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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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들일상/book 2021. 5. 17. 13:43
우리가 말하는 ‘헤게모니적 실천’은 절합의 실천인바, 이런 실천을 통해 일정한 질서가 창출되고 사회적 제도들의 의미가 고정된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모든 질서는 우발적 실천들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절합이다. 사태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모든 질서는 [이런] 다른 가능성의 배제에 근거해 있다. 어떤 질서든 항상 권력 관계들의 특정한 배치의 표현이다. 일정한 순간에, 그에 수반되는 상식[공통 감각/의미]과 함께 ‘본래적’ 질서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누적된 헤게모니적 실천의 결과이지, 그런 결과를 가져온 실천과는 하등의 상관없이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존재하는 객관성의 발현물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질서는 또 다른 형태의 헤게모니를 세우기 위해 그 질서를 탈구시키려는 대향헤게모니적 실천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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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You Down The Road일상/film 2021. 5. 6. 16:08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s declines.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dimmed.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Nor lose pos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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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일상/book 2021. 5. 5. 22:50
최근 ‘불평등’을 테마로 여러 글들을 읽고 있다. 가령 경제적 자본과 관련하여서는 칼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사회적 자본과 관련하여서는 막스 베버의 글을, 문화적 자본과 관련하여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글을 찾아 읽는 식이다. 어느 글이든 해당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발생하는 격차 또는 갈등에 대해서 다루는데, 늘 그렇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불평등 문제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기보다는 복잡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의 알맹이에서 멀어져서 그렇다기보다는, 알맹이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은데 아직 윤곽이 또렷하지 않아서 답답한 그런 느낌에 가깝지 않나 싶다. 불평등이라는 건 계급에 대한 인식이나 계층구조와 떼어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누가 얼마만큼 권력을 할당받는지, 의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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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일상/book 2021. 5. 2. 20:16
집에 있는 나보코프의 책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절망’.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말미에 달려 있는 옮긴이의 글까지 읽어볼 필요가 있었다. 옮긴이의 글을 읽지 않더라도 도플갱어의 조우(遭遇)를 그린 이 이야기를 읽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왜 하필 도플갱어—게르만과 펠릭스—를 등장시켰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출신의 망명작가로서 러시아 문학을 바라보는 나보코프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푸슈킨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와 작품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죄와 벌」 정도는 읽었지만 나머지는 영 낯설다. 작중 작가로 표현되는 게르만이라는 인물은 작가로서의 출세에 심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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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遊年)일상/music 2021. 4. 23. 17:36
내가 아는 일본 대중문화는 대체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 길을 걷다가 어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는데, 특정한 대목이 어떤 노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떤 대목이 떠올랐던 건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다른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 들었던 한 일본 가요를 떠올렸다는 걸 깨달았다. 쓰는 악기나 기법이 살짝 비슷하면 가사와 멜로디가 완전히 달라도 또 다른 음악을 연상시킬 때가 있는 법이다. 마침 이날은 우연히도 작곡과 교수의 수업을 들었었다. (요즘 이런저런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다.) “음악이란 비의미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음악 수업을 들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음악이란 무엇이며 작곡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수업을 듣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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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분노(une société en colère)일상/film 2021. 4. 22. 16:35
“Mes amis, retenez bien ceci,il n’y a ni mauvaises herbes, ni mauvais hommes,il n’y a que de mauvais cultivateurs.” —Victor Hugo "개가 짖기 위해서는 물고 있는 걸 내려놔야겠지요." —극중 살라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지가 오래되었다. 비루한 사람들, Les misérables. 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2012년 군 복무중에 봤던 뮤지컬 영화 이 생각나기도 해서, 2019년도 버전으로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번 영화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나한테만 좋은 일이지만(;;) 영화관에 나 혼자뿐이어서 맘 편히 영화를 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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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충분히 가까이에 있는 것일상/film 2021. 4. 17. 00:35
샤이아 라보프는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작품이 . 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에서도 그를 인상깊게 보았다. 에서는 반항적이고 음침하고 드문드문 순진한 모습이 드러나는 선한 역할을 맡는데, 샤이아 라보프가 맡는 역할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사실 요 근래 어떤 영화가 새로 나왔는지 아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라 그런지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가 적지 않았다. , 과의 경합 끝에 으로 낙점:P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그냥 좋았다. 노스 캐롤라이나가 배경인 영화에는 늪이나 수풀, 바닷가가 번갈아 나오는데 어릴 적 읽었던 을 떠올리게 했다. 에서 무대가 되었던 미주리주가 그러했듯이 노스 캐롤라이나 역시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도를 옹호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