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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작은 티벳, 그리고 라브랑 사원(拉卜楞寺, 夏河)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3. 00:05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크림슨색 의상의 티벳 승려들
가끔씩 승복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걸 보니, 기술의 손길이 이곳 마을 깊숙히 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코라(Kora)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라브랑 사원이 멀지 않았다
라브랑 사원 담벼락을 따라 걷는 노승(老僧)들
내가 묵은 장소는 버스터미널에서 채 1분 거리도 되지 않는 라브랑스 유스 호스텔
숙소 주인이 내가 한국인임을 대번에 알아보고는 오빠라고..;;
라브랑 사원으로 향하는 길에 길모퉁이 안쪽으로 눈에 띄지 않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가게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새콜달콤한 게 은근히 맛있었다
알람을 맞춰 둔 대로 여섯시에 깼다. 대충 짐을 꾸린 뒤―최대한 짐을 간소하게 챙겨왔다―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30대 즈음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싀러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한 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나눴다기보다는 그냥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던졌다고 하는 게 정확할 테지만... 중국에 오니 인도와 달리 적어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라브랑 사원의 담벼락
라브랑 사원은 1709년에 세워진 티베트 사원이다
드디어 라브랑 사원의 입구가 눈에 들어오고'~'
여기가 라브랑 사원의 중심이 되는 본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승려는 매일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라브랑 사원의 코라를 쭈욱 순례한다고 한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예상밖의 일정변경이 생기기 마련인데, 샤허행이 그랬다. 원래는 란저우에서 직행 고속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첫 차가 아침 8시 반이라는 것이었다. 분명 첫차가 7시 반이라 확인해두고 6시에 철썩같이 일어났는데 터미널에서 1시간 반을 넋놓고 대기해야 한다니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샤―란저우에서 샤허로 가는 중간에 자리잡은 도시―로 가는 버스는 7시에도 있었기 때문에, 먼저 린샤로 간 뒤 린샤에서 샤허행 버스로 갈아타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린샤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안내한 건물로 들어가니 불상이 좌우 양옆으로 가득하다
그 해에 가장 뛰어난 작품을 만든 학과의 작품이 가운데에 놓인다고 했는데,
'타지'가 속한 철학과의 불상이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그밖에 다른 학과에서 만든 작품
라브랑 사원에 속한 여섯 학과 가운데 약학과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티베트의 행사는 대부분 7~8월에 진행되는데,
그때에는 탕카 제작을 비롯해 훨씬 화려한 행사가 진행된다
일부 건물은 내부 촬영 자체가 금지되었는데,
매일 아침 승려들이 집합하는 장소는 규모가 엄청났다
달라이 라마가 이곳 라브랑 사원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법회를 지도할 때 달라이 라마가 앉았던 자리도 볼 수 있었다
타지가 소개해 준 불상들을 쭉 둘러보고 나오는 길
아마 여기가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인 것 같았다
타지가 말하는 일부 영어는 알아듣지 못했는데 일반적으로 개방되는 공간은 아닌 것 같았다
내부가 컸는데, 아마도 소화(消火)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듯한 공안(公安)과 함께 들어갔다
승려의 공적을 기려 세우는 스투파
라브랑 사원을 묵묵히 지니는 오래된 나무
타지와 헤어지고 나오는 길...
두 번째로 발생한 뜻밖의 일은 중국의 시외버스와 관련된 것이다. 알고 보니 린샤에서 샤허로 가는 버스는 고속버스가 아닌 시외버스였던 모양이다. 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린샤 시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인고 하니, 시내 중간에 경유지가 많았던데다 한 번 경유지에 정차하면 세월아 네월아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게다가 고속버스가 택배 역할도 분담하는 모양이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싣고 나중에 주문한 사람에게 배달하는 일까지 고속버스가 하고 있었다. 대도시가 아닌 이상, 운수업체에서 마진을 뽑으려고 최대한 승객을 많이 태우는 것도 이해는 못하는 게 아니었지만, 이 때문에 일정 자체에 어그러지니 답답했다. 인도에 샨티샨티가 있다면, 중국에는 만만디(慢慢地)가 있다고 했던가-_-
줌인 #1
줌인 #2
티베트인 마을과 봉긋 올라와 있는 스투파
줌인 #3
줌인 #4
줌인 #5
오후 2시 반이 다 되어 샤허에 도착했기 때문에, 샤허에서의 1박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날 동선을 고려해서 다시 린샤로 되돌아가 숙박할 생각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내려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에 체크인을 하는 일이었다. 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단출하게 길을 나서고 싶었다. 숙소의 주인이 대번에 한국인임을 알아봤다. 대체로 중국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한국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공땅(Gòngtáng Chörten) 스투파 입구에서 발견한 귀여운 꼬마
이 스투파는 별도 입장료를 내는데 들를 만한 가치가 있다
스투파 내부의 코라
티베트 식으로 머리를 땋아내린 여성
첨탑의 2층에 올라 바라본 바깥 풍경
일단 고민할 새 없이 짐만 내려놓고 곧장 숙소를 나섰다. 벌써 세 시 가까운 시각이었다. 곧장 라브랑 사원으로 가려다가, 아무래도 배가 고파서 가볍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뭔가 밥이 먹고 싶은데 대체로 면을 팔다 보니, 일단 면으로 떼웠다. 작은 티벳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만큼 크림슨 색상의 승복을 입은 승려들이 도시 이곳저곳에 보였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내린 아주머니들은 꼭 안데스의 인디오들은 연상시켰다.
내부에는 의식을 위한 각종 성물(聖物)들이 놓여 있다
타지가 사원에 비치된 초는 지혜였던가 영혼의 깊이를 의미한다고 했다
초입에 자리잡은 경전
타지에 따르면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를 모두 공부한다고 한다
사원입장료는 40위안이었다. 게다가 영어 안내사까지 따라붙었다. 젊은 승려의 이름은 '타지.' 줄곧 느끼는 거지만, 워낙 혼종적인 지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좀처럼 귀에 익지 않은 중국이름들이 많다. 설명을 듣자 하니 이 사원 자체가 승려들의 교육공간으로도 쓰이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총 여섯 개의 대학이 있는데, 본인 자신은 그 중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멋있어 보였다. 나이는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이었다. 원래는 간쑤 성과 접하고 있는 칭하이 성 출신이라는데, 영어는 왜 이렇게 잘 하냐니까 독학했단다. 뭔가 티벳인스러운 답변이었다. 혼자서 선문답(禪問答)하는 느낌의 이 친구는 한국에 기독교 인구가 많다는 사실조차 잘 알고 있었다.
스투파 맨 꼭대기에서 라브랑 사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승려들이 공부하는 학교
음...어떤 건물인지 모르겠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본당과 라브랑 사원 전경
가이드가 끝나고 거의 오후 다섯 시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 분명히 비 예보가 있었는데, 잠시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먹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쾌청한 날씨였다. 꼭 코라를 걷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상 쌍커 초원을 먼저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일몰 시각이 8시 넘어서이기 때문에, 쌍커를 천천히 둘러본 후 되돌아와도 코라를 둘러볼 시간 정도는 남겠다 싶었다.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이 귀염둥이 꼬마...
수완도 좋지..스투파를 나설 때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있었다ㅋㅋ
오체투지(五體投地)하는 신자들
샤허는 티베트말로 '쌍추(Sang-chu)'라고도 하는데 황하의 지류에 해당하는 강이 도시를 가로지른다
쌍커 초원으로 향하기 전,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공땅(Gòngtáng Chörten) 스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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