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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구텐베르그 또는 귀떵베흐그 거리(街)를 따라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7. 22:50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둘러보는 것은 내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성당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첨탑에 직접 오르는 것이다. 나는 짧은 프랑스어를 이용해 문지기에게 물어, 본당과 분리되어 있는 첨탑 통로에 이르는 길을 확인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올라가실 생각을 일찌감치 접으시고, 성당 앞 테라스에서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시기로 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오르던 기억이 난다던 동생은 첨탑 전망대에 오르려던 생각을 관두고, 엄마와 함께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버지와 나만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원형 계단을 올라 첨탑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곳곳에 구멍이 난 합금 원통이 달려 있다. 처음에는 안전망을 설치하다가 잘못 남겨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좁다란 원통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 스트라스부르의 주요 명소가 보이고, 원통의 홈에 좁다랗게 주요명소의 명칭이 음각(陰刻)으로 새겨져 있다. 유럽 의회라고 적혀 있는 원통을 통해 시내를 바라보니 저 멀리 나선형의 의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유럽 의회는 스트라스부르에 오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막상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스트라스부르에서 이틀은 할애해야 가볼 수 있을 만큼 먼 거리에 있었다. 짧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성당 아래로 내려왔을 때, 엄마와 동생은 커피 대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가고자 했던 카페 테라스에 빈 좌석이 없을 만큼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에, 어렵사리 호프에서 빈 자리를 발견하셨다고 했다=_=
이제 다시 스트라스부르 역으로 돌아갈 길만 남았지만, 그 전에 잠시 와인 가게에 들러 와인을 구매하기로 했다. 젊은 직원은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와인을 찾아주었다. 레드 와인 한 병, 로제 와인 한 병을 찾았는데, 생각하는 예산을 알려주었더니 그에 맞는 상품을 권했다. 로제 와인은 딱 한 종류만 취급하고 있었는데 마침 예산 범위 안에 들었다. 원래 와인을 즐겨마시지 않다보니 가성비에 대한 감이 없어서 예산을 너무 낮게 부른 것이 아닌가―원화로 대략 2만 원 이내를 불렀다―싶었는데, 직원이 자신 있게 와인을 하나씩 권하기에 멋모르고 구입을 했다.
다행히도 스트라스부르에 와서 유로화로 현금을 쓸 일은 없나보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생이 잠시 들렀다 가자는 젤라또 가게에서 현금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스쿱을 떠놓은 상태에서 도로 물릴 수도 없고, 가지고 있는 현금이라곤 죄다 스위스 프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로화를 뽑기 위해 ATM기를 찾았다. 잘그랑대는 유로화를 거스름돈으로 받은 뒤 그 길로 스트라스부르 역으로 되돌아 왔다.
대성당에서 구텐베르그 광장까지 오는 길은 똑같았지만,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올 때와 달리 그헝 가(Grand Rue)를 따라 이동했다. 때문에 다시 쁘띠 프랑스 일대를 거쳐갈 일도, 국립행정학교를 가로지를 일도 없었다. 스트라스부르 역에서 열차에 올라탄 다음부터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베른 역에서 열차를 갈아탔는데, 환승하는 열차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베른 역 앞 쿱스(Coops)에서 저녁 대용으로 먹을 만한 것들을 샀다.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컵라면에다가 쿱스에서 사온 스시롤, 샐러드를 먹으며 스트라스부르에서 사온 와인을 마셨다. (무슨 조합인지 모르겠다+_+) 우리가 묵은 방 바로 밑이 레스토랑이었는데, 레스토랑에서 마련한 무슨 시즌이라고 해서 차양 너머로 자정이 다 되도록 왁자지껄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올라왔다. 그들이야 어떤 즐거운 시간을 보내든, 우리는 우리의 조촐한 식사를 즐기며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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