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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아파르트헤이트주제 있는 글/<Portada> 2018. 6. 3. 17:15
Apartheid with Chinese characteristics : China has turned Xinjiang into a police state like no other summary from the Economist
INTRO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만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서북부의 자치구다. 한족과 다른 투르크계 언어를 사용하는 이곳은 2009년 우루무치(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도)에서 인종간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긴장과 불안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장-위구르는 한족의 주된 무대가 아니고 지리적으로는 서부에 치우쳐 있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성을 지닌다.
첫째, 중국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둘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가 이 지역을 가로질러 동부해안으로 수송된다. 셋째, 유럽 및 중동과 각종 건설·투자·무역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이 지역에서 최근 새로운 긴장의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중국 중앙정부에서 새로운 신분증 발급을 이유로 우루무치에 거주하고 있는 위구르족에게 고향으로 되돌아갈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 이러한 와해정책의 일환으로 강제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황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The Not-Quite-Gulag Archipelago
신장-위구르 자치구에는 수백 수천의 재교육 수용소가 세워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구르족의 가장 큰 도시인 카슈가르에 12만명이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다는 지역 보안관의 발언이 있었으며, 공안이 압송해오는 위구르족 인원이 수용한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안보에 지출된 지역예산 비중은 9.7%로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590억 위안―한화 9조 9천억 원 수준―인데, 이는 2007년에 비하면 10배 증가한 수치다. 가히 난사군도에 지어지고 있는 인공섬보다도 빠른 속도로 강제수용소 군도(Archipelago)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확인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들 수용소가 사법체계 내에서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금여부가 공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안이나 공산당원의 임의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수용소에 구금된 위구르족은 약 8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위구르족 인구의 5%에 해당한다. 어떤 위구르족은 해외여행을 가려 한다는 사유로, 또 어떤 위구르족은 국가를 낭송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구금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정부는 폭력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중국에서는 위구르족과 연계된 여러 유혈사태가 있었다. 2013년 천안문광장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테러, 2014년 쿤밍―윈난성의 수도―에서 31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열차테러가 그것이다. 2015년 방콕의 사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 역시 위구르족이 용의자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해당사원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더욱 우려되는 문제는 지하디스트와의 연계다. 중국·시리아 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IS나 알 카에다의 파생조직(Jahbat Al-Nusra)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구르족이 1,500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외치는 투르키스탄 IS는 미국과 EU에서 추진한 테러방지법에 따라 국제적으로 금지된 조직이기도 하다.
In the Grid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삶은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것과 같다. 이 지역에서 테러리즘과 위험단체 가입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의 억압은 그 정도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지역에서 경찰서는 '경찰 편의점(convenience police station)'이라 불릴 정도로 흔한데, 당국은 약 500인을 기준으로 구획을 나누어 경찰서를 두고 있다. 또한 모든 상점과 음식점은 의무에 따라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찰―이들은 방탄모에 방탄조끼를 입고 곤봉을 들고 있다―을 종업원으로 두어야 하는데, 이들은 다시 전일제로 근무하는 경찰들에 의해 관리된다. 뿐만 아니라 각 상점과 음식점에는 언제든 경찰을 소환할 수 있는 비상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당국의 통제는 놀라울만치 촘촘하다. 지역 경계에 위치한 검문소에서는 통행하는 위구르인의 신분증, 지문, 홍채를 채취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압수한 뒤 사용자가 이용하는 컨텐츠를 분석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한다. 2014년 쿤밍에서 칼을 이용한 열차테러가 발생한 이후로, 이 지역에서 칼을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으며, 정육점과 주방에서 사용되는 칼은 무기로 쓰이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고정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 준군사적(paramilitary)인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Improving lives, winning hearts
신장-위구르에는 팡휘주(访惠聚)라고 해서 공안과 당원, 위구르어 통역가 대여섯 명이 팀을 이루어 운용되는 관리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팡휘주(访惠聚)는 풀어서 말하면 '인민의 생활여건을 조사하고, 삶을 개선시키며 인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이지만, 실상은 종양(tumour)을 제거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팡휘주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라마단에 금식을 하는 사람들, 수염을 길게 기르는 사람들을 '극단주의자'로 분류하는 한편, 쿠란과 같이 '불건전한' 물건이나 공산당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를 당국에 일일이 보고한다.
2017년부터는 이렇게 취합된 정보가 시민들의 '신뢰도'를 매기는 데 활용되고 있는데, 이때 여러 분류사항이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위구르인 여부'와 같이 명백히 인종차별적인 구분부터, 실직상태 여부,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올리는지 여부 등에 따라 신뢰도를 매기고,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될 경우 수용소로 보내진다.
중국정부는 감시에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친족 만들기(becoming kin)'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지 위구르 가정에 한족인 당원을 들이는 제도인데, 방대한 규모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160만 위구르 가정에 110만 명의 한족이 가족구성원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위구르 가정의 거의 절반에 이르며, 가족으로 들어간 한족은 스파이 또는 한족의 이념을 주입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IJOP(Integrated Joint Operation Platform)이라는 시스템은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해 CCTV에서 확인한 영상, 모바일 이용내역, 거래내역, 심지어 불필요한 전기사용까지 활용해 수감자에 수용할 대상자를 선별한다. 가히 중국판 아파르트헤이트라 할 만한 상황이다.
The minarets torn down
일부 도시에서는 기도를 올리는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스크가 폐쇄되었고, 종교행사에 참석하려는 위구르인은 경찰에게 사전등록을 해야 한다. 우루무치에서는 첨탑(미나렛)이 철거되는가 하면 이슬람을 상징하는 달문양(크레센트) 역시 건물에서 뜯어낼 대상이며, 그마저도 모스크 내에서는 현지상인을 대상으로 공산주의 강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또한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이슬람식 이름을 짓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위구르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장례를 치르는 것도 금하고 있다.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차별했던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와 중국의 인종차별이 다른 점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에서 위구르족(46%)과 한족(40%)의 인구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 두 민족은 현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위구르족은 수천 년간 이 지역에서 살아왔으므로 이 땅이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반면, 한족은 이 지역에 현대문명을 가져다 준것이 자신들이므로 이 지역이 한족의 것이라 생각한다.
the authorities are planting the seeds of hatred and turning [detainees] into enemies.
한족의 입장은 물론 양가적인 면이 있다. 일부는 당국의 분리정책에도 불구하고 위구르인이 가난에서 구제되고 있으므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의 한족은 1990년대 개인사업과 무역을 위해 유입된 인원들로, 이러한 통제정책에 따라 위구르인을 고용하기 힘들어지고 지역경제가 나빠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중국 최전방(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중국정부는 (역기능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위구르족의 입장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일체의 비판 또는 외부인과의 내통은 곧 수감소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변에서 분노가 일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경찰인력이 대폭 증가하면서 위구르인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났는데, 2017년에 공고된 경찰직의 90%는 경찰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하찮은(third tier) 직업으로 추측된다. 역설적인 것은 중앙당국이 위구르인을 필요로 하면서도 이들을 불신한다는 사실이다. 경찰직에 근무하는 위구르인은 공식적으로는 공안체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비밀스럽게 지역민들을 돕기 때문이다. 인식과 현실간의 간극은 시스템 내(within)에 머무르면서도 언제든 시스템에 대항(against)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중국정부는 분리주의와 공안정국을 통해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위구르족과 한족을 떨어뜨릴 수록, 또한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비용 부담을 전가시킬 수록 긴장은 점증한다고.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간쑤성을 여행할 당시 일정이 촉박해 들르지 못한 곳이므로 그 지역의 분위기를 알지 못한다. 1개 성(省)이 우리나라 영토보다도 큰 나라이다 보니 간쑤성과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인접해 있다고 해도 지역문화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래도 한여름 방문했던 간쑤성의 느낌은 마냥 해맑기만 했는데, 최근 베이징을 들렀을 때 각종 통제를 겪었던 것은 중국정부의 통치방식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어딜 입장할 때마다 신분증을 태깅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었는데, 결국 중국정부의 통제는 한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중국이 자국의 다문화성에도 불구하고 단행하고 있는 각종 동화정책은 한족 이외의 소수 민족에게 커다란 고통일 것이다.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의 독립 찬반투표는 영국과 스페인 각국 정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스페인의 경우 독립찬성의견이 과반을 차지하자 무력을 동원하여 카탈루냐 지방정부를 축출하기까지 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앞서 있고 중국보다 영토도 작은 나라도 자치주의에 어려움을 겪을진대, 중국정부는 언제까지 840만 인구의 위구르족을 통제하에 둘 수 있을까. 어쩌면 무모한 통제는 절제 없는 자율과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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