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2 / 우지나(宇品)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다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9. 6. 00:31
여기는 다시 현청앞
아까 점심을 먹었던 쇼핑몰에서 가까운 곳이다
죠호쿠 역에서 노선도를 확인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내가 가려는 '우지나(宇品)'라는 지명이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나 고민하다 마침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할머니 두 분에게 길을 물었다. 평상시 같으면 연세 지긋한 분한테 초행길을 묻기 주저했겠지만, 둘 다 근사한 기모노 차림이셔서 왠지 길에 밝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주위에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마침 두 할머니 중 한 분이 우지나 행 노선을 이용한다면서 길을 알려주겠다고 하신다. 이렇게 근사한 차림으로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이냐고 여쭈니, 친구와 함께 춤―잠시 제스쳐를 취해보이셨는데 오봉(お盆) 때 추는 전통춤을 배우시는 듯했다―강습을 받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내가 탄 노선은 여객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우지나 니쵸메(宇品二丁目)에서 회차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1호선 전차로 갈아타야 했다
내가 타고 온 파랭이 3호선
6~7분쯤 기다렸던 것 같다
빨강 노선의 1호선 전차가 진입한다~
친절한 할머니의 안내 덕분에 미로 같은 환승통로를 지나 히로시마 도심을 달리는 빨강색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한두 번 다녀본 길이 아니라는듯, 소고 백화점을 요리조리 지나치며 습한 바깥 공기가 닿지 않는 길로 안내해 주셨다. 전차에 올라탄 후에도 기사 아저씨한테 몇 번을 강조하던지, '한국에서 온 분인데 어느어느 정류장에서 꼭 내려주세요'라며 거듭 부탁하고서는, 뒤돌아 서서 나한테 정류장 이름을 열 번쯤은 말했던 것 같다. 할머니들의 노파심은 만국공통인가보다.
여객터미널 역에 하차해서 한 장!!
대중교통으로 배를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휑해도 너무 휑하고 조용하다
인포 센터에서 에타지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뒤 항구를 방황하는 중
부산항 같이 항구 주위에 볼 만한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T=T
어디로 가는 배인가요...
아침에 게스트하우스에서 견학시간을 확인할 때,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혼카와쵸에서 우지나까지 전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 그랬었다. 그런데 웬걸, 환승을 두 번 하고 나니 우지나의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는 데 1시간 반도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도무지 마지막 견학시간인 3시 이전에 섬에 오르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여객터미널의 매표소에서 들은 얘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에타지마에 들어가도 제시간에 견학에 합류하기 어려울 거라는 건 예상했었는데, 아예 에타지마 해군학교를 개인적으로 관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매표소 직원에게 되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러니까 3시 정각에 땡! 하고 시작하는 그룹투어에 처음부터 합류하지 않으면 해군학교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 도중에 그룹투어에 합류할 수는 없냐고 하니 안 된다 하고, 에타지마가 아니더라도 세토내해에 갈 만한 섬이 있냐고 물어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한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y_y
터미널 주위는 그냥 녹지다
굉장히 평화로운 느낌
무턱대고 가장 빨리 출발하는 전차에 올라탔다
전날 덮밥집 요리사 아저씨가 추천해줘서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곳인 만큼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지만,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아직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었다. 여객터미널 근처라고 딱히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잠시 터미널 안 카페에서 커피로 목을 축이고, 곧장 전차로 향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세련된 복장의 아저씨가 올라탔는데, 단정한 차림새에 묘하게 시선이 갔던 기억이 난다.
아무 일정이 없는 상황에서 히로시마에 볼거리를 급하게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치가 아름답다는 오노미치(尾道)라도 서둘러 다녀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오노미치 당일치기라고 간단한 여행은 아니었다. 신칸센을 이용했을 때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데다, 교통비만 10만 원으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내가 타고 있던 노선 근처로 급하게 발견한 것이 히지야마(比治山) 공원. (원래 내가 찾던 여행지는 슛케이엔(縮景園)이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준비없이 온 나머지 제때 정보를 구하지 못했다.) 구글에 소개되어 있기로, 일본식 정원이 잘 가꿔져 있고 현대미술관도 있다길래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히지야마 역에 도착하기 두세 정거장을 앞두고 히지야마 공원을 들르기로 결정! 아무런 구상도 없이 그렇게 히지야마시타 역에 내렸다.
그리고 히지야마시타(比治山下) 역에서 하차
'여행 > 2017 일본 히로시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2 / 낮에서 밤으로 (0) 2017.09.16 DAY 2 / 현대미술관과 다바(現代美術館と駄馬) (0) 2017.09.10 DAY 2 / 히로시마 성(広島城) (0) 2017.09.04 DAY 2 / 원폭돔을 지나(原爆ドーム) (0) 2017.08.29 DAY 2 / 평화기념공원(平和記念公園) (0)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