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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분의 1초를 겨루다(Olympic Sliding Center, Jinbu)여행/2018 늦겨울 강릉-평창 2018. 3. 27. 00:00
입장 한 시간 전에 진부역 도착!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매한 표를 현장에서 수령하는 것부터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오륜기 마크!
진부역과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오가는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경기장까지는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이곳 지하통로를 지나면 관중석이 나타난다
설날 아침 스켈레톤 3~4차 주행은 이른 9시부터 시작이었는데, 강릉에서 올림픽 파크에 입장할 때에도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하면 평창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는 좀 미리 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리 예매해 둔 열차시각을 변경했는데, 이건 올바른 결정이었다.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남자 스켈레톤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인파들을 보고 있으려니 피니시 라인의 좌석을 구하지 않고 입석을 구한 것이 영 아쉬웠다.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쏠리는 곳을 피해 스타트 라인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는 7번 코스
멀리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날씨 하나는 끝내준다
사람들이 피니시 라인에 가까운 14번 코스에 너무 몰려있기에, 우리 가족은 스타트 라인 쪽으로 향했다. 경기장을 오르다보니 딱 보아도 경기복을 입은 외국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유니폼의 패턴으로 보니 영국 선수들이었다. 인파를 보아 하니 입석에서 경기 관람하기도 순탄치 않을 것 같고.. 국제경기에 왔으니 이런 재미(?)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선수들과 사진을 남겼다;; 이번 3~4차 주행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아니었는데, 함께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고 했다. 그래도 이날 파슨스 돔이라는 영국 선수가 동메달을 챙겨갔으니 이들로서는 경기를 관람한 보람이 있었을 것이다.
동해 바다 방면으로 대관령 위의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하얀 자취를 남기며 지나가는 비행기
우리 가족이 스타트 라인에 이르렀을 때, 안타깝게도 스타트 라인의 좌석이 다 찬 상태였는데 썰매의 슬라이딩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시범선수가 몇 차례 얼음을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석의 장점이라고 하면 출발과 피니시 라인 통과만을 볼 수 있는 스타트/피니시 라인의 좌석과 달리 선수들이 주행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천 분의 일 초를 다투는 경기인 만큼 썰매가 워낙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14개나 되는 코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한 코너를 정해 지키고 서 있다가 백 분의 일 초만에 선수가 지나가는 걸 보는 게 전부였다=_=
그래도 그 백 분의 일초가 뭐라고 그 짧은 순간에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가다듬는 동작들이 다 보인다. 여하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앉아서 경기를 느긋하게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의 3분의 1 이상이 비어 있는데도,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구매한 티켓은 교환이나 반환이 안 되기 때문. 결제방식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불편하게 경기를 봐야 했던 입석 관람자로서는 메달이 결정될 때까지도 수두룩하게 비어 있던 좌석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스켈레톤장에서 이 코너에서 저 코너로 옮겨다니며 든 생각은, 많은 동계스포츠가 대중적이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축구든 배드민턴이든 공과 간단한 장구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는데 반해, 썰매는 이런 슬라이딩 트랙이 없으면 아예 즐길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경사진 트랙은 산 하나를 위에서 아래로 깎아 내려야 한다. 다른 동계스포츠도 비슷한 것 같다. 스키점프도 그렇고 컬링도 그렇고 고가의 장비와 경기장, 숙련된 코치가 없으면 일반인은 결코 즐길 수 없을 것이다. 그 나름대로 이색적인 스포츠를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얼마전 뉴스에서 썰매선수 인구 부족으로 슬라이딩 센터를 올림픽 이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것을 보면 도대체 이렇게 근사한 경기장을 왜 만들었나 싶다.
헬멧을 보아하니 저건 독일의 선수
독일 선수 두 명이 상위권이 이름을 올렸지만 이날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특이하게도 썰매종목에 초강세인 독일이지만 스켈레톤만큼은 취약하다고 하다
출발시의 순발력과 스피드가 부족하다고..
운동촬영 모드로 사진을 하도 찍어대다보니 어느 선수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
두쿠르스 아니면 파슨스 돔,, 그것도 아니면 오스트리아 선수였던가
아이언맨'a'ㅋㅋ
우리 가족은 피니시 라인과 가까운 마지막 코너 근처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는데, 나는 잠시 동떨어져 10번 코너로 이동해 계속 사진을 찍었다. 내 옆에서 연신 사진을 찍던 미국인은 혹시 자신의 카메라가 시야를 방해하지 않냐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 왔다. 잠시 대화를 나눠보니 현재는 성남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고향이 시애틀이란다. 그러면서 나에게 시애틀 좋지 않았냐고 거듭 물어보는데, (물론 매우 좋기도 했지만) 더 과장된 표정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잠시 후 미국 선수 중 가장 최고 랭킹을 하고 있던 선수의 마지막 주행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은 주행은 보지도 않고 내려간다=_=
그 사이 다시 가족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니, 엄마가 추위에 힘드신 모양이었다.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따뜻한 음료라도 살 겸 매점으로 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추위를 오래 버틸 것도 없이 뒤이어 윤성빈의 시원한 주행, 그리고 금메달 확정과 함께 모든 경기 관람은 끝이 났다. 마지막 주자인 윤성빈의 순서가 다가올 수록, 자국의 선수를 응원하러 온 다른 외국인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무질서해졌던 것 같다. 사실 그만큼 입석이 불편하기도 했었고..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싱글벙글 웃음을 띠며 걸어갔지만 우리 가족은 어쩐지 핼쑥한 표정으로 슬라이딩 센터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경기 끝나고 내려오는 길
생각보다 가건물 같은 느낌의 슬라이딩 센터
아마 IOC의 사전답사 때 마지막까지 애를 먹게 했던 게 바로 이 슬라이딩 센터였던 것으로 안다
기왕에 만들어 놓았으니 잘 활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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