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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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독후감 세 편일상/book 2022. 7. 15. 16:21
『토지』, 박경리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무대공간이 확연히 넓어졌다. 1부에서는 지리산 자락 하동이 무대의 전부였다면, 2부에서는 서울은 물론 간도와 연해주, 중국을 아우르는 공간적 무대가 펼쳐진다. 빠른 공간적 팽창에 맞물려 서사도 숨가쁘게 흘러가는 듯하다. 김훈장의 죽음, 길상과 서희의 혼인은 무너져가는 구한말의 신분제를 보여주는 한편, 조준구의 몰락과 김두수의 등장은 외세와 결탁한 기회주의자들이 전면에서 움직이는 당시의 혼탁한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이 소설은 중학교 때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된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원제인 『노르웨이 숲』을 『상실의 시대』라 번안한 건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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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혼자서일상/book 2022. 7. 9. 23:27
바다의 시간은 상륙하지 않았다. 바다는 늘 처음이었고, 신생(新生)의 파도들이 다가오는 시간 속으로 출렁거렸다. 아침에, 고래의 대열은 빛이 퍼지는 수평선 쪽으로 나아갔다. 고래들이 물위로 치솟을 때 대가리에서 아침햇살이 튕겼고, 곤두박질쳐서 잠길 때 꼬리지느러미에서 빛의 가루들이 흩어졌다. —p. 10 달이 밝은 밤에는 빈 것이 가득차 있었고 안개가 낀 날에는 가득찬 것이 비어 있었다. —p. 30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고 거북해서 발음이 되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세월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세월은 다시 세월을 풍화시켜간다. —p. 129~130 우기에 열차들은 대가리로 빗줄기를 들이받아 안개를 일으켰다. 열차 지붕에서 물보라가 날렸다. 물보라는 집현전 건너편 언덕 사육신 묘지까지 끼쳐갔다. 열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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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下)일상/book 2022. 7. 7. 15:27
「もし現実の世界にこういうデウス・エクス・マキナというのがあったとしたら、これは楽でしょうね。困ったな、身動き取れないなと思ったら神様が上からスルスルと降りてきて全部処理してくれるわけですからね。こんな楽なことはない。」 —p. 80 「だからね、時々俺は世間を見回して本当にうんざりするんだ。どうしてこいつらは努力というものをしないんだろう、努力もせずに不公平ばかり言うんだろうってね。」 僕はあきれて永沢さんの顔をながめた。「僕の目から見れば世の中の人々は随分あくせく身を粉にして働いてるような印象を受けるんですが、僕の見方は間違ってるんでしょうか。」 「あれは努力じゃなくてただの労働だ」と永沢さんは簡単に言った。「俺のいう努力というのはそういうのじゃない。努力というのはもっと主体的に目的的になされる物のことだ。」 —p. 100 「俺とワタナベには似ているところがあるんだよ」と永沢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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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일상/book 2022. 5. 30. 05:25
“……그네들의 종교는 신비라기보다 실질이오. 일찍이 우리 신라 중들이 당나라 불교계를 주름잡았던 일은 오늘 이 시점에서도 납득될 수 있는 일 아니겠소? 그들에게는 신비하거나 황당무계한 것에도 육신의 활동이 따르는 법이오. 중들이 무예를 익히는 것 소위 도술이지요. 살생계를 범하고 드는 게지요. 우리 조선 중, 의상이나 원효에게서 피비린내를 생각할 수 있겠소? 종교의 본질로 봐서는 우리 쪽이 깊다면 깊은 거지요. 우리 조선에선 유교만 해도 그렇지요. 학문으로서만 높이 올라갔고 실생활에서는 도통 쓸모가 없었어요. 그야 실학을 도외시하고 예학만을 숭상하였으니 일반 백성들에겐 조상의 묘 지키는 것과 선영봉사 하는 것 이외 가르친 것이 없구요. 충절까지도 선비들이 독점하였으니, 동학은 또 어떠한가 하면은 천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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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일상/book 2022. 4. 29. 04:27
"바람도 번뇌요 시냇물도 번뇌요, 산새들 짐승울음, 철 따라서 피고 지는 산꽃들, 그 어느 하나 소리와 형체를 겸하지 않는 것이 없을 터인데 심산유곡이라고 현세가 아니란 말이가, 사시장철 목숨의 소리들은 충만하여 있거늘," —p. 97~98 김주사도 되고 김선생도 되고 김길상 씨도 되고 면전에서 웃고 굽실거리는 얼굴들이 돌아서면은 퇴! 하고 침 뱉어가며 하인 놈 푼수에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더라고 거들먹거리는 꼴 눈꼴시어 못 보겠다, 고작 한다는 말이 그 말일 터인데. 서희라고 예외일 수 있는가. 시기와 조롱을 면전에서는 교묘히 감추는 뭇시선 속에 상처받기론 마찬가지다. 그 상처를 서로 감추고 못 본 첫한다. 왜 드러내 보이고 만져주고 하질 못하는가. 길상은 가끔 옥이네와의 생활을 생각할 때가 있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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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6일상/book 2022. 3. 28. 18:24
‘신발이란…… 발에 맞아야 하고…… 사람의 짝도 푼수에 맞아야 하는 법인데…… 훈장어른 말씀이 옳습니다. 옳다마다요. 야합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일 있을 수 없지요…… 서희 그 아이가 실리에 너무 눈이 어두워서…… 네에. 야합이 아닌 다음에야. 옳은 말씀이오. 옳다마다요.’ 함성 같은 것이 목구멍에서 꾸럭꾸럭 소리를 내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서운 심연을 본 어제 충격이 가슴 바닥에서 아직 울렁거리고 있다. 두 어깨가 축 처지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았던 이동진의 얼굴이 크게 커다랗게 눈앞에서 확대되어 간다. 차츰 바닥에서 울렁거리고 있는 것은 실상 충격이기보다 두려움이다. 오싹오싹해지는 공포감이다. 도둑이 칼을 들고 덤비는 것보다 더한 무서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미움도 사랑도 없는 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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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上)일상/book 2022. 3. 21. 06:21
もっと昔、ぼくがまだ若く、その記憶がずっと鮮明だった頃、ぼくは直子について書いてみようと試みたことが何度かある。でもその時は一行たりとも書くことができなかった。その最初の一行さえ出てくれば、あとは何もかもすらすら書いてしまえるだろうということはよくわっかていたのだけれど、その一行がどうしても出てこなかったのだ。あまりにも克明な地図が、克明にすぎて時として役に立たないのと同じことだ。でも今は分かる。結局のところ—と僕は思う—文章という不完全な容器に盛ることができるのは不完全な記憶や不完全な思い出しかないのだ。 —p. 18 死は生の対極してではなく、その一部として存在している。 —p. 46 「ある種の人々にとって愛というのはすごくささやかな、あるいは下らないところから始まるのよ。そこからじゃないと始まらないよ。」 —p. 141 「わたしが怖いのは、そういうタイプの死なのよ。ゆっくり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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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일상/book 2022. 3. 9. 06:17
"우리는 사진을 통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만을 기억한다.The problem is not that people remember through photographs, but that they remember only the photographs."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이미지 속에 살아가는 나머지, 이미지에 너무 둔감해져서 우리가 어떤 이미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지, 어떤 이미지를 취사선택하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알아야 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만을 안다는 수전 손택의 말은 틀리지 않다. 우리는 이미지 속 누군가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아도 상투적으로 가볍게 반응할 뿐, 그 고통을 헤아리지는 못한다. 사진은 19세기 말엽부터 회화(繪畵)를 대체해 '타인의 고통'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