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7 / 고마운 마음(兰州, 甘肃)여행/2017 중국 甘肅 2017. 7. 1. 01:30
쟈위관 남역에 ATM기가 없었기 때문에 란저우에 도착하기는 했어도 현금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수중에 있는 현금은 꼬박 14위안 뿐이었다. 그래도 란저우 서역은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ATM기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건만, 출구로 나서는 내내 ATM기 비슷한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란저우 서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다시 한 번 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택시기사에게 내가 가고자 하는 숙소의 위치를 알려준 후, 14위안으로 커버가 되는 거리인지 물었다. 택시기사가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더니 타라고 사인을 보냈다. 아슬아슬하게 14.8위안이 나왔는데 택시기사가 14위안만 받았다. 정말 고마웠다.
그러나 현금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더더욱 큰 문제는 숙소비를 댈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정말 수중에 땡전 한 푼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무작정 숙소로 향했다. 란저우 도착시간이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이름부터 신나는 신밧드 유스호스텔. 이번 간쑤성 여행에서 이미 2박을 한 적이 있었던 곳이라 위치는 얼추 익숙해졌는데, 건물 밖에서 보니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불이 켜져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빨리 건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같은 방식으로 묘안을 짜냈다. 중국에 챙겨온 한국 돈 3만원 중 쟈위관 남역에서 쓰고 남은 2만 원으로 숙소비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1박에 40위안인데 환전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서 만 원(60위안)을 내겠다고 했다. 이미 내 얼굴을 익히 알고 있던 주인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흔쾌히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현금 없이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이번엔 정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다음날 란저우 공항에서 출국하기 위해서는 란저우 공항까지 가기 위한 버스비와 기차비가 필요했다. 나는 염치 불구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만 원을 갖고 중국돈 60위안으로 환전 가능한지 물었다. 정말 성가신 부탁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때마침 주인의 친구인 중국인이 영어를 할 수 있어서 내가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더니, 두팔 걷고 도와주었다. 심지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금까지 챙겨두라며 환율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상금 2위안을 더 얹어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말 못할 지경이 되었다. 사실 공항에 가면 ATM기가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62위안까지 필요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20위안을 거절했지만 한사코 챙겨가라며 나를 염려해주었다.
이날따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강행군을 펼치며 6박 7일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간쑤성의 마음 착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야 한다는 걸 상기할수록 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 과분한 친절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간쑤성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여행 > 2017 중국 甘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logue. 다시 한 번 실크로드를 기약하며 (2) 2017.07.02 DAY 6 / 간쑤성이 준 마지막 선물(长城第一墩, 嘉峪关) (0) 2017.07.01 DAY 6 / 짧은 소요(逍遙)(悬臂长城, 嘉峪关) (0) 2017.07.01 DAY 6 / 東에는 산해관 西에는 가욕관(嘉峪关关城, 嘉峪关) (0) 2017.06.30 DAY 5 / 별 아래 걸터앉아(塔克拉玛干沙漠, 敦煌) (0)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