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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일하랴 공부하랴 여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잠시 기분전환(?)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반나절 일정으로 부산을 다녀왔다.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무모한 여행이었던가..=_=;;
왕복 여섯 시간이 넘는 부산을 반나절로 여행한 것!
아침에 스터디를 마치고 부산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세 시경, 노포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가 세 시경(새벽)이었으니.. 20대 초반에도 이렇게 여행하진 않았던 것 같다..+_+(너무 힘듦ㅠㅠㅠ)
사실 부산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영화제에 가는 거였고, 좀 더 여유가 된다면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범어사에 가고 싶었다.
원래 추석 전부터 그렸던 더 큰 그림을 잠시 언급하자면 길었던 추석 연휴를 이용해 부산과 창녕 우포늪을 다녀오는 거였는데,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반나절짜리 여행으로 축소!^~^
마침 일본으로 북상하는 태풍 때문에 부산의 바닷바람은 서울보다 차가웠고...1박은 애저녁에 접었다. 그리고 범어사 대신 동래읍성에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하며, 찬바람에 내쫓기듯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 이번 여행이다.
'동래(東萊)'라는 지명은 국사책에서 익히 봐왔던 지명이다.
때문에 이전부터 부산에 들르면 동래구를 꼭 들르고 싶었다.
부산의 또 다른 역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교역이 이루어졌던 무대이자, 침입의 교두보가 되기도 했던 '동래'.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변한 이 지역에서 옛 역사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들었던 생각은 동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진을 찍으며 거닐기보다는 복천박물관이든 동래의 역사가 소개된 박물관에 갔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시간상 그만큼 여유를 두고 이 지역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바람이 매서웠던 저녁의 센텀시티와 달리 유난히 청명했던 동래의 낮을 사진으로 담은 것으로 만족한다. 참고로 나의 동래읍성 산책은 동래향교에서 시작해서 동래시장에서 끝났다.
동래읍성에서 복천동고분으로 빠져나가는 길에..
일 년만에 다시 찾은 부산역은 꽤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늘 도착을 반기던 광장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한창 공사판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1호선을 타고 동래역에서 내렸다. 수안역이 더 가깝다는 소개도 많지만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그냥 동래역에서 내렸는데 거리상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잊을 만하면 부산에 오다보니 지명이 점점 익숙해지는 듯하다;;
동래역 도착!!
동래읍성 초입
나는 동래향교를 지나친 뒤 북문을 통해 동래읍성에 진입했는데
입구가 아파트 단지 살짝 안 쪽에 위치해 있어서 찾기가 간단치 않았다
서장대를 따라 북장대로 향하는 길
길목마다 십이간지를 활용한 안내표지가 순서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동래역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범어사역이었지만, 사찰이 역 코앞에 자리한 것도 아닌 데다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을 보러 가야 했기 때문에, 만약 하루를 더 부산에서 보내게 될 경우 아침나절에 범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래 이맘때에 진행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침 범어사에서 팔관회 같은 행사(?)가 사흘간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더더욱 들러보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범어사는 이번에도 들르지 못한 채 서울로 복귀했다.
서장대를 오르는 와중에도 신명나는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서장대를 지나가면서부터 점점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행사장에서 뻗어나온 듯한 연이 끝을 모르고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만약 하늘이 카페라떼라면 갓 스팀한 우유를 풀어넣은 것처럼 구름이 몽실몽실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해가 짧아진 가을이라 해가 꽤 지평선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해가 저물어가는 사직동 방면으로는 풍경의 윤곽이 흐릿했던 반면, 반여동쪽 방면은 건물들이 석양을 받아 풍경의 윤곽이 매우 분명했다.
나처럼 카메라 하나 들고 출사나오신 아저씨!!
그런데 어째 내 카메라 셔터 반응이 영 시원찮다..
쓴지 8년이 다 되어가는 녀석이지만 지금까지 무리없이 제 역할 해왔는데 카메라도 나이를 먹나보다
수영강 너머 반여동 방면(일 꺼다..아마)
사직동 일대는 사진이 너무 빛에 부셔서 좀 더 방향을 돌려봤는데,
저 멀리 국제금융센터가 보이는 것을 보면 범천동 일대를 바라보며 찍은 듯하다
가을철이 축제가 많은 계절이기는 해도, 해가 갈수록 이런저런 축제가 많아지는 것 같다. 얼마전 저녁약속 때문에 이태원에 갔다가 너무 많은 인파 때문에 아예 약속 장소를 한강진쪽으로 옮겼던 기억이 있는데, 각설하고 동래읍성 일대에도 축제가 한창이었고 사람들로 붐볐다. 급경사진 언덕 아래에 번듯하게 조성된 잔디밭이 있었는데, 풍물패의 사물놀이가 한창이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풍물패의 한 명이 원반을 돌리는 묘기를 하고 있었는데, 외줄까지 설치된 걸 보니 좀전까지는 줄타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풍물패의 신명나는 마당놀이~
이제는 복천동 고분군으로
사람이 많아서 구경을 하지는 않고 곧장 고분군으로 향했다. 읍성을 빠져나오는 길목 양옆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주말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하늘도 예쁘고 햇살도 따듯하고 정말 좋았다
요새 워낙 낮날씨 저녁날씨가 따로 있어서 저녁에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지만..
오랜만에 보는 양떼구름
읍성보다 야트막한 지대에 자리잡은 고분군은 가야시대의 무덤들인데, 사실상 공원 같은 느낌이어서 인근주민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 오래된 고려시대의 불경이 불상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런 유적 또는 유물을 접하다보면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가야시대의 무덤이면...초기 삼국시대의 것이니까 비현실적인 시간을 건너뛰어와서 살갗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알고 보면 참 오랜세월을 버텨왔다.
송공단
송공단 門
동래탐방의 마지막 목적지는 동래시장이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시장은 한산했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 큰 생선이며 자라며 덩치 큰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다. 그 한복판에 송공단이라는 오래된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동래부사 송산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제단이라 한다. 평상시에는 복작댈 시장 한가운데에 영조 시대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을 보여주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길로 수안역으로 빠져나왔다. 버스정류장은 한창 공사중이었고, 최근 노선이 변경된 버스도 있는듯, 재송이나 센텀시티 방면으로 가려면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근거리에 정류소만 두 곳이 있어서 갈팡질팡하면서 왔다갔다 하던 중, 방금 지나쳐온 복천의 '복'이 '복(福)'임을 알리는 표지판에 잠시 시선을 빼았겼던 것이 기억난다. 일교차가 큰 요즈음 날씨가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체온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배회하던 나는 빈차라는 빨간 등이 켜진 택시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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