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묘앞역 환승통로에는 종종 더덕냄새가 난다. 보따리를 늘어놓고 부지런히 더덕을 손질하며 행상하는 할머니들. 6호선 환승통로가 새로 지어지던 십수 년 전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열차를 놓칠까봐 급하게 걸어가는데 스카프에 가려진 할머니의 두꺼운 주름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가시처럼 마음에 박혔다. 잠깐 마음이 아팠고, 그럼에도 쉼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 자신에게 얄팍한 위선 같은 걸 느꼈다. 한창 걷다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채인 기분이었다.
# 중국산 하늘소가 나무 속을 갉아먹어 죽어나는 국산 나무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하늘소를 보며 자연이 회복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던 게 씁쓸하게 여겨졌다. 무언가에게 해로운 생명체가 있고 해롭지 않은 생명체가 따로 있다는 게 아니러니하다. 심지어 해롭지 않은 것들이, 멀쩡히 잘 살아가고 있던 것들이 해로운 것들에 의해 밀려난다. 해로운 것들이 사실 겉만 봐서는 해로운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도 적자생존의 하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