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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실크로드의 정수(精髓), 모가오쿠!!(莫高窟, 敦煌)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6. 28. 14:18
둔황이라는 도시가 처음 건설되었던 것이, 흉노족을 막기 위해 한 무제가 도시를 설립하기 시작한 기원전 111년 때의 일이다
그리고 리진쉬(李君修)라는 승려에 의해 막고굴의 첫 동굴이 만들어진 것이 서기 4세기경의 일이다
막고굴은 5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관이 매우 잘 꾸며져 있어서,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어렵지 않은데
당나라 시기에 가장 많은 사찰들이 건립되었고, 수나라 또한 짧은 역사에 비해서는 사찰 건립이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막고굴의 초입(다리 위에서..)
이 황량한 흙바닥은 지도상에 강으로 표시된 곳인데 물은 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다리를 건너면 시원한 가로수가 유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인연은 뜻밖의 곳에서 나타난다. 야간열차에서 같은 칸에 탔던 중국인에게 길을 물어 둔황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뒤였다. 마침 중국인 친구도 같은 시내버스를 탔다.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 가면서 오늘 여행 일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앞에서 내게 질문을 해왔다. 한국인이세요? 한국인이 흔치 않은 곳인지라 질문이 한국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잠시 버퍼링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외모로 보아 현지인 같은 사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중국어 실력 역시 현지인 같은 사람이었다. 더러 중국어를 하는 한국인들을 봤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도 막힘없이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맨 처음에는 내가 론리 플래닛에서 확인해 둔 숙소를 가려고 했는데, 장소에 도착해보니 숙소가 닫혀 있어서, H가 봐둔 숙소에 같이 가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 숙소와 내국인 숙소가 구분되어 있어서 외국인은 내국인 숙소에 묵을 수 없다) 그렇게 H와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시간대별로 입장인원이 제한되어 있고, 또 배정인원이 다르기도 하다
여기는 본격적인 입장에 앞서 해설사를 배정하는 곳이다
모든 절차가 명확히 잘 구분되어 있다
입장 전 총 두 편의 영상물을 관람하는데, 영상에는 짚을 섞어 흙벽을 바르는 작업이 잘 묘사되어 있다
비록 지금은 (특히 외벽이) 많이 복원된 상태이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500여개의 사찰들이 25km에 이르는 거리에 죽 늘어서 있다는 점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아마 H가 없었다면, 둔황 여행은 100% 실패로 돌아갔을 게 분명하다. 막고굴―현지어로 모가오쿠(mògāokū)라고 하지만 워낙 '막고굴'이 고유명사처럼 쓰여서 '막고굴'이라 부른다―이 예약제로 바뀐지 얼마 안 되었는데, 모든 여행책자에는 그 사실이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았다. H가 숙소 주인에게 확인한 바로 하루에 막고굴을 둘러볼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서둘러 표부터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성수기는 아니지만, 워낙에 인기있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미리 봐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시내에 막고굴 티켓을 파는 매표소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매표소로 향했다. 과연 거의 모든 시간대의 표가 매진 임박한 상태였다. 우리는 한국어 설명이 제공되는 오전 11시 30분 관람을 예약했다.
동굴에 입장할 때마다 해설사가 열쇠로 잠긴 문을 열 만큼 유물 관리에 철저하고,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다.
아름다운 문양과 불상들을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는데, 이건 문턱을 넘기 전에 줌-인해서 찍은 사진이다.
막고굴의 풍경(風磬)
막고굴은 티켓값만 220위안에 달했는데, 단연 이번 여행중 가장 값비싼 관광지였다. 그렇지만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관광지이기도 했다. 막고굴에 입장하기에 앞서 총 두 편의 영상물을 관람한다. 하나는 아이맥스관에서, 다른 하나는 360도 스크린관에서 상영되는데, 전자는 수문제 이래 둔황이라는 도시가 실크로드에 들어서게 된 역사를, 후자는 막고굴에 안치된 불상들에 대해 시대순으로 하나씩 설명한다. 내용 자체가 좀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영상미가 뛰어나서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봤다.
클라이맥스인 35.5m의 거대 불상을 둘러보는 것으로 한 시간 가까운 해설은 종료되었다
이 불상은 7세기경 측천무후 시기에 만들어진 불상인데,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부처님이 어디 계시나~고개를 한참 올려야 했다
해설이 끝난 뒤 아쉬워서 위층 탐방로를 따라 걷는 중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중국 또한 문화재 약탈을 너무 많이 당했다는 점이다.
특히 운송이 쉬운 경전을 엄청 많이 약탈 당했다.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의 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막고굴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지만,
그러한 미명 아래 반출한 귀중한 자료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특히 일본이 가장 많이 약탈했다)
그 중에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도 포함되어 있다.
좀전에 살펴본 거대 불상이 모셔진 사찰과 막고굴 일대의 황량한 풍경
그러고 보니 최대한 자연동굴의 지형을 활용했느냐, 아니면 인위적으로 동굴을 많이 파내었느냐에 따라
각 사찰의 습도나 온도 차이가 있었는데 그만큼 보존상태도 달랐다
영상물 관람을 마치고 한국어 가이드를 따라 본격적으로 막고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H와 나 말고도 한국인 관광객이 한 팀 더 있었는데, 질문을 꼼꼼하게 이것저것 묻는 것으로 보아 고고학이나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같았다. 한국어 가이드라고는 해도 원래는 중국인을 전담하던 분이라 한국어가 능통하지는 않아서, 동사로 표현해야 귀에 들어오는 표현을 명사로 끝내버려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하간 해마다 개방되는 불상이 다른데, 불교를 믿지 않는 나로서는 많이 배워갈 수 있는 가이드였다. 기초적인 수준의 불교의 내용―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뉘는 부처에서부터 부처를 따른 열 명의 제자 등등―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토속신앙인 도교와 결합된 중국적인 미술도 살펴볼 수 있었다. 어떤 굴의 경우 오늘로 치차면 엄청난 부자가 출자를 해서 화려하게 지은 것도 있었는데, 불교를 신봉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의 평안을 비는 것, 외부에 과시하는 용도를 지녔다고 한다. 천불동이라고 해서 벽면을 가득 채운 불상들을 볼 때에는 정말 옛사람들의 열정에 압도당했다.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황량한 절벽에 이렇게 신앙을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놀랐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랐다.
나가는 길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막고굴은 필수처럼 여겨지는 코스지만, 다시 한 번 추천할 만한 곳이다
다시 한 번 이 황량한 허허벌판에 첫 동굴을 파헤칠 생각을 한 승려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끝으로 35미터짜리 거대 불상을 보는 것으로 막고굴 관람을 마쳤다. 27미터 짜리 불상은 현재 수리중이어서 관람을 할 수 없었다. H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중국어 도슨트를 듣고서는 내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예를 들어 가운데 불상의 얼굴색이 거무죽죽한 것은, 옛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도료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석가모니상에 별도를 도료를 사용했는데 성분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검게 변했다고 한다. 알차게 막고굴을 둘러보고 나섰을 때가 오후 3시 즈음이었다.
빠져나오는 다리 위에서...
저 멀리 스투파가 여럿 보인다.
그리고 승복을 입고 어딘가로 향하는 티베트인 승려..뭔가 고독해 보이는 뒷모습이다ㅎㅎ
또...기억에 남는 점이라고 한다면―
해설사가 한국어에 능통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주었는데(가령 혜초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다)
불상 중에 여성은 없지만, 불상의 신체는 여성의 곡선미를 최대한 형상화하는 경향을 띠었다고 설명해준 점 정도다
불상들의 곡선미라고 한다면 인도의 카주라호에서 이미 확실히 봐두었기 때문에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카주라호의 불상은 인체비율을 완전히 무시하고 잘록한 개미허리와 넓은 골반을 과장되게 표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더위도 식힐 겸 H와 실내전시관을 간단히 둘러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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