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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일상/film 2018. 3. 26. 19:5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로맨스/루카 구아다니노/엘리오(티모시 샬라메), 올리버(아미 해머)/132>
Nature has cunning ways of finding our weakest spot.
How you live your life is your business, just remember,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And before you know it, your heart is worn out, and, as for your body,
there comes a point when no one looks at it, much less wants to come near it.
Right now, there's sorrow, pain.
Don't kill it and with it the joy you've felt.
대단히 감각적인 영화다. 도입부에서 고풍스러운 흑백사진들의 전환과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사카모토 류이치의 M.A.Y. in the backyard―은 눈과 귀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영화음악에 심취되어 관람하기로는 <인터스텔라>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 게다가 곧바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까지.. 이탈리아 영화를 몇 번 본적은 있어도, 이탈리아의 풍경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다. 게다가 영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잠깐의 독일어에 이르기까지 마치 좀 전에 바벨탑이 무너진듯 여러 언어가 넘치는데, 요즘 한창 배우고 있는 프랑스어를 귀담아 듣는 재미가 있었다. 덧붙여 최근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을 읽고 있다보니, '엘리오'라는 기표와 '올리버'라는 기표를 도치시키는 장면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재현(再現)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애당초 이 영화에서 예상했던 것은 <가장 따듯한 색, 블루> 또는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작품은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사랑과 우정(Freundschaft)에 대해 다루는 <엡타메롱(l'Heptaméron)>의 일화에서부터 헤라클레이토스의 <우주의 파편들(The Cosmic Fragments)>까지 다양한 문헌들이 등장하고, 미(美)에서 정치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가오는 것들>과 닮아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헬레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충돌하여 꽃을 피운 헬레니즘이라는 신문명에 대한 논의는, 주인으로서 엘리오라는 소년과 손님으로서 올리버라는 이방인이 조우(遭遇)하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꽤 그럴듯한 해석의 관점을 제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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