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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8 / 무제크성벽(Museggmauer), 몇몇 사진을 주워담으며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10. 00:03
무제크 성벽(Museggmauer)은 카펠교로부터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카펠교 북쪽에 자리잡은 상점가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다수여서 휑하니 한산했다. 몇몇 조명을 밝히고 있는 기념품 가게만이 정처없이 걷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루체른을 상징하는 푸른 색 휘장(徽章)도 별다른 목적을 띠지 않고 홀가분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무제크 성벽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성(城)은 성이니 만큼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야 한다. 우리는 북서 방면으로 주택가를 끼고 길다랗게 나 있는 완만한 산책로를 택했다. 아침햇살을 받아 어둠의 때를 벗겨낸 오랜 주택들은 이제는 평화로운 분위기에 잠겨 있다.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은 담쟁이넝쿨과 꽃들이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처럼 시선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뜨러트린다.
우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리 길지 않은 성벽길을 따라 걷기로 하며, 그 전에 망루에 올라갔다. 망루라고 하기에 제법 큰 규모의 옹벽 안에는 오랜 세월이 스며든 온갖 종류의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각기둥 형태의 망루 안에는 회전하며 오르는 계단이 있는데, 비어 있는 가운데 공간으로 길게 추를 늘어뜨린 어떤 시계는 추의 길이만도 4~5층 길이에 달한다. 대부분이 진자(振子) 운동을 활용한 시계들인데, 공기의 저항으로 인해 언젠가는 진자가 멈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 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제크 성벽은 대학로의 낙산공원이나 부산의 동래읍성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 성벽에 의해 나뉘어진 한쪽 구역과 다른 한쪽 구역의 풍경이 달라진다. 성벽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체육관을 비롯한 생활시설들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언덕배기를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오래된 가옥들과 그 너머 루이스 강, 그리고 비스듬히 강을 가로지르는 카펠교가 보인다.
동생과 엄마와 길이 엇갈린 아버지와 나는 성벽 위에서 성벽 밑에서 거닐고 있다는 두 모녀를 찾았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구경을 마친 우리는 산책로 끝 어느 지점에서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여행이 끝나가는 마당에 동생은 무제크 성벽 일대에 사는 사람들이 유복해 보인다고 했는데, 그렇게 느끼는 건 단지 우리가 며칠 머물렀다 가는 여행객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적한 상점가로 내려온 우리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참새처럼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나는 더 이상 기념품에 관심이 없었고, 다만 아버지와 엄마는 유달리 스위스 칼을 관심 갖고 둘러보신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으셔서 연장이나 도구를 보면 관심이 많으시고, 엄마는 주방용품으로 쓸 만한 것이 있는지 이것저것 재어 보신다. 조금 여유를 갖고 취리히 공항에 가기로 하고, 기념품 구경을 끝으로 스위스 여행을 마쳤다. 출국을 위해 취리히 공항으로 갈 때에는, 입국 후 스위스로 들어왔을 때처럼 취리히 중앙역에서 환승할 필요가 없었다. 몸이 편한 직행 열차임에도 어쩐지 아쉬운 미련이 남았던 건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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