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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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일상/book 2021. 8. 17. 13:53
[성파] 중요한 건 쓸데없는 걸 많이 아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죠. 모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그게 가장 큰 병입니다. —p. 33 [데니스 노블] 지금 현실적인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당면한 문제를 줄일 수 있는지 묻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런 질문을 해야 즉각 도움이 되는 답을 얻을 수 있어요. —p. 56 [도법] 그럼 부처님이 말하는 실재는 어떨까요? 바다와 파도는 분리될 수 없고 동시에 존재하는 거죠. 바다가 파도고, 파도가 바다고. 이걸 영원하다고 단정하면 파도의 의미가 없어지고, 허무하다고 단정하면 바다의 의미가 없어져요. —p. 71 [도법]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와 같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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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일본 영화일상/film 2021. 8. 16. 17:51
ゴンドラの唄 /곤돌라의 노래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朱き唇、褪せぬ間に、/붉은 입술, 시들지 않는 동안에 熱き血液の冷えぬ間に /뜨거운 피, 식지 않는 동안에 明日の月日のないものを。/내일의 시간이란 없소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いざ手を取りて彼の舟に、/자, 손을 맞잡고 그의 배에 いざ燃ゆる頬を君が頬に /자, 타오르는 뺨에 그대의 뺨을 こゝには誰れも來ぬものを。/여기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터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波にたゞよひ波の様に、파도에 떠도는 파도처럼 君が柔手を我が肩に /그대의 부드러운 손을 내 어깨에 こゝには人目ないものを。/여기에는 보는 이가 없으니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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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저편일상/book 2021. 8. 11. 02:16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오랫동안 내 서가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두꺼운 책이다. 출판사 의 창립 30주년 전집 가운데 아직까지 읽지 않은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은 여러 문학작품, 사회과학 서적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어서, 그의 책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음에도 어쩐지 그의 이론을 얼추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원전을 읽고 나면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 보임으로써 철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을 망라하여 무수히 많은 학문적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고 흔히 얘기된다. 하지만 꿈-해석이라는 분야가 이전부터 어떠한 경로를 걸어왔는지 프로이트가 서두에 밝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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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해석 [갈무리]일상/book 2021. 8. 9. 18:05
꿈의 기억 방법은 일반적으로 모든 기억 이론에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는 것을 알려 준다. —p. 50 꿈-요소들은 결코 단순한 표상이 아니라, 깨어 있는 감각의 중개를 통해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낱말 형상과 언어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반면, 꿈에서는 현실적인 감각 형상으로 생각하고 사고한다. 게다가 꿈에서는 깨어 있을 때처럼 감각과 형상들이 외부 공간에 자리함으로써 공간 역시 의식된다. 그러므로 꿈속에서 지각 및 형상에 대한 정신의 관계는 깨어 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신이 착각을 일으킨다면, 그 이유는 수면 상태에서는 지각되는 감각이 외부에서 오는지 내부에서 오는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은 객관적 실재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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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등사(獻燈使)일상/book 2021. 7. 30. 00:53
요 근래 도쿄 올림픽이 열리면서 종종 일본 언론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일본사회가 전반적으로 국수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주변국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을 부풀려 일반화한다든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비하하고, 자국 정부의 외교적인 실언이나 판단착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합리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일본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이 글은, 비록 지금은 베를린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소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무메이(無名; "이름없음")라는 병약한 꼬마의 성장 없는 성장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점이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 지금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소설이 발표된 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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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독일 영화일상/film 2021. 7. 25. 16:28
Du stehst am Strand und schmeckst den salzigen Geruch des Windes der über das Meer kommt, im Bauch das warme Gefühl grenzenloser Freiheit und auf deinen Lippen den bitteren tränendurchtränkten Kuss deiner Geliebten. 해변에선 짜릿한 소금내 바람은 파도에 씻겨지고 뱃속은 무한한 자유의 따사로움으로 가득 차네 입술에는 연인의 눈물 젖은 키스가 쓰게만 느껴지네 Weißt du denn nicht wie das ist, wenn du in den Himmel kommst? Im Himmel da reden die über nix ande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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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소돔과 고모라 II일상/book 2021. 7. 22. 17:19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만연체가 많다. 이 부분은 다시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데, 우선 프랑스어의 운율을 모른 채 번역본을 읽을 때는 만연체가 함축한 리듬을 파악하기 어렵다. 각주에 프랑스어로 어떤 언어유희가 활용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아무래도 유머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다 만연체로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밀도있게 이뤄지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한 권을 다 읽어도 며칠에 걸친 스토리이거나 기껏해야 한 계절에 걸친 스토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달리 말하면 프루스트는 '시간'을 귀중한 물건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듯 아주 치밀하게 써내려간다. 한참 몰입해서 읽고 있는데 문득 아직 한 장면이 끝나지도 않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