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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성도 식후경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7. 20:13
너무 돌아다니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지만, 확실히 인도요리보다는 중국요리가 맛있었다. 특히 간쑤성의 특성상 무슬림이 많다 보니 양고기 요리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할랄'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淸眞' 표기를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양고기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워낙 양고기가 흔하다 보니 실컷 먹고 왔다.
@ LÁNZHŌU
도착 첫날 정닝루 시장에서 사온 야크유(왼쪽)와 열대과일(오른쪽). 과일 팩은 중국돈으로 20위안(약 3,000원 이상)이었는데, 중국 물가 치고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체리, 망고, 멜론, 수박, 게다가 용과(Dragon Fruit)까지 저 가격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XIÀHÉ
라브랑 사원으로 향하기 전에 눈에 띄는 조그만 구멍 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내가 밥('飯:fān') 없냐고 물으니 밥 없다길래 가게를 나오려니까, 아줌마가 대신 면('麵:miàn)은 있다길래 먹었다. '식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중국어로 할 줄 몰라서 밥을 찾은 거였는데, 정말 글자 그대로 '밥'을 원하는 줄 아셨던 모양이다. 조리법은 엄청 간단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먹고 나서 아쉬워서 한 그릇 더 시키고 싶었던. 심지어 가격은 6위안.
@ XIÀHÉ
사실 유명 관광지까지 찾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여행책자에서 소개하는 맛집까지 찾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가게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가게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여하간 라브랑 사원의 코라 순례를 마친 뒤, 저녁을 먹은 곳이다. 사진이 나온 메뉴 가운데, 적당한 걸 고른 건데 혼자 먹을 분량의 요리가 아니었다-_-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주문 안 했을 텐데... 이것만 먹어서는 식사가 안 되니까 면을 추가 주문했더니, 진짜 떡하니 (국물도 뭐도 없는) 면만 나와서 한 번 더 당황했던 기억이.. 흰 모자를 쓴 밝은 표정의 무슬림 청년이 부산하게 일을 해서 기억에 남는데 가게명까지는 모르겠다...다른 가게들보다 손님이 많길래 들어갔는데 상가 맞은 편 골목에 있었다.
@ ZHĀNGYÈ
간쑤성 자체가 비스듬하게 늘여 놓은 것처럼 길다란 성이다. 위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둔황의 경우 꽤 높은데, 사막 근처의 내륙이라 그런지 엄청 덥고 건조하다. 그래서 장예에 도착하자마자 주문한 것이 냉면(冷麵)이다. 여기도 무슬림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면을 그릇에 얹고 몇 가지 재료를 쓱쓱 올리더니 뚝딱 요리가 해결됐다. 내가 생각한 냉면은 이게 아닌데..-_- 전혀 시원하지도 않고 뜨끈하지도 않은 찝찝한 이 음식은 무엇인가~ 위에 얹은 매콤한 소스는 아마도 멀지 않은 쓰촨 지방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J가 알려줬다).
@ ZHĀNGYÈ
중국도 쌀이 주식인 나라이지만, 혼자 식당을 가서 쌀요리를 먹기는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국밥, 비빔밥, 볶음밥 등등 혼자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쌀요리가 많지만 중국에서 쌀요리를 접하려면 여럿이 식당을 들르는 것이 좋다. 어쨌든 쌀요리가 먹고는 싶고 급한 대로 사진에 유일하게 나온 쌀요리를 주문했다. 양꼬치 몇 개와 함께... 양꼬치 맛있었다. 밥은 짜장밥에서 짜장소스가 빠진 그 계란 볶음밥이었는데 또 언제 쌀요리를 만날지 몰라서 배가 불러도 끝까지 먹었다'a'
@ LÁNZHŌU
바이타산을 내려온 뒤 우육면 집으로! 여기만큼은 위치가 눈에 띄어서 명확하게 가게 이름을 안다. 운봉(雲峰)우육면. 원래 여행책자에 소개된 다른 우육면 가게를 들르려다 이미 문을 닫은 시각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가장 눈에 띄는 이곳으로 향했다. 메뉴판은 위와 같다. 나는 68위안짜리 코스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요리. 간쑤성에는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후이(回)족, 둥샹(东乡)족, 위구르(裕固)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란저우에는 후이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이곳이 그곳 중 하나다. 간단한 야채절임과 삶은 소고기, 그리고 보리 같은 곡류를 발효시킨 음료가 나오는데, 음료는 식혜와 막걸리의 중간맛이 난다.
뒤이어 나온 국수.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일반 라면 같은 평범한 면이다.
식사가 적당한 때 나오질 않아서, 설마 첫 번째 그릇이 끝인가 했는데 두 번째로 나온 국수다. 면은 칼국수를 닮았다.
간쑤성 어딜 가든 흔히 마시는 차인데, 팔보차(八寶茶)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갖가지 말린 열매와 찻잎, 그리고 빙설탕이 들어간다. 빙설탕이 녹기까지는 꽤 오랜시간 우려내야 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은 식사 시작과 함께 나오지만 식사가 끝난 후에야 차를 음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맛이 베어난다.
@ DŪNHUÁNG
나보다 꽤 나이가 위였던 H와 동행하면서 급속히 식단 개선^~^ 순생이라는 칭다오 맥주라인은 처음이었는데, 마침 갈증이 나던 터라 정말 맛나게 먹었다.
소고기 수육. 여기는 현지인이 알려준 식당이었는데, 시내에서 꽤 알려진 2층집 식당이었다. 안타깝게도 상호명을 정확히 기억하는 곳이 몇 없다. 위에 얹어진 건 고수인데, 나는 고수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술안주로 딱이었다.
빠질 수 없는 탄수화물. 샤허에서 저녁에 먹었던 양고기 특선 메뉴에도 감자가 푸짐하게 들어갔는데 비슷한 맛이었다.
마파두부와 면. 흔히 공깃밥을 기본으로 두고 식사하는 것처럼 여기서는 이렇게 면을 기본으로 주문했다. 자기 잔에 혼자 술을 따르고, 마실 때는 H와 잔을 부딪혀가면서 점심을 한껏 즐겼던 이때의 식사가 중국 여행 중 가장 유쾌한 식사였던 것 같다.
@ JIĀYÙGUĀN
가히 최악이었다고 할 만한 쟈위관에서의 식사... 가장 큰 관광지인 관성(关城) 앞에도 식당이 없어서, 당이라도 보충할 겸 20위안이나 주고 아이스크림으로 점심을 떼웠다. 그런데 웬 낯익은 형용사가..^^;;
쟈위관에서의 저녁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이날 관성~현벽장성~만리장성 제1둔을 도는 동안 단 한 끼도 먹지를 못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금이 점점 고갈됐다는 점인데, 역에서 란저우행 급행열차표까지 사고 나니 수중에 채 20위안이 남지 않았다. 새로 만들어진 역인데도 ATM기 하나 없고―알리페이나 위챗페이는 잘 돼 있는데 왜 카드결제 시스템은 잘 안 되어 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역내에 식당도 달랑 하나 뿐이었다. 배고프다 못해 여행 마지막 날이라 녹초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무턱대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물었더니, 카드리더기는 있는데 카드가 결제되질 않았다.
중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흔히 겪던 일이었으니 놀랄 것도 없었지만, 저녁을 못 먹게 되는 건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란저우 도착시각이 오후 11시 반이었기 때문에, 란저우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기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한국돈이 3만 원이 있었다. 정말 식사가 절실했기 때문에(ㅠㅠㅠㅠㅠ) 중국돈 60위안에 해당하는 한국돈 만 원으로 저녁을 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 구글 번역기로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인데, 한국돈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겠냐며...
본인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 데다, 어처구니까지 없었는지 한~참을 대화를 나누더니, 음식을 갖고 나왔다. 진열되어 있던 모델과는 싱크로율 50%밖에 되지 않는 갓 전자레인지에서 꺼내온 듯한 허술한 저녁. 이게 35위안이라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국돈을 받고 식사를 제공해준 것만으로 고마웠다. 다음날 란저우에서 이른 시각 출국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던 셈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음식 탐방도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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