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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가 되다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19. 5. 16. 23:13
#난잡하기만 했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웬 꿈틀대는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새에게 불의의 일격이라도 당한 것일까. 얼음처럼 언 상태로 앞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쥐 한 마리가 눈에 띈 것이다. 대낮에 쥐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게다가 앞발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심상찮은 쥐라니. 옆에는 까치 한 마리가 시커먼 눈을 부릅뜬 채 우악스럽게 부리를 들이밀고 있다. 나는 기쁜 소식을 가져다준다는 이 텃새가 언제부턴가 참 싫다. 잠시 어떡하나 망설이다가 도시 한복판이라고는 하나 자연의 순리에 맡겨야 하지 않겠나 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약 반시간 후 군대동기의 결혼식에 들르기 위해 이번에는 정장차림으로 갈아입고 같은 길을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아까의 광경이 떠올라 주차된 차에 가려진 예의 장소를 본 순간 너무 떨려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까 그 생쥐는 얼음장이 되어 미동도 없이 옆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악스럽게 울어대던 까치도 보이지 않았는데 생쥐의 담갈빛 털은 그저 곱기만 했다.
#어디에서건 나는 같은 감정일지 모른다. 서울의 동부간선도로에서든 내부순환로에서든 나는 같은 감정 위를 달린다. 그것은 아마도 열패감. 동부간선도로를 탈 때에는 우울감, 내부순환로를 탈 때에는 묘한 카타르시스인도 모른다. 그저 내 생각은 한 결같을 뿐. 사람들은 도대체 왜 삶에 대해서만 말하는가.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우리는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을 좇지만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그리고 아름다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러다 간단한 물음이 떠올랐다. 나는 왜 욕심을 낼 수 없는 걸까?
#가끔은 코인노래방 비슷하게 고함을 지를 수 있는 방음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음정도 박자도 죄다 무시한 채 그냥 목청껏 아무렇게나 소리지를 수 있게. 머릿속에 비명이 가득차서 그런 공간이 필요한 날이 종종 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주제 없는 글 > Miscellane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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