돈낭비, 에너지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턱없이 정보도 부족하고 막연하기는 해도 차라리 린샤(临夏)로 향했다. 린샤도 어쨌든 호수를 면하고 있는 지역이고, 롄화(莲花)라는 소규모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나 소규모이면 변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여하간 린샤는 유서깊은 유적이 많지는 않지만, 상당히 큰 도시다. 그리고 후이족 자치구의 중심답게 히잡을 두른 여성들과 타끼야를 쓴 남성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빙링사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낮 열두시를 넘긴 시각이라 햇빛이 너무 부셨다
보통 이 병풍 같은 산을 보기 위해 빙링사를 찾는다는데,
나는 빙링사 자체도 굉장히 추천한다
다만 이곳까지 들어오기가 어렵다보니 아예 일정에서 제외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했다
빙링사 입구!
입장료 40위안
이곳 간쑤성에서 좋았던 것은 어딜가나 버드나무가 한들한들 바람결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빙링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암석
바르셀로나에서 들렀던 몬세라트만큼 멋진 산이었다
린샤에서 내린 후 매표소의 직원에게 롄화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터미널 앞 버스정류소에서 1번 버스를 타란다. 생각보다 놀라운 점은, 중국사람들이 우악스러운 면이 있기는 해도 무척 친절하다는 점이다. 물론 도시―특히 란저우―의 경우 무심하거나 불친절한 경우도 많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내가 한국인인 것을 먼저 알아봐주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었다.
터미널 앞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끝인 줄 알았는데, 종점에서 웬 승합 택시로 갈아타야 한단다. 승합택시를 타면 끝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승합택시로 갈아타야 했다. 나름 영업 구역이 나뉘어서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롄화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선착장을 찾은 관광객이 나 혼자뿐이었으니...참 막막한 노릇이었다.
관람로를 따라 얼마 걷지 않으면 이내 노군동(老君洞)이라는 절벽위의 암자가 나온다
올라가서 바라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다리가 좀 아프더라도 걸어올라가 보길 권한다
노군동에서 내려다본 빙링사의 첫 번째 다리
빙링사 안쪽으로는 협곡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옛날 서유기 속의 삼장법사와 일행들이 이런 협곡 사이를 여행했을까 하고 떠올려보았다
앞서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라봤던 풍경
선주(船主)와 얘기를 나눠보니, 혼자서 보트를 대절하려면 400위안을 지불해야 한단다. 맙소사. 절대 지불하고 싶지 않은 금액이었다. 나는 일단 다른 관광객들이 차례로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관광객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선착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빙링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류쟈샤 저수지에서 가볍게 보트를 타러 온 사람들이었다.
이 와중에 구세주라 해야 할지, 굳이 빙링사를 들를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 이곳 벽지까지 찾아온 관광객을 위해 빙링사에 동행해주겠다는 무슬림 가족이 나타났다. 나중에 이름을 물어보니 '마시'라는 성을 지닌 일가족이었다.
다시 관람로로 내려와 걷다보니 멀리 거대한 미륵불상이 보인다
가는 길목에는 크고 작은 불상(Grottoes)들이 보인다
협곡 아래로는 나무들이 시원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산 자체가 구멍이 숭숭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석굴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인 것 같았다
확대해서 한 컷!
빙링사의 두 번째 다리
여기가 한 바퀴를 도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코 친절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다해서 다섯 명 일행을 이루었는데도 250위안을 달란다. 내가 이유를 물으니 갑자기 종이를 가져와서 간체자로 문장을 적기 시작한다. 내가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한자는 이해할 거라 생각했던 것일까. 사실 말로 듣는 것보다 글로 읽으니 전달하는 내용이 더 이해가 되었다. 대충 글을 읽으니, 이 사람들(무슬림 가족)은 예정에 없던 곳을 시간을 할애해 가는 만큼 내가 더 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결국 250위안에 빙링사를 왕복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글씨로는 이해되는 내용이 말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참 기묘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빙링사에 도착해서 경치를 보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풍경이었다. 어떻게 저런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연신 카메라로 풍경을 찍으려 했지만 잘 담기지 않았다. 광각렌즈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ㅠ 1시쯤 빙링스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2시 15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최소 기원후 5세기부터 동굴 속 부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굴만 총 183개에 석상(石像)은 694개에 달하는데
매 불상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 옆에 제작시기가 표기되어 있다
많은 불상이 관광객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높은 기암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
야자수와 부처
실크로드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한족 국가들 뿐만 아니라 서아시아(아프가니스탄)의 영향을 받은 불상들도 다수 남아 있다
나무로 떠받치고 있는 석굴
부처님의 수염이 유달리 더부룩하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이라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거라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하루종일 이곳에 있으라 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암괴석과 버드나무 사이를 거닐며 불상들을 바라본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사람들도 거의 찾지 않는 무척 외진 곳이다 보니 서유기의 손오공이 된 느낌이었다;;ㅋㅋ 자꾸만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티베트인들이 정성들여 하나씩 만들었다는 크고 작은 불상들을 보고 있으니 이들의 신앙심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몇 안 되는 기회였지만 티베트인을 만나면서 느꼈던 인상은, 그들은 비굴하지 않고 늘 당당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독립된 국가를 세우지 못했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 하지만, 애당초 그들은 국가라는 관념에 대해 아예 다른 차원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여하간 쌍커 초원을 걸었을 때에 느꼈던 것처럼, 티베트인들이 거처로 삼고 살아가는 이 지역을 보고 있자면, 왜 그들이 한없이 자연 앞에 겸손하고 삶의 유한함에 순응하는지 이해될 것 같았다.
원래는 저 두 번째 다리를 건넌 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는데
'Upper Temple'이라고 사원 내부 보다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샛길이 눈에 띄었다
뒤돌아 보니 초입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쌍둥이 바위가 보인다
이 불상의 높이가 27m라고 하니, 둔황 막고굴에 위치한 두 번째로 큰 불상에 맞먹는 크기다
관광객이 정말 많지가 않았다
그나마도 거의 현지인들...딱 한 번 백인을 봤을 뿐이었다
길도 아닌 듯한 관람로로 점점 들어가는 중
사실 여기는 진입금지된 장소였는데 들어갔다...
Upper Temple이라고 해서 뭔가 더 볼거리가 있나보다 해서 들어갔는데 갑자기 철문으로 막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평소 개방되는 곳이기는 한지 바로 앞에 안내문이 있다(한국어로도 안내문이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거대한 두 개의 봉우리 사이로 마치 선(線)처럼 들여다보이는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빙링사 관람을 마치고―기어이 마지막에는 시간에 쫓겨서 뛰어다녔다―다시 롄화 선착장에 되돌아 왔을 때가 3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다. 약속했던 대로 250위안을 건네긴 했는데, 영 찝찝했다. 롄화에서 빙링사까지의 거리는 류쟈샤에서 빙링사까지의 거리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되는데, 류쟈샤에서 출발하는 배보다 더 비싼 값을 받다니.....이건 독점의 폐해다.
게다가 배에서 내린 후에는 또 다른 협상이 시작되었다. 무슬림 가족이 마침 류쟈샤로 가는 길인데 동행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원래 내 계획은 롄화에서 빙링사를 간 후에 배를 타고 류쟈샤에 돌아와서 란저우로 가는 것이었다. 롄화는 린샤에서 가깝고, 류쟈샤는 란저우에서 더 가깝다보니 빙링사에서 나올 때는 류쟈샤로 항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었다. 호의를 보여주는 대신에 100위안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뭐 택시를 타도 그 정도 이상 가격은 나오니 가격이야 그렇다 쳐도, 어차피 빙링사에서 반나절 동행한 일행인데 그냥 무료로 히치하이킹을 해주었으면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과욕일까. 롄화 선착장이라는 벽지(僻地)에서 내가 가진 선택지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조건을 승낙했다.
되돌아오는 길에는 가장 먼저 들렀던 노군동이 들어왔다
저렇게 높은 암벽 위에 자리잡고 있던 것이었다
햇빛의 강렬함이 어느 정도 수그러지자, 아까보다 더 명확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에 발견한 와불상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발걸음을 떼기가 아쉬워서 계속 사진을 남겼다
류쟈샤 저수지를 가로질러 빙링사로 진입하는 또 다른 보트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마실 것을 사라며 호객하는 아주머니..
보트에서 내릴 때부터 가게에 꼭 들르라 했던 아주머니였다
마침 목이 탔기 때문에 녹차를 하나 샀다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류쟈샤 호를 옆에 끼고 달리는 코스이다 보니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반면 한 가지 안 좋았던 점은 운전이 거칠었다는 것이었다. 중국사람들 대다수가 그런 것 같은데 애당초 중앙선 따위는 없다. 추월하고 싶으면 마음껏 추월한다.
또한 중국의 도로 위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점은, 오래된 가옥들이 참 아기자기한데, 희한하게도 창문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처음에는는 도로변으로 창문을 내면 시끄러워서 도로를 등지고 창문을 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니 확실히 화각이 더 넓다..
너무 아쉬워서 노군동을 다시 한 번 올라갔다;;
이제 다시 보트로 출발!!
도로 중간에 중국음악을 틀으니 한껏 흥이 더했다. 구글 번역기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니 우베이(伍佰)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인지, 정말로 중국에서 인기있는 가수인지는 찾아봐야 할 일이다. 신통치 않은 커뮤니케이션이었지만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동안 종착지인 류쟈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동생 시마가 란저우행 버스까지 직접 안내해줬다. 다행스럽게도 곧장 란저우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그렇게 란저우로 몸을 실었을 때가 4시 10분 경이었다. 빙링사에 들르기 위한 교통편에만 350위안을 들인 것이 아직까지도 못내 아까웠다.
왼편으로 류쟈샤 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중
이 무슬림 가족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엄청 신나서 떠든다
중국어도 아닌데다 뭉개는 발음도 엄청 많아서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마침 이들 일행도 류쟈샤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롄화 선착장으로부터는 약 70km 거리였다
100위안이면 사실 비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교통이 불편하기는 엄청 불편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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