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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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Zur Heimat)일상/film 2017. 4. 13. 14:55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이후로 이렇게 오금이 저리는 오랜만이다. 스릴러물이라 그런 게 아니고, "소재" 때문에 그렇다. 에서는 펠리페 페팃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조셉 고든 레빗이 쌍둥이 빌딩 꼭대기를 외줄타기하는 연기를 한다;;; 이게 연출된 장면이라는 것도 알고, 실제 횡단에 성공했다는 것도 아는데, 외줄타기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왜 손에서 땀이 나던지... 이 영화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패전국이 된 독일로부터 차출된 소년병들은 덴마크의 서해안에 매설된 지뢰를 해체하는 작업에 동원된다. 이 영화는 그 임무를 담당한 13명의 소년병 소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지뢰'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보니 긴장상태로 영화를 봤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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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일상/film 2017. 4. 10. 22:51
원제는 . 감독은 이란 출신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이력이 좀 특이하다. 이란의 체제 비판으로 여러 차례 정치적 망명을 한 인물로, 더 이상 이란으로 되돌아갈래야 되돌아갈 수 없는 이란출신의 감독이다. 또한 이 영화의 배경으로 보자면 조금은 생소한 조지아(또는 그루지야라고도 알려진)를 무대로 삼고 있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낀 이 나라의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은 사뭇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2010년 아랍의 봄, 특히 숙청당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특히 제목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듯 독재자의 말로를 풀어내는 영화인데,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의 서사에서 '종교적인 내용'은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분쟁보다는 독재자에 의한 비정상적 통치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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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일상/book 2017. 4. 9. 19:32
진화는 복잡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 것처럼,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도 아니다. 적응이 동물들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선사하는 것 같지만, 동물이 환경에 안성맞춤으로 재단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은 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지질변화, 그리고 끊임없는 침식은 진화의 방향을 변화시킨다. 이런 불안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자연은 완벽히 효율적이지 않으며 늘 어딘가 미진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비근한 예로, 인간의 충수(맹장)과 맹점과 사랑니를 들 수 있다. 신피질이 없는 동물도 의식을 할 수 있다면, 신피질이 의식의 전제조건이라는 개념은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의식이 없다는 주장도 근거를 잃게 된다. 에모리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로리 마리노는 이렇게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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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일상/film 2017. 3. 31. 00:08
분노/드라마/이상일/에피소드 A (치바) : 마키(와타나베 켄),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에피소드 B (오키나와) :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 이즈미(히로세 스즈),에피소드 C (도쿄) : 유마(츠마부키 사토시), 나오토(아야노 고)/142 '분노'라는 감정을 일본영화가 어떤 느낌으로 표현할지 궁금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아직까지 일본사회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희노애락(喜怒哀樂) 가운데 '노(怒)'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움'을 내려놓는 감정이다. 물론 그것도 인간이 자연히 느끼는 감정의 일부지만 말이다. 여하간 그런 감정을 일본영화가 어떻게 그려낼지가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물론이고, 특히 두 여배우의 연기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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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살인(드러나는 이데아 篇)일상/book 2017. 3. 28. 15:46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순전히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인터넷에서였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여기에 "난징 대학살"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국의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을 종종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난징 대학살"을 언급했을지 궁금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꽤 여럿 읽었는데, 우선 원서로 읽기에 무난하다는 이유가 컸다. 일본어를 까먹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일 년에 한 권 정도는 원서를 읽으려고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서는 서점에서 구하기도 쉽다. 또 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라고 하니,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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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괴물일상/film 2017. 3. 25. 22:30
요즈음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아서 이것저것 물색하다가, 아예 색다른 영화를 보기로 했다. 프랑코포니 영화제에서 상영중인 작품 가운데 IMDb에서 평점이 괜찮은 영화를 고르다 낙찰된 것이 . 원제는 다. 프랑스어 "Ciel"은 우리말로 '하늘'인데 영어제목의 경우 특이하게 라고 번역해서 '하늘'이라는 뜻의 'Sky'보다 종교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하늘(天)'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러니까 가령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라고 표현할 때 '하늘'은 '종교적'의미라기보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뜻한다. 그에 비해 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하늘(Le ciel이든 Heaven)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의미를 지닌, 그러니까 쉽게 말해 '천국'을 뜻한다. 이 영화는 최근 개봉한 또 다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