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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와 화려한 소재의 등장으로 단숨에 시선을 잡아끄는 것을 보면 과연 디즈니는 디즈니:) 무대 배경으로 거대한 숲과 화려한 성이 어우러져 등장하다보니 독일과 프랑스를 뒤섞어 놓은 느낌이다. 어쩐지 신데렐라와 왕자의 풋풋한 연기와 계모로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원숙한 연기가 잘 버무려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영화.
3시간이라는 부담스러운 러닝타임 때문에 개봉 당시에는 관람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편히 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러닝타임인데 1,300만의 관객을 동원한 걸 보면 놀랍다. 흔히들 마블의 세계관이 있다고 하는데 마블물을 좋아하지만 사실 그 세계관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세계에 대한 관점이 담기지 않은 영화가 있을까?) 다만 타노스가 딸 네뷸라를 통해 미래의 사건을 읽어내는 장면에서는 최근 읽고 있는 베르나르 스티글러의 책에서 유비(類比)로 활용된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의 그리스 신화가 떠오른다.
내심 기대했던 영화인데, 기대를 충족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묘한 여운이 남는 영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뒤를 잇는 괴로움,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해 나가는 여성 글로리아 벨과 그녀에게 괴로움만 제공하는 찌질한 남자 아놀드. 나는 이 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녀 그 자체를 아무런 렌즈 없이 투명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냥 '살아가지는' 영화를 보는 것도 참 좋아하고, 줄리안 무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한 어떤 특정 결말을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누구나 인생에 저런 연극 한 편쯤은 있게 마련이지 않을까 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갑갑해졌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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