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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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역사일상/book 2017. 3. 5. 00:05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불가피하게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 각국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것 같다. 맨 처음으로 읽었던 게 유럽의 서쪽 끝 였다. 그 다음이 유럽의 동쪽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였다. 이후 프랑스사-영국사-독일사 순으로 읽다보니, 를 읽기에 이르렀다. 맨처음 를 읽을 때에는, 이렇게 유럽의 역사를 쭈욱 훑어보자는 구상을 했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발칸사에 이르렀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탈리아의 역사'도 읽고 싶기는 하지만, 독일처럼 통일국가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적당한 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아직 북유럽의 역사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역시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읽어봐야겠다. 북유럽은 '신화'를 주제로한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원래 독일사에 관한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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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일상/book 2017. 3. 3. 15:33
# 들어가면서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찾아본 책들이 몇 권 있다. 파테푸르 시크리를 다녀오던 날 버스에서 헝가리 친구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동유럽의 역사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독일사'와 '발칸의 역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권의 책에서 헝가리에 대한 부분만 쏙 빠져 있다. 독일사에 관하여 내가 읽은 책은 정확히 '도이치 제국'을 다루는데, 합스부르크 왕가(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국가)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이 가운데 '도이치'라는 이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문제만이 다뤄지고 있다. 반면 발칸의 역사도 헝가리 문제는 살짝 빗겨서 다루고 있다. '루마니아'와 헝가리가 영토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 대한 언급은 잠깐씩 등장해도, 본질적으로 '동방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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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ttle Boy Under Moonlight일상/film 2017. 3. 2. 00:05
i. a little후안 왈 "할머니는 말씀하셨지. 달빛 아래에선 흑인도 파랗게 보여." 달빛 아래에선 흑인도, 백인도 얼굴색이 사라져 버린다.달빛이 너를 비추듯 너의 얼굴색에 개의치 않고 네 자신의 색깔을 찾아라, 작은 소년이여. ii. chiron샤이론은 케빈에게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사회적 약자―흑인―이자, 또한 사회적 약자―성소수자―인 샤이론.사회적 약자가 치러야 할 대가인 것인가, 샤이론은 하나의 의례(議禮)를 거쳐야 했으니..그것은 린치.케빈의 주먹에 그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고 그의 학창시절도 막을 내린다.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검디 검은 암흑 뿐. iii. black블랙이 숨어든 곳은 검은 세계흑인에게는 고통이 숙명인 것일까.10년이 지나 파란 달빛 아래에서 케빈에게 위로를 구하는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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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일상/book 2017. 2. 28. 00:01
대헌장은 국왕이 국민의 기득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막연히 확인한 것뿐이었다. 귀족들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기득권의 존중을 요구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봉건적 특권을 왕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이것이 유일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헌장을 기초할 때에 이 점을 성문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원문으로부터 후세 사람들은 더욱 일반적인 원칙을 뽑아낼 수가 있었다. … 따라서 대헌장의 중요성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함축성에 있다. 후대의 사람들에게 대헌장은 근대적 해석에 의한 '영국인의 자유헌장'이 될 것이고, 15세기까지는 국왕이 여러 차례 치세 중에 이 원문을 준수할 것을 서약했다. 10세기 동안이나 교황청이 유럽에서 광범위한 정치적 사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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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일상/film 2017. 2. 16. 00:08
보통 포스터에 드러난 정보나 수상내역을 확인하는 것 외에, 영화를 보기 전 트레일러나 시놉시스를 보지 않는 편이다. 가능하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먼저 파악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맨 처음 영화의 제목을 봤을 때는 당연히 영국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영화에는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마을의 풍경이 꼭 영국의 풍경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맨체스터"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많은 축구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의 어느 도시가 아니라, 미국의 뉴햄프셔 주에 위치한 바닷마을이다. 말투도 미국식, 등장하는 지명(미네통카, 퀸시 등등)도 모두 미국 지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라는 고유명사가 지니는 힘 때문인지, 고즈넉한 마을의 풍경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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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사원을 바라보는 방법일상/book 2017. 2. 11. 22:19
모든 힌두 사원 내에 있는 지성소(태실)는 동굴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성소는 하나같이 작고 어두우며 자연광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성소의 벽면도 육중하기만 할 뿐 아무런 장식이 없다. 이런 환경 속에 안치된 신상이나 상징물을 향해 나가가는 것은 빛에서 어둠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제한된 공간으로, 넓은 장소에서 협소한 장소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는 복잡한 시각적 경험에서 단순한 시각적 경험으로 옮겨가게 하는데, 신자들은 그런 체험을 통해 신성한 힘이 사원의 중심인 '동굴' 또는 사원의 '자궁'으로 집약되어 증폭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힌두교적 상상력은 이 상승의 축과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연결해 다양한 연관 관계를 제공한다. 깨달음을 향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