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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字여행/2016 대만 臺北 2016. 5. 10. 00:25
대만은 번체자를 사용한다. 고로 한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점에서 정직하다. 간체자를 쓰는 본토의 경우 저런 한자가 있었던가 하는 어색한 글씨도 많고, 조금만 낯선 한자가 보이면 번체자가 따로 있나 하는 물음표가 따라붙곤 한다. 각설하고 그래서 대만의 길거리는 어딜 가나 빽빽한 한자 투성이다. 영화 <중경삼림>을 연상시키는 후줄근한 거리의 분위기와 여기가 중화권은 중화권이구나 하게 만드는 한자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한글이 가득한 거리를 보며 이런 비슷한 이질감을 느낄까 싶다.
<스펀폭포에서 되돌아 오는 길에, 한 글자로 퉁치기 "천천히 가시오">
<타이베이 중앙역의 광고판,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 :-(>
<핑시에서, 지명은 정말 어렵습니다..>
<지우펀에서, 색감이 특이해서 그냥 찍어본>
<용산사로 향하는 길에, 빛이 바랠대로 바랜 간판 "오토바이(機車) 수리", 오토바이의 도시답다>
<시먼딩에서, 누가 봐도 '킹'>
<융캉제에서, 거리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문구 "주차하지 마시오(請勿停車)">
대만사람들은 특별히 좋아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8. 나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그런데 온갖 8의 집합체가 있으니 바로 타이베이 101 빌딩이다. 마치 컵케익을 층층이 쌓아올린 형상의 이 빌딩은, 총 8개의 단에다가 각 단은 8을 뒤집어 놓은 역사다리꼴이다. 대나무를 본뜬 모양이라고. 게다가 전망대에서 내려올 땐 88층을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빌딩 아래에는 매화 모양의 거대 조각이 설치돼 있으니 대만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한 건축물 안에 다 집어넣은 셈이다.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전망대에서 내려가려면 88층을 거쳐야 한다>
표의문자로 꽉 들어찬 거리를 다니다 보면, 개개의 글자가 자신의 뜻을 최초로 얻었던 수천 년 전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글자가 표현하고 있는 콘텐츠는 글자가 탄생될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그 옛날 글자가 만들어질 때에는 '메릴 스트립'이나 '휴 그랜트'라는 서양 영화배우들의 이름을 적는 데 쓰임새가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반만 년 전에 만들어진 표의문자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어쨌든 한자라는 그릇은 아직까지 국산요리든 수입요리든 잘 담아내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한자 문화권이라고는 하지만 요즈음 거리를 보면 한자보다는 영어가 범람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세태에서 한국어문회에서 국한혼용 추진운동을 벌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말로 쓸 수 있는 것은 우리말을 쓰는 게 좋지 않겠나. 특히 우리 한자어에는 일본에서 수입된 정체불명의 어휘가 너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순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한자에 대한 '교육' 자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급 텍스트를 다룰수록 한자를 많이 아는 것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요새는 영어 공부에만 주력했는데 틈 나는 대로 한자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영어공부도 버거운 상태라는 슬픈 사실;;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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