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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까지(from Anmok Beach to Gyeongpo Beach)여행/2018 늦겨울 강릉-평창 2018. 3. 6. 00:06
안목해변 카페거리 도착!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강릉의 안목해변! 시간상 곧장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게 나을지 고민하다 카페거리를 들르기 위해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동해라 그런지 물살부터가 다르다
안목해변
예전에 18전비에서 복무하던 군대 선배가 강릉에 괜찮은 카페가 줄지어 있는 거리가 있다 했는데,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니 강릉이라는 도시가 커피로 유명해진지도 꽤 된 셈이다. 그간 강릉에 발걸음을 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안목 카페거리는 강릉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해변을 따라 줄지어 들어서 있는 카페들은 죄다 이미 질리도록 보아온 프랜차이즈 카페들이었다. 굳이 특색있는 개인카페들이 몰려 있는 이 지역에 도대체 무얼 차별화 해보겠다고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너도나도 입점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어쨌든 강릉에 온 후로 처음 바다를 접한 우리는 겨울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거닐고 사진을 남겼다. 방파제에 면해서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는데, 날씨만 좀 더 상냥했더라면 공연을 관람했을 것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후 우리는 방파제 끄트머리에 자리한 산토리니라는 카페로 향했다. 이곳에 내려준 택시기사 아저씨는 요새 외국인들도 이곳을 찾는다던데, 이미 강릉의 명물이 된 일부 유명 카페들은 워낙에 사람들로 붐빈다 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밖에 없어 별 고민 없이 산토리니로 향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산토리니
최근에 광화문에도 지점을 냈더라
오랜만에 드립커피 한 잔
산토리니는 이름에 걸맞게 그리스의 해안절벽에 지은 파란 모자를 눌러쓴 새하얀 집처럼 생긴 카페였다. 몸을 녹일 겸 부모님은 유자차를, 나는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그냥 케냐나 에티오피아처럼 대충 짐작이 될 만한 원두를 고르려다, 이 가게의 기본 블렌딩의 맛을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블렌딩 원두로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어떤 원두를 쓰든 맛있게 마셨겠지만..'~'
해질녘의 재즈 페스티벌
겨울해는 짧은지라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고 저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막상 안목 해변 일대에는 이렇다 할 장소가 없었다. 회를 먹으러 주문진까지 나가자니 차가 없는 우리에게 너무 먼 거리여서, 강릉 도심과 경포대 사이에서 이래저래 저울질을 하다 경포대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큰 실수였으니...=_=
문제의 발단이라고 하면 우리가 택시기사를 잘못 만났다고 해야 할까. (사실 산토리니를 나서기 전에 먼저 직원에게 인근 맛집을 물어보았는데 직원도 안목 해변 일대에 괜찮은 가게를 선뜻 떠올리지 못했다.) 이전에 딱히 어디를 가야할지 잘 모를 때에는 현지인에게 맛집을 물어보던 버릇으로 택시기사에게 횟집을 추천받았다. 올림픽이 열리는 여행지에 와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택시기사 아저씨들로부터 강릉의 유명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적어도 나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령 선교장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준다든가, 한정식은 어느 가게가 괜찮은가 등등)
여기는 경포해변!
하필 안목해변에서 경포해변으로 이동하기 위해 집어탄 택시기사 아저씨는 유달리 달변이었는데, 경포대는 바가지가 너무 심해서 있던 손님들도 안 오는 형국이다, 경포대는 혼쭐 좀 나야 한다는 둥 장광성을 늘어놓더니 제 값에 회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게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지어진 호텔들이며, 이번에 남북교류를 할 때에 어느 고위급 인사가 어느 숙소에 묵었는지에 이르기까지 묻지도 않은 얘기들을 술술 이야기하던 사이, 예의 그 횟집에 도착해 있었다.
까무러칠 만한 일은 동네에서라면 아무리 비싸야 15만 원 안팎이면 먹을 수 있는 모듬회+대게 구성을, 25~30만 원을 부르더란 것이었으니... 아연실색하여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대단한 회가 나오나 봤더니 쓰키다시며 회며 양도 질도 정말 형편 없었다. 컴플레인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는지, 동생이 컴플레인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유독 서울이나 경상도에서 오신 분들이 불만이 많으신데, 여기 단가가 비싸서 그렇다나... 단가는 무슨 단가, 항구가 코앞이고 유통과정도 없이 바로 잡아올린 물고기를 갖다놨을 텐데 단가 타령이라니.. 설 연휴라 웃으며 넘어가려 했으나 경포대 바가지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가게를 나섰다. 두 번 다시 이곳 횟집은 오지 말아야지. 그리고 택시기사도 절대 믿지 말아야지. 그러고 보면 도대체 무엇을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뜬금없이 풋남의 '사회적 자본'이 떠오른다.
띄엄띄엄 해변을 메운 조형물들
종이나 나무 소재로 된 조형물들인 것 보면 쥐불놀이하듯 정월 대보름에 일제히 태우는 건 아닌지..
셔터스피드를 길게 잡고 포착한 밤바다
여하간 울적해진 기분도 달랠 겸 경포해변으로 나섰다. 행사철이라 그런지 이색적인 조형물들이 즐비했다. 여름이면 해운대에 모래탑을 쌓아올리는 것처럼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사람 마음이 참 쉬이 변하는 게,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니 언짢았던 그런 대로 기분도 누그러졌다. 모래가 쓸려간 모래사장 너머로 위협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파도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그 길로 우리는 경포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숙소로 되돌아왔다. 늦은 밤 무슨 행사인지는 몰라도 컴컴한 하늘을 들썩이게 할 만큼, 올림픽 파크는 카니발의 빛을 쉼없이 쏘아올리고 있었다.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목조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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