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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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8 / 무제크성벽(Museggmauer), 몇몇 사진을 주워담으며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10. 00:03
무제크 성벽(Museggmauer)은 카펠교로부터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카펠교 북쪽에 자리잡은 상점가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다수여서 휑하니 한산했다. 몇몇 조명을 밝히고 있는 기념품 가게만이 정처없이 걷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루체른을 상징하는 푸른 색 휘장(徽章)도 별다른 목적을 띠지 않고 홀가분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무제크 성벽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성(城)은 성이니 만큼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야 한다. 우리는 북서 방면으로 주택가를 끼고 길다랗게 나 있는 완만한 산책로를 택했다. 아침햇살을 받아 어둠의 때를 벗겨낸 오랜 주택들은 이제는 평화로운 분위기에 잠겨 있다.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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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구텐베르그 또는 귀떵베흐그 거리(街)를 따라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7. 22:50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둘러보는 것은 내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성당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첨탑에 직접 오르는 것이다. 나는 짧은 프랑스어를 이용해 문지기에게 물어, 본당과 분리되어 있는 첨탑 통로에 이르는 길을 확인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올라가실 생각을 일찌감치 접으시고, 성당 앞 테라스에서 커피라도 마시며 기다리시기로 했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오르던 기억이 난다던 동생은 첨탑 전망대에 오르려던 생각을 관두고, 엄마와 함께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버지와 나만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원형 계단을 올라 첨탑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곳곳에 구멍이 난 합금 원통이 달려 있다. 처음에는 안전망을 설치하다가 잘못 남겨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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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에서 대성당(Cathédral de Notre Dame)으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6. 23:08
수줍음이 많은 성격 때문인지 젊은 가게 주인은 이런저런 부탁을 할 때마다 동그란 얼굴을 붉히며 성실하게 치즈를 썰어서 포장해 주었다. 한국에서라면 갑질(?)―결정을 한 번에 내리지 못한 데다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아 여러 번 주문을 바꿔야 했다―이라 할 만큼 번거롭게 부탁을 해도, 눈이 휘둥그레진 주인은 우직하게 치즈를 다룰 뿐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 프랑스어가 어설프다는 걸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진지하게 프랑스어로 치즈를 설명하고 우리가 고개를 갸웃하는 대목에서는 해당 표현을 반복해서 강세를 넣었다는 점이다:) 기분이 풀어진 동생을 보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한 손에 치즈가 한 가득한 가방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평소에 치즈를 즐겨먹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사치를 부리다니!!)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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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2. 00:58
스위스로 날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스트라스부르의 ‘스’도 고민해보지 않았었고, 다만 만약의 옵션으로 바젤에 가게 될 경우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의 국경이 합류하는 지점을 관광하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다. 루체른에서의 일정이 여행 후반부에 잡혀 있다보니, 융프라우와 마테호른에서 다양한 자연경관을 본 우리로썬 루체른 여행에서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지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바젤에 워낙 다양한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온천을 차치하고서라도 바젤을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부모님이 이전에 방문했던 베른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하니 취리히에 버금가는 바젤에서 도시 투어를 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아예 색다른 아이디어를 낸 것이 스트라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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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 루체른(Luzern), 중세와 혁명의 잔해를 누비다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1. 1. 23:00
루체른에서의 일정은 다소 걱정이 되었다. 루체른에 머무르는 날은 다해서 이틀이었는데, 2일째 되는 날은 출국을 위해 취리히로 이동을 해야 했으므로 실제 머무르는 기간은 기껏해야 하루 하고 반나절 정도였다. (출국편 비행기는 밤 늦은 시각에 있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동선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보통 많은 관광객들이 루체른→인터라켄(융프라우) 루트를 택하는 데 반해 우리는 인터라켄(융프라우)→루체른 루트로 동선을 정했더니 사실 루체른에 큰 볼거리가 남아 있지 않아서 동생도 기승전결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게다가 그 사이에 체르마트까지 들렀으니 말이다.) 이미 충분히 만족스럽게 여행했으므로 배부른 푸념이었지만, 여하간 여행 성수기를 피해 일정을 잡는다고 잡았는데도, 남아 있는 숙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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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 수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 : 라이제(Leisee)에서 끝마치다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4. 00:03
일반적으로 라이제에 비친 마테호른을 보는 것이 절경이라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탁트인 슈틸리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코스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라이제에 도착하니 호수 한가운데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관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반면에 슈틸리제와 그린지제는 자연적인 느낌이 묻어나고, 다른 한편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본 그륀제(Grünsee)는 ‘연못’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단히 작았다. 또한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 빛 녹색(Grün)을 띠고 있었다. 모스지제(Mosjesee)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한창 공사중인 상태여서 수시로 레미콘 차량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드나들고 있었는데, 사방이 청정한 이곳 지방에서 흉물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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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 수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 : 슈텔리제(Stellisee)로부터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3. 22:15
체르마트의 2일째 되는 날, 새벽 5시 반경 아침 일찍 키어쉐(Kirche) 다리에 올랐다. 다리에는 나와 아버지 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대부분 일본인들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서 마테호른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동쪽 하늘부터 주위가 환해졌다. 여름임에도 산골짜기여서 그런지 쌀쌀한 아침이었다. 일출 시각을 넘겨도 일명 ‘황금호른’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뜨고 한참이 지나고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마테호른의 사면(斜面)은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음식처럼 샛노랗게 달궈지기는커녕 요지부동이었다. 서광(瑞光)이 사라진 30분이 지나도 마테호른 봉우리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하릴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로 갔다. 결론은 아무리 날씨가 쾌청해도 어떤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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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5 / 체르마트(Zermatt) 시내 이곳저곳,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여행/2019 스위스 종단여행 2019. 10. 20. 00:15
일찌감치 시내에 내려와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 엄마와 동생이 부러웠을 만큼 하이킹 후 체력이 달리는 상황. 저녁까지 시간이 꽤 남은 상태여서 동생과 시내에 나가 기념품을 좀 사기로 했다. 9일 일정에서 어느 덧 두 번째 도시에 이른 만큼 슬슬 기념품을 챙겨야겠다 싶었는데, 회사 동료들에게 줄 간단한 기념품과 무엇보다 치즈를 사갈 생각이었다. 치즈를 부탁한 사람(quelqu'un)이 있어서 여행하는 동안 거리에 치즈가게(fromagerie)가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치즈를 활용한 요리는 많은데도 정작 치즈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정육점(boucherie)에서 치즈를 취급하나 진열장을 들여다봐도 치즈는 거의 없었다. 물론!! 베른이나 툰의 재래시장에 갔을 때 내가 찾던 치즈—정말 통으로 돼서 필요한 만큼 썰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