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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학에 관한 두 권의 책일상/book 2016. 9. 10. 11:35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올리버 색스> & <멈출 수 없는 사람들/데이비드 애덤>
요즘은 정말이지 힐링서(書)가 흔해졌다. 모든 서점의 입구에 '행복 관리법'이나 '성공의 열쇠'에 대해 역설하는 각종 자기계발서, 심리학 서적, 또는 에세이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나 역시 뭔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힐링서들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어서 내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기분 전환을 위해 소설을 한 편 읽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힐링서에서 찾고 싶은 내용들을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을 주제로한 서적에서 찾게 되었다.
문제는 힐링서들에 비해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학 서적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번역투가 너무 심해서 읽기 힘든 경우도 있다. 다행히 두 권의 좋은 책을 발견했는데,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지도 않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여 있어서 읽는 데에도 별 부담이 없었다.
먼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신경과 의사였던 저자의 진찰기록 중 특기할 만한 사례를 네 가지 주제(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생리학적/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자아를 지닌 전인격적인 주체로 본다. 자연히 신경질환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처치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을 비롯한 통합적인 치료법을 지향한다. 시종일관 환자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 제2장(과잉)에서는 신경학에서 신경질환을 지닌 환자들을 이론상 '결손'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파악하는 바람에, 일정 분야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일부 환자들의 잠재된 재능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교우위에 놓인 능력치를 끌어올려서 환자를 사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에 대해 저자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은 신경학에 정신건강의학이라는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책이다. 주제가 '강박장애'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올라갔지만, 그에 못지 않게 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질병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강박장애에 대해 소개되고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애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강박장애'에 시달려 온 인물로, 강박장애가 '강박적 성격'과 엄연히 구별되는 질환임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기 위해 노력한다.
올리버 색스와 달리 현업이 의사가 아닌 가디언 지(誌)의 기자이기 때문에, 책에 소개된 임상사례는 본인이 직접 관찰한 내용이 아니라 여러 참고문헌에서 취합한 것들이지만, 누가 봐도 흥미로운 사례들로 꾸려져 있다. 강박장애는 또한 일반적인 '불안장애'와도 구별되는데, 이러한 질환의 발현에 체내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참고) 짧은 소견이지만 시중의 너무나도 많은 힐링서 가운데, '행복'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정리하고 싶다면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추천한다. '불안'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얻고 싶다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도 읽기 쉽게 쓰여진 책이다. 물론 이미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심리학 개설서로는 최근 문답 형식으로 나온 <미움 받을 용기>도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한 대안적 이론을 다루고 있어 인상깊게 읽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고, 어느 책을 골라 읽든 자신의 마음을 살찌운다면 그게 바로 자기계발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