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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안녕 히로덴!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9. 26. 00:12
전차의 운전석, 운전방식부터가 일반 자동차와 다르다, 참고로 잔돈이 없어도 동전교환기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꿀 수 있다
더 미루기 전에 어서 에필로그를 매듭지으려 한다. 히로시마 여행기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생각지도 못해했다. 2박 3일 히로시마 여행기가 7박 8일 간쑤성 여행기와 분량이 같게 되다니...=_=
히로시마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포스팅을 통해 많이 남겨 놓았다. 첫날 심야식당(?)에서 요리사 아저씨와 나눈 대화에서부터 에타지마행을 포기하고 현대미술관을 간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닮은 듯 닮지 않은, 멀고도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
요리사 아저씨와 전쟁 얘기를 한창 나눈 뒤로는 요즘 북핵 정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흔히 4대 열강이라 부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때문에 우리의 근대사는 주변 강대국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편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두 차례나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가면서,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던 아베의 지지율 역시 반등하고 있으니...;;
줄기차게 개헌을 통해 정상국가화를 주창하는 아베 정권이지만, '히로시마'를 통해 느끼는 건, 첫째, 일본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상국가화와는 별개로 국민정서상 전쟁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건 아무런 기미 없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 셋째,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그리고 전쟁이 나더라도' 일본인은 소극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느낀 점은 일본인이 그들의 국내정치에 무관심하듯 전쟁에 무심할 수 있다는 얘기인 동시에, 실제 전쟁상황이 되었을 때 수동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는 양가적인 의미를 지닌다. 역사가 방증하듯 늘 몸을 사리는 것 같던 일본인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그 폭력성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마치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물론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몽골이 일본에 원정을 갈 때에도 카미카제가 도와 몽골군의 바닷길이 막혔고, 임진왜란의 허물을 따지고자 명과 조선이 일본 침공을 위해 의기투합한 적도 없었다. 외침으로부터 자유로울 것만 같았던 일본도 그러나, 군사력의 척도가 해군에서 공군으로 넘어간 이후에 미국의 원폭 투하를 피할 길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외부공격을 겪은지 불과 반 세기를 넘겼을 뿐이고, 일본인들의 뇌리 속에 그러한 상흔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뒤늦은 에필로그를 남기다보니 최근의 국제정세가 엮여 이야기가 샜다. 여하간 히로시마는 불과 반 세기 전의 역사적 격랑이 무색할 만큼 잔잔한 도시였다. 그러나 현실정치로 잠깐만 고개를 돌려도 우리가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또한 히로시마는 함께 말하고 있었다.
'히로덴'은 히로시마라는 도시 자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되었던 기간사업 중 하나였다. 지금은 히로시마의 아이콘이 된 '히로덴'. 무척 낡은 히로덴에서 완전 새 느낌의 히로덴에 이르기까지, 전차 모델만도 반세기 동안 약 10차례에 걸쳐 개량되었다. 이처럼 히로덴은 성공적인 히로시마의 복원과 함께 반 세기라는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도시. 아저씨의 말대로 3년 뒤에는 꼭 다시 한 번 가게를 찾아뵙고 싶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안녕 히로덴!!: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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