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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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향수(La Nostalgie heureuse)일상/book 2023. 1. 5. 10:37
C’est un phénomène qui m’arrive souvent, surtout avec les miens: je veux confier quelque chose qui me paraît important et le mécanisme se bloque. Ce n’est pas physique, il me reste de la voix. C’est de nature logique. Je suis assaillié par cette interrogation : « Pourquoi le dirais-je ? » —p. 19~20 Bien plus tard, j’ai découverte que celle-ci était méprisée en Occident, qu’il s’agissait d’une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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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없는 삶일상/film 2022. 12. 28. 18:19
온풍기 앞에서 노곤노곤 꾸벅꾸벅 졸면서 관람한 영화라 리뷰다운 리뷰를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어쩐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레오(Léo)라는 꼬마는 스스로를 레올로(Léolo)라고 명명한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둘러싼 병적인 여건을 통과할 수 있는 해방구를 찾아나간다. 레오 가족의 병적인 모습들은 레오로 하여금 어린 아이다운 발랄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어두침침한 은신처로써의 뒤틀린 환상을 부추긴다. 변기 위에 올라앉아 '밀어 내(Pousse)!'라며 고함치는 레오의 엄마, 레오가 익사 직전에 이르기까지 그의 머리를 물에 처박는 할아버지, 동네 깡패에게 겁박을 당한 뒤 근육을 키우는 데 강박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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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nd Let Die일상/film 2022. 12. 12. 16:05
오랜만에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보고 왔다. 이후 그의 두 번째 로맨스 영화다. 두 작품 모두 폴 토마스 앤더슨 특유의 코믹적 요소와 독특하고 기발한 구성이 눈에 띤다. 다만 의 주인공들의 나이가 더 어리고—극중 개리는 15살로 25살 알라나를 꼬시는 것으로 나온다—영화의 배경도 1970년대 캘리포니아여서인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더 풋풋하고 아련한 느낌이 있다. '개리' 역을 맡은 쿠퍼 호프먼은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아들로 를 통해 데뷔했다는 걸 관람한 후에야 알았는데, 뒤늦게 그의 이목구비와 다부진 말투에서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편 영화에서는 '리코리쉬 피자'의 뜻을 추론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리코리쉬 피자'는 70년대 남캘리포니아에 실재하던 레코드샵을 가리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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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찰나, 허영과 본질일상/film 2022. 12. 8. 22:15
피노키오. 참 익숙하고 정겹기까지 한 캐릭터의 이름이다. 이름만 들었을 땐 디즈니 사에서 만든 고깔 모자의 피노키오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캐릭터 상품으로만 접했을 뿐 정작 피노키오 이야기를 하나의 서사(敍事)로 접해본 적은 없었고,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애니메이션화했다고 하기에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일단은 영화의 배경이 무솔리니 통치 하의 이탈리아여서 동심을 자극하는 이 나무 캐릭터가 사실은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물인가 싶지만, 좀 더 정보를 찾아보니 피노키오라는 작품은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에 의해 1883년에 처음 발표되었다고 하니, 기예르모 델 토로가 차용한 시대적 서사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피노키오가 요정으로부터 영혼을 얻을 때 처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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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일상/book 2022. 12. 5. 10:30
[욥 3:3~5] "내가 태어난 날아, 사라져라. 내가 잉태된 그 밤아. 없어져 버려라! 우주공간의 블랙홀처럼 되어 버려라. 위에 계신 하나님이 그날을 잊어 주셨으면! 그날을 책에서 지워버리셨으면! 내가 태어난 그날이 짙은 어둠 속에 묻히고 안개에 싸였으면! 밤이 그날을 삼켜 버렸다면! [욥 3:24~26] 저녁식사로 빵 대신 신음만 삼키다 식탁을 물리고 고통을 토해 낸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가장 무서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쉼이 산산조각 나고, 평안이 깨졌다. 내게 더 이상 안식은 없다. 죽음이 내 삶을 덮쳤구나." [욥 21:17~18] 악한 자들이 실패하거나 재앙을 겪거나 응분의 벌을 받는 일이 몇 번이나 있던가? 불운을 겪는 경우는 또 몇 번이나 있던가? [욥 3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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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未完)의 제국 이야기일상/book 2022. 11. 25. 17:39
한때 합스부르크 제국이라 불렸던 정체(政體)는 오늘날의 독일이나 미국만큼의 연방제로도 발달하지 못한, 아주 느슨한 형태의 나라였다. 책에 나온 문장대로,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 역사에서 책의 한 챕터가 종료되었다는 걸 의미했다면, 양차대전 사이에 공중분해된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한 권의 책 자체가 완결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난립한 제후국의 권한이 고스란히 유지되었던 신성로마제국의 정치체제가 도저히 단일한 정치적 성격으로 묶일 수 없는 괴물같은 실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합스부르크 제국 또한 끝끝내 중앙집권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실패한다. 그럼에도 1814~1815년 빈 회의를 거치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냈던 한 국가가 불과 100년 사이에 지도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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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이유일상/film 2022. 11. 24. 23:23
근래에 '가족'을 주제로 한 아주 좋은 영화 두 편을 봤다. 그 첫 번째 영화가 이다. 15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다채로운 화면들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아주 꽉꽉 담겨 있어서 뇌에 과부하가 걸릴 만큼(?)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는 에블린이라는 주인공이 선택하는 또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녀의 선택이 보여주듯이 우리가 걷는 인생의 경로는 하나의 통계적 가능성에 다른 통계적 가능성이 겹쳐지면서 윤곽을 잡아간다. 가능성의 망(net) 위에서 다음 노드(node)로 넘어가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선택되지 않은 세계는 미지의 가능성으로 남는다. "You Are Not Unlovable. There Is Always Something 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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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변해가네일상/film 2022. 11. 16. 21:29
기나긴 영화 가뭄(?)의 시간이 지나고 최근에 몇 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반드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요 근래 뜨거워진(..?) 두뇌도 식힐 겸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은 사실 제목과 포스터만 봐서는 다정다감한 가족 드라마를 기대했다. 물론 가족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카탈루냐 지방에서 농토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거칠게 말해서 지주-소작농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런 문제가 아직까지 현대 사회에 남아있다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통보에 따라 키메트 일가가 일구는 복숭아 농사는 올해가 끝이다. 올 여름을 넘기고 나면 복숭아 나무는 밀릴 것이고 그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키메트 가족은 몇 대에 걸쳐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