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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비현실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8. 1. 21. 13:06
토요일 햇빛조차 흐릿한 대낮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 낮잠에 빠졌다. 그리고 희한한 꿈들을 꿨다.
#1
나는 J와 카자흐스탄을 여행하고 있었다. 지하자원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카자흐스탄의 도시는 기대했던 것보다 휘황찬란했다. 비록 근교로 조금만 나가도 황량만 민둥산이 쭈뼛쭈뼛 볼품없이 낯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몇몇 한국인 관광객도 만났는데, 희한하게도 적의에 찬 시선을 보내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사람들과 엮였는지 까닭은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J와 나는 미로 같은 구조의 상가 건물에서 우왕좌왕 탈출구를 찾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막다른 골목들 뿐이었다.
#2
나는 미국의 어느 커다란 합숙소에 와 있다. 어쩐지 총격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찻잔 속 태풍에 들어온 느낌이다. 내가 이곳에 와 있는 까닭은 친한 친구들과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나는 개인과제를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조과제도 수행해야 했는데 과제물은 댄스대결이었다. 팀의 단합력을 보는 것인지라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몇 차례 되풀이해 외웠던 동작들이 막상 무대에 서니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무대 정중앙에서 춤을 췄는데 우리는 일등을 하지 못했지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합숙이 끝난뒤 나는 내 시선을 잡아끄는 오래된 화집 세 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3
나는 얼굴없는 누군가와 절벽 위 산책로를 걷고 있다. 너무나 오래된듯한 산책길이었는데, 나중에 이 외딴길이 망자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벽 아래 바다 너머로는 종종 벼락이 내리친다. 벼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지상의 것들을 가볍게 건드리기만 한다. 갑자기 눈앞에 기차역으로 이어지는 철근계단이 나타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철의 반향과 진동이 느껴진다. 얼굴없는 누군가와 나는 열차에 올라탄 뒤, 어느 역에 내려 다시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주제 없는 글 >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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