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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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V: 혁명: 농지개혁부터 드루수스의 개혁 시도까지일상/book 2021. 3. 15. 02:59
멀리서는 이렇게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사태는 전혀 달랐다. 귀족정 정부는 스스로의 업적을 망가뜨린 모든 일을 행하고 있었다. 칸나이 패자와 자마 승자의 아들과 손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원로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다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고한 부와 물려받은 정치적 지위를 가진 소수의 폐쇄적 가문들이 정부를 이끄는 곳에서, 이들은 위기의 시대에는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끈질긴 일관성과 영웅적 희생정신을 발휘했고, 평화의 시기에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이고 느슨하게 국가를 운영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세습과 동료제에 있었다. 병원 물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이것을 키우는 데는 우연이라는 태양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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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Time일상/coffee 2021. 3. 14. 16:19
나는 존중받는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는 오늘날 가장 빠르게 희미해져가는 미덕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성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감정적 존재이기도 하다. 무수히 얽힌 관계에서 팩트체크를 하는 것 역시 의미 있지만,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 역시 필요한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뉴스와 생활정보, 가십, 스캔들은 과잉이다 싶을 만큼 흘러넘치지만, 이토록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섭취해도 섭취해도 포만감이 들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어떤 형태의 영양 불균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성에 대한 과신으로 타인을 힐난할 권위를 획득하고, 낙인 찍을 자격을 얻고, 평가절하할 기회를 갖고, 그렇게 알량한 자존감을 근근이 채워나가는 동안 정작 필수적인 감정—관계 안에서의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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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일상/book 2021. 3. 4. 05:50
......이 세상은 사랑과 이별이 멸종된 이후의 세계 같았다. 사랑 없는 세대의 연애와 이별 없는 세대의 무감만이 횡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 무감한 청춘들에게서 다른 면모에서의 삶의 방식을 정비하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커다래진 시대.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시대. 쉽게 변질되는 사랑과 쉽게 인성을 망가뜨리는 이별을 겪는 일을 이 시대의 청춘들은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 연민도 시혜도 자기 자신에게 우선권을 주고, 물질적・정서적 풍요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우선권을 준다. 배려도 스스로에게 하고, 돌봄과 아낌도 희생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행한다. 식당에서 물만 셀프로 따라 먹는 게 아니라, 주유소에서 주유만 셀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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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일상/book 2021. 3. 3. 11:07
One of the great drawbacks to self-centered passions is that they afford so little variety in life. The man who loves only himself cannot, it is true, be accused of promiscuity in his affection, but he is bound in the end to suffer intolerable boredom from the invariable sameness of the object of his devotion. The man who suffers from a sense of sin is suffering from a particular kind of self-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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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폴 토마스 앤더슨일상/film 2021. 3. 1. 01:08
Free to go where you please. Then go. Go to that landless latitude, and good luck. For if you figure a way to live without serving a master... any master... then let the rest us know, will you? For you’d be the first person in the history of the world. In my dream, you said you’d... you figured out where we met. I went back and I found it. I recalled you and I working together... in Paris. We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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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일상/music 2021. 2. 13. 02:21
1922년 김소월 시인이 발표한 시(詩). 1967년 가수 김정희에 의해 노래로 불려진 뒤 72년 정미조를 통해 다시금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노래이자, 2017년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곡. 한 세기를 이어온 운율.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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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일상/book 2021. 2. 12. 18:11
이 무렵 그녀가 산보하는 시간은 어둠이 깔린 다음이었다. 이런 시간에 숲으로 들어가면 그녀는 조금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빛과 어둠이 너무나 고르게 평형을 이루어, 낮의 압박과 밤의 긴장이 서로 중화되고 그래서 절대적 정신의 자유가 허용되는 정확한 저녁 순간을 그녀는 간발의 차이로 알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불운이 최소한의 차원으로 축소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시각이었다. 그녀에게 어둠은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오직 한 가지 생각은 인간을—집단으로 뭉치면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하나의 단위 속에서는 그렇게 보잘것없고 불쌍하기까지 한, 세상이라 불리는 냉랭한 집합체를—어떻게 피하는가 하는 것 같았다. 이 고독한 언덕과 골짜기에서 그녀의 조용한 발걸음은 그녀가 움직여 가는 자연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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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IV: 희랍 도시국가들의 복속일상/book 2021. 2. 4. 00:02
로마인들은 항상 자신들이 정복 정책을 추구한 적이 없으며 언제나 자신들이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상투적인 언명이 아니었다. 시킬리아와의 전쟁은 예외로, 모든 위대한 전쟁들, 즉 한니발이나 안티오코스와의 전쟁, 또 중요성에서 덜 하지 않은 필립포스와 페르세우스와의 전쟁 속으로 로마는 사실상—직접적 공격 또는 기존 정치 상황에 대한 전대미문의 교란에 의해—끌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리하여 통장 기습적인 전쟁 발발에 경악했다. 로마가 승전 후 무엇보다도 이탈리아의 자기 이익을 위한 절제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 예컨대 히스파니아의 보유, 아프리카에 대한 후견 책임의 인수, 특히 전체 희랍인에게 자유를 부여한다는 이상적인 계획 모두가 이탈리아 정책에 반하는 심각한 오류였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그지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