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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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일상/book 2021. 11. 3. 09:27
얼마전 한 주 정도 번아웃이 왔던 것 같다. 결정내리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뤄온 문제들도 있었고 해야 할 거리도 많았다. (또는 많다고 느꼈다.) 잠시 숨돌릴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던 지난 주 집어든 책이 「쇼코의 미소」다. 최대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던지라, 무라카미의 짧은 에세이라도 원서로 읽어볼까 했지만 서점에 소개된 게 그리 많지 않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페렉의 「인생사용법」은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두께가 꽤 나가서 조금 읽다가 말았다. 결국 번역을 거치지 않은 우리말이면서 서정적인 서사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쇼코의 미소」로 손이 갔는데, 사실 이 책은 성석제의 글과 더불어서 꽤 오래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책의 말미에 문학평론가는 무덤덤하게 꾸밈없이 글을 쓰면서도 흡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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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쿨다운일상/film 2021. 10. 28. 00:34
하루는 머리 꼭지까지 차오른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영화관에 갔다. 한동안 심야시간대에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 근래에는 꽤 늦은 시각까지 상영하는 영화가 있었다. 기분이 기분인 만큼 정적인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고, 액션이 가득한 영화 중에 아니면 가 보고 싶었다. 시리즈는 개봉을 한지가 좀 되었는지 가까운 곳에 상영관이 없었고, 은 상영하는 곳이 많아서 부랴부랴 가까운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기 며칠 전 강남역 일대에서 을 크게 홍보하는 광고판을 보며 그냥 지나쳤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 딱히 기대도 없었지만 막상 보니 재미있었다. (사실 내게 재미없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_=) 아무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영화의 소재다. 영화는 사막을 무대로 하고 있고 꽤나 종교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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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타임; 조각글일상/coffee 2021. 10. 14. 01:06
# 올 가을은 책을 한 권도 집어들지 못하다. 사적인 독서가 줄어드니 심각하게 일상이 삭막해진 느낌이다. 촉촉함은 사라지고 드라이함만이..정글이 사막이 된 느낌이다. # 얼마전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다. 정말 달라진 게 없구나 싶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구석도 또한 그럼에도 좋았던 면도.. 그리고 얼마만에 만났는데도 이렇게 어색함이 없을 수 있는 것인가. #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발음과 리에종에 예외가 너무 많아 je suis désolée하다며 두 손 모아 해맑게 웃으시는 프랑스인 교수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허허 덩달아 웃음이... 또 예외냐,라는 허망한 웃음 5%, 하나 배워간다는 즐거움 95%. 그래도 평생 접해볼 일 없을 프랑스 문학을 발췌문이기는 하지만 원전으로 보는 묘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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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mes after Z일상/film 2021. 10. 13. 15:41
이 영화를 본지는 좀 되었다. 기록을 남겨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3주 정도 시간이 흘러 기록을 남긴다. 영화는 모처럼 신촌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분전환도 할 겸 소규모 극장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상영하는 곳을 찾아보았었다. 그리고 신촌에 들를 일을 만들어서 겸사겸사 반 년 만에 신촌으로 향했다. 사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던 중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뉴스는 종로3가의 서울극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었다. 서울극장의 상영시간표는 어떻게 되나 검색을 해보았는데, 아무런 검색 결과도 뜨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종종 휴관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더 찾다보니 폐관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몇몇 블로그의 제목을 보니 이미 아듀 이벤트까지 한 달 간 진행했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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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농(濃濃)일상/music 2021. 10. 2. 20:23
영화 의 사운드트랙 정보를 찾아보려는데, 음악을 맡은 Tobias Wagner에 관해서는 정보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그의 곡 몇 개를 건질 수 있었다. 영화에 쓰였던 음악은 아니지만 Lauf junge lauf, Knopf, Where God likes to be 같은 곡들이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베이스의 울림이 잘 드러나는 잔잔한 음악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도 한동안 사운드클라우드를 계속 서핑하다가 발견한 곡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들이 만든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곡들이다. 아무래도 사운드클라우드가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인지, 조금 색다른 분위기의 유럽 음악들이 많은 것 같다. 요새 맨날 듣는 곡이 똑같아서 좀 다른 곡들이 듣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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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사일상/book 2021. 9. 23. 14:19
역사책을 읽는 건 언제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사실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상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연도나 인물을 달달 외우지는 못한다. 그냥 역사책을 읽는다는 건, 여러 제국들의 흥망성쇠,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거대한 변화들을 접한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흥미를 당긴다. 중앙아시아사에 관한 책은 이전부터 읽어보려고 몇 권을 봐두었었다. 결국 피터 B. 골든의 「중앙아시아사: 볼가강에서 몽골까지」를 택한 건 가장 간명하게 중앙아시아사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엽적인 시기 또는 국가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개괄적인 글이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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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양조위(梁朝偉)일상/film 2021. 9. 16. 20:02
마블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보려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B의 강력한 비추가 아니었다면 그냥 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건 어쩐지 더 해보고 싶은 법. 보지 말라는 영화라고 하니 더 보고 싶어졌다. 실제로 여러 평점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의 평점은 다른 마블 영화들보다는 낮은 편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낮은 기대치를 안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은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는 아시안이 주인공 히어로로 등장하는 첫 마블 영화인데, 미국인들이 아시안에 대해 갖는 스테레오타입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양문화를 충실히 표현하려는 노력도 엿보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아직까지 중국 본토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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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일상/film 2021. 9. 14. 21:36
근래에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연작을 봤다. 다해서 의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연작에서 차용한 색깔들은 프랑스 국기에 쓰이는 삼색(la tricolore)과 같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색깔을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와 연결짓는 것도 생각해볼 법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각 영화가 자유(liberté), 평등(égalité), 박애(fraternité)와 관련이 있었던가 되짚어보면 그리 말끔히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는다.(=_=) 연작은 수상 이력이 대단히 화려한 영화들이기도 하다. 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는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니, 영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