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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간쑤(甘肃)가 좋다!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1. 00:18
여행을 다닐 수록 여행의 매력에 빠지는 건지, 그냥 간쑤성 자체가 매력 넘치는 곳인지, 지금껏 했던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여행이었다.
첫 중국 여행, 그 중에서도 간쑤성을 택한 건 순전히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 때문이었다.
물론 실크로드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시안이 자리한 산시성, 우루무치가 자리한 신장-위구르 자치구까지 들러야 하지만,
6박 7일이라는 한정된 일정상 간쑤성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이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을 통해 편견을 깰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이 없었다.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친절한 사람들, 정돈된 공공시설, 찬란한 문화유산을 접하면서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방언을 쓰는 간쑤성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중국의 고속열차는 시설이나 성능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황토색 흙을 지닌 이 땅은 위대한 유산을 가진 곳이었다.
물론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실크로드 지방에 머물렀기 때문일 수 있다.
간쑤성은 중국의 중심지와는 동떨어져 있고, 문화적, 인종적으로도 조금은 다르다.
일례로 크림슨색 승복을 입은 티베트인들, 히잡을 두른 무슬림들, 걸걸한 사투리를 쓰는 한족들이 한 식당에서 어우렁더우렁 식사하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문화적 다양성과 혼종성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모든 물자와 언어, 종교의 교역소였고, 그만큼 포용력이 있는 공간이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마주친 소중한 인연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행을 꼼꼼히 챙겨준 무슬림 청년, 중국인의 사고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준 싱가포르인 아줌마, 유창한 중국어로 둔황을 함께 했던 H까지.
과연 내가 이 모든 우연을 누려도 되는 것인지, 감사하다는 생각을 거듭하며 겸손해질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더불어 광활한 자연 앞에 다시 한 번 겸허해졌다.
서른 전에 모든 세계관을 갖춰야 한다는 어느 소설의 문구에 자극받아 실행에 옮긴 여행이었고,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모든 색깔과 소리가 흐려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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