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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모래는 우는데 달은 그윽하고(鸣沙山&月牙泉, 敦煌)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8. 16:07
위화감이 들 만큼 갑작스레 등장한 거대한 사막
광장을 지나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낙타 행렬이다
낙타가 무지 많다...
월아천 코스를 바로 가기에는 관광이 싱겁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낙타 투어를 하는 것 같다
낙타 타고 출발~:)
현재 장시성(江西省)의 어느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편, 방학을 이용해 한중간 물류업에 몸담고 있다고 소개한 H. 여하간 우리는 아침을 대충 먹은 상태라 점심을 든든하게 먹을 필요가 있었다. 아침부터 막고굴 티켓을 못 얻을까봐 서두르느라 아침에는 초코파이로 대충 아침을 때웠다. (슈퍼에 가니 현지화된 한국과자들이 정말 많았다'~') 마침 사드 문제에 관해 물어보니, H가 요식업의 경우 타격이 제일 컸다고 하면서, 그래도 초코파이를 찍어내는 오리온은 제대로 현지화에 성공해서 잘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 주인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소고기에 감자볶음, 그리고 면을 먹었다. 역시 식사는 혼자할 때보다 둘이서 할 때 더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고, 든든히 먹을 수도 있는 법. 게다가 먹어보지 못한 라인의 칭다오 맥주도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만 소주잔보다 좀 더 큰 잔에 혼자 술을 따르고, 마실 때만 잔을 부딪치면서 먹는 게 좀 어색했지만 즐거웠다.
간신히 카메라를 붙들고 사진 찍는 중..ㅋㅋ
카메라보다도 휴대폰 떨어뜨릴까봐 신경이 쓰였다
우리보다 앞서 걸어가는 팀
인솔자가 투어 내내 낙타부대(?)를 이끈다
내가 있던 팀의 인솔자는 귀찮았는지, 낙타에게 계속 재촉하는 명령을 했는데 낙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걸었다
칼날처럼 뻗은 사막 줄기
입장할 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사막 너머의 사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음으로 우리가 들를 곳은 밍샤산과 월아천―외국어 표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헷갈린다. 밍샤산은 우리 발음으로 '명사산'이고 월아천은 중국어 발음으로는 'yuèyáquán'인데 보통 '밍샤산', '월아천'으로 묶어 부르는 것 같다―이었다. 원래 시간이 하루만 더 허락한다면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야단 지질공원이었다. 그렇지만 둔황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 보통은 옥문관, 양관과 엮어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서 가는 곳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생각을 접었다. 마침 하루를 더 묵을 예정이었던 H는 내가 야단 지질공원이 명소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이참에 다음날은 야단 지질공원을 둘러봐야겠다고 말했다.
낙타를 타고 월아천까지 가는가보다 했는데, 중간에 길을 틀었다
이어서 내리막길..
너머로 월아천 방면의 길이 보인다
어쨌든 우리는 해가 가장 뜨거운 3시 반경에 밍샤산에 도착했다. 둔황의 녹지가 끝나는 지점에 뜬금없이 모래가 어마어마한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스케일 자체가 단순히 걸어서 구경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먼저 낙타를 탔다. 100위안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여행을 오면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해보랴 하고 돈을 쓰게 마련인 법.
사실 샤허의 쌍커 초원에서 말을 탈 때는 자세가 너무 불편해서 낙타를 타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낙타는 안장이 엄청 푹신했다. 그리고 말에 오를 때와 달리, 낙타는 직접 무릎을 꿇고 앉아주기 때문에 올라타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무엇보다 우물우물 되새김질 하며 느긋하게 눈을 뜬 낙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쌍봉낙타였는데, 밍샤산을 둘러보는 내내 낙타의 혹을 쓰다듬어 주었다.
저기 긴 행렬이 월아천을 위에서 바라보기 위해 오르는 사람들이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라 바라본 월아천
사람들이 월아천을 조망하려고 사막은 꼭 오르는데, 정작 월아천 일대는 한산하다
그야말로 막막(漠漠)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막
둔황의 고도 자체가 이미 1,100m를 웃도는 곳인데, 이런 곳에 사막이 자리잡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바로 시내와 인접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워낙 사막화가 화두다 보니 밍샤산 주위로 녹지를 조성해 놓았다
하지만 낙타로 밍샤산의 꼭대기까지 갈 수는 없다. 밍샤산 위에 올라 월아천을 한 눈에 내려다 보기 위해서는 직접 걸어야 한다. 이게 참 난관이다. 그냥 모래를 걷자면 마치 뻘을 걸을 때처럼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에, 줄로 연견될 사다리가 있기는 한데, 한없이 높아보인다. (그렇지만 내려오는 건 이보다 쉬울 수가 없다)
사막 풍경 #1
사막 풍경 #2
사막 풍경 #3
사막 풍경 #4
사막 풍경 #5
밍샤산 꼭대기에 올라서니, 밍샤산에 가려 보이지 않던 뒷편으로는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막이 펼쳐져 있었고, 앞으로는 월아천의 오아시스와 둔황 시내, 그리고 시내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초원이 눈에 들어왔다. 겸허해지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썰매까지 타가면서 순식간에 밍샤산을 내려온 우리는, 이번에는 월아천에 들렀다. 멀리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건물은 화려했고, 건물을 초승달모양으로 에워싼 오아시스의 물은 맑았다. 정말 오랜 옛날 상단(商團)이 둔황을 눈앞에 두고 이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H와 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밍샤산을 오르느라 진이 좀 빠져 있었는데, 그래도 온 김에 월아천 안에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가까이 들를 가치가 있었다, 근사하다
영롱한 빛깔의 오아시스
월아천을 에워싸고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밍샤산을 빠져나오는 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동상
되게 오래된 것 같은데, 별다른 표시는 없고 무슨 조각인지 모르겠다
H와 내가 밍샤산을 나선 게 저녁 여섯 시 반 경.
오히려 이 시각에 낙타를 타려는 사람은 아까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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