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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해발 2,920m에서 초원을 만나다(桑科草原, 夏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3. 01:30
택시에서 내렸을 때 보인 쌍커 초원의 풍경
티베트 특유의 오방색깔 깃발이 펄럭인다
저 멀리 몽골의 게르(Ger; Yurt)처럼 생긴 집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7~8월이 축제기간인 만큼 마을이 한창 단장 중이었다
티벳에 오면 으레 보이는 다르촉 또는 룽타(风马)라고도 하는 고깔 형태의 오색 깃발
쌍커초원에 왔는데 뭘 해야 하나 하다가 이 흰색 말을 타보기로 했다
뒤에서 말을 몰아주신 아저씨
티베트인들은 말투도 시원시원하고 인상이 좋았다
이번에도 택시를 타고 쌍커초원으로 향했다. 란저우 자체도 이미 고도가 굉장히 높은 지역인데, 쌍커 초원은 해발 3천 미터 정도이다 보니, 택시가 앞으로 향할 수록 고막이 아팠다. 사실 택시를 타고 초원을 간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초원의 어느 몇 번지에서 내려달라고 할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택시기사는 중간에 멈춰서더니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하기 시작한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단어를 동원하고 구글 번역기까지 동원했으나 소통 실패. 가까스로 영어를 할 줄 아는 택시기사의 친구와 연락이 닿아 택시기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얘기했다. 택시를 대기시켜 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 택시가 멈춰선 이 자리에서 내리기로 했다.
쌍커초원 #1
쌍커초원 #2
쌍커초원 #3
쌍커초원 #4
택시를 보낸 후, 시멘트 포장이 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승마 간판이 눈에 띄었다. 원래 알기로는 천막을 치고 사는 티베트인들의 모습도 보고 문화체험도 하는 모양이던데,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흰 색 천막들은 한참 멀―리 보여서 걸어서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대신 승마체험이라도 해보자 하고 말을 탔다.
또다른 티벳 마을
샤허의 쌍커 초원보다는 랑무쓰의 초원이 훨씬 볼 만하다고 하는데,
랑무쓰를 들르면 아예 동선이 꼬여서 랑무쓰는 일정에서 과감히 빼버렸다
쌍커초원을 들른 것만으로 아쉬움은 없다
말에서 내린 뒤 B코스를 따라 한없이 걷는 중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이 길을 걸으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초원이 워낙 넓어서 경계가 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마을간의 경계가 존재한다
태어나서 말을 타는 게 처음이었다'ㅁ' 이것도 갖은 우여곡절 끝에 탈 수 있었는데, '앞에서 말을 끌어주는 것을 원하느냐' 아니면 '말주인이 뒤에 올라타 말을 몰아주는 것을 원하느냐' 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정말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마(馬 : 말)'와 '치마(騎馬 : 말을 타다)'라는 말 외에는 이들이 무슨 말을 이렇게 열심히 주고 받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얼굴이나 말투로 보건대 굉장히 진지하게 나를 납득시키려는 것 같았다. 여하간 조금 더 비싼 후자로 코스를 돌기로 했다. 재미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물론 안장 위에서 바라본 쌍커 초원의 풍경은 정말 멋있었다. 내가 탄 말은 암말이라 새끼가 있었는데, 망아지가 엄마말에서 안 떨어지려고 말타는 내내 내 뒤를 쫓아왔다.
수채화 같은 풍경
한지를 찢어놓은 듯한 구름이 인상적이다
티베트들이 품고 있는 넓은 아량과 종교적 혜안은
어쩌면 이런 광활한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돌아서 출발지점을 바라보니 꽤 먼길을 걸어왔다
언제쯤 갈림길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 길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앞으로 걸었다
쌍커 초원의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에, 말을 탄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승마코스로는 A코스가 있고 B코스가 있는데 방금 전 승마를 한 A코스 말고 B코스를 짧게나마 트레킹하기로 한 것이다. 경치가 너무 멋있었는데, 잠깐씩 머리가 지릿했다. 너무 높은 곳에 적응기간 없이 올라온 탓이다. 멀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야크와 양떼가 보이고, 구름을 벗삼은 민둥산들도 보였다. 이 높은 초원에 또 다른 산을 이루고 있는 저들 존재가 경이롭기만 했다.
출발 직전 찍어둔 지도
말을 탄 건 A코스였고, B코스를 따라 도보여행을 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쌍커초원
어떻게 땅이 저렇게 생겼을까
군데군데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아마도 이게 마을의 경계인 듯하다
산과 언덕, 들판, 그리고 들판을 한가로이 노니는 양떼들
도시의 수요를 충당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사육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양은 돼지나 소에 비해서는 사육방식이 비교적 자연적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무지 시내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아 걷는 속도를 늦췄다
되돌아가려니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왔다. 걷다보면 우회로가 나오겠거니 하고 걸었는데, 끝끝내 우회로는 나오지 않고 직선도로뿐이었다. 다행히 마주보고 달려오는 차가 보이길래 손을 흔들었다. 히치하이킹 시도, 성공이었다. 당연히 상황상 어디서 내려줄지가 대화의 소재인 게 분명한데, 나는 다시 한 번 귀머거리가 되었다-_- 티벳 억양까지 섞이니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가 갓난아기처럼 버벅이며 따라 발음하고만 있으려니까, 옆에 앉아 있던 운전자의 아내가 까르르 웃는다.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농가
결국 정지
같은 길을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바둑알처럼 초원을 수놓고 있는 양떼들
덕분에 쌍커초원 입구까지는 나왔는데, 코라를 걸으려면 다시 라브랑 사원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택시를 하나 잡을 수 있었다. 전날 확인해둔 비 예보가 틀리지는 않았다. 한 방울 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기한 점은 쌍커 초원과 라브랑 사원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간지점만 유달리 먹구름이 깔려 빗방울을 흩뿌렸다.
시원한 인상의 아저씨가 쌍커초원 읍내까지 바래다 주셨다
시야에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했더니 어두컴컴한 상점 안에서 웬 아기양이 걸어나왔다(귀욤.....'a'!!)
쌍커초원 읍내
택시가 보이는 곳까지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걸어야 했다
중국학생들은 저런 트레이닝 복장의 옷을 많이 입는가보다
다시 샤허로!!
여기는 한자뿐만 아니라 티베트어(인지 또는 우르두어인지??)가 무조건 함께 표기되어 있다
쌍커초원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문
이곳에도 티베트 사원이 있었다
옛날 중국의 동양화가들은 이런 산을 배경으로 해서 그린 건가?!
쌍커초원에 관광 온 외국인은 나 혼자뿐인듯 했고,
현지인조차도 관광차 들르는 곳은 아닌지 택시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택시를 한참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고...마침 멀리 말을 모는 사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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