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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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의 일기: 카페 레 되 마고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4. 00:08
# 아침에 눈을 뜨고 우중충한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면서 기분이 언짢아졌다.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점심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 도착한지 두 번째 일요일이다. 도서관도 문을 닫고 학생식당도 문을 닫고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점심을 어떻게 할 지부터가 문제였다. 이미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어딜 가도 카페든, 비스트로든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뾰족한 방법도 없어서 일단은 밖으로 나섰다. #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 이게 왜 ‘되’로 발음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혀진 것 같다)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크로탕 치즈에 샐러드가 곁들여진 간단한 메뉴로 카푸치노를 함께 시켰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박경리의 『토지』를 읽었다.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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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의 일기: 몽마르트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2. 19:59
# 파리의 겨울밤은 길기 때문에 따로 창문의 블라인드를 칠 필요가 없다. 이곳에 도착한 뒤로 늘 일찍 잠이 들었다가 어제는 자정이 되어 잠을 청했다. 그래도 새벽 여섯 시 경이 되니 몸에 벤 리듬대로 눈이 떠졌다. (물론 그리곤 다시 잠들었다.) 새벽 여섯 시쯤 창문밖을 바라보면 새벽 하늘이 보인다. 낡은 식탁보를 레드와인이 적신 것처럼 잿빛과 진분홍이 오묘하게 섞인 빛깔이다.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하늘을 보면서 오늘 날씨는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 주말이 되면 식사를 해결하는 문제가 아직까지 난감하다. 무프타흐 시장에서 간단히 팬케이크와 카푸치노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왔다. 교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관계로 토요일인 오늘 오후 5시에 도서관을 닫는다는 안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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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의 일기: 옷 두 벌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2. 00:49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뭔가 놓친 행정업무가 없나 번뜩 정신이 든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가능하면 오전 중에 이런저런 행정업무들을 매듭지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어제 요청해둔 학생증의 결제기능 미인식 문제, 도서관 출입은 의외로 당일에 처리가 완료됐다. 다만 가장 중요한 수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 확인을 해둬야 할 것이 있어 늦지 않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 은행업무를 보고 왔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한국과 비교한다면 한참 걸려도 매우 한참 걸렸다. 이곳은 라탕 지구이고 유학생이 많은 만큼 영어로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지만—정확히는 영어로 개설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담당자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프랑스어로 말을 걸어왔고 그 길로 프랑스어로 계좌 개설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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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의 일기: 샤틀레-레 알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1. 03:48
# 화요일 수업 이후로 어제와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 다음 주부터 다시 여러 수업을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할 일이 없어서 카페 생메다르에 와 있다. 아침에는 잠시 국제처에 들러서 카드에서 작동하지 않는 결제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의하고(벌써 세 번째 직접 이야기하는데 매번 조치하겠다고 하고 감감무소식이다.)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 가능하면 도서관에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지만, 학교 안에서도 도서관은 별도의 등록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곧장 등록절차를 밟았다. 그래도 2~3일은 걸린다는데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다음주 언젠가 아마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도 어제부로 수강신청 문제와 인터넷 연결 등 굵직한 문제들이 해결되서 한결 마음은 편하다. 오늘은 소시에테 제네랄에 약속(r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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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의 일기: 비 오는 도시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19. 21:51
#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 와이파이 라우터를 연결하려던 작업은 오전 열 시에 시작해서 오후 세 시가 넘어서 끝났다. 아주 간단한 인터넷 연결 문제로 반나절 가까이 흘렀다. 이곳 겨울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오늘은 어제보다도 날이 더 흐리다. 흐린 날씨가 내 기분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오늘처럼 수업이 없는 날은 마레 지구로 나가 전시도 보고 사진도 찍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날씨가 흐려서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지난 한 주 동안 온갖 행정업무로 인해 메일만 수십 통을 쓰고 이쪽저쪽 사무실을 오갔더니 몸살 기운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 간신히 인터넷 처리를 마치고 카페 델마에 머무르며 컴퓨터로 일도 보고 책도 읽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에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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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의 일기: 몽수히 공원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19. 02:08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파리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이른 일정인 것 같다. 파리에 지난 수요일에 도착했으니 화요일인 오늘은 파리에 온 지 꼭 일주일이 된다. 아직 어두운 거리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14구로 향했다. 아침에는 간단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 주제는 노동시장에 관한 것으로,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노동력의 특성, 고용계약 시스템, 인센티브의 효과 등을 짧은 시간에 다뤘다. TB 교수는 프랑스어 억양이 매우 강해서 그의 영어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용자와 피고용인 일방에 의한 자유로운 계약 해지가 가능한 영미식 고용관계와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 고용자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대륙유럽식 고용관계는 각각 장단점을 지닌다. 고용계약 종료가 쉬운 영미권의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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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의 일기: 파리 신드롬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17. 22:09
# 간밤에 부슬비가 와서 도로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지만 무얼 해야 할지는 아무것도 모르겠는 날이, 그 날이 드디어 왔다. 아침나절 내내 학업 준비와 관련된 행정처리에 매달려 있었다. 예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보았는데, 한쪽에서는 독일어로 열심히 떠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프랑스어로 열심히 떠든다. 이들의 대화가 갈수록 열성적이든 어떻든 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이곳에 와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있는데도 오늘은 유달리 피곤하다. 기숙사에 돌아와 잠시 한숨을 돌리고 수업이 열리는 주된 장소인 14구로 향했다.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마다 답변 내용이 다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기도 해서, 어렵사리 교수와의 면담을 잡았다. 아직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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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의 일기: 몽주 광장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16. 19:29
이곳의 행정은 매우 더디고 비효율적이고 복잡하다. 간단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 동일한 문의를 반복해야 한다. 그 절차 또한 정형화된 것이 아니다. 여행온 것이 아니라 학업을 하러 온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참 답답하다. 프랑스어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들에게 내가 처한 상황(내일이 개강인데 수강신청을 하나도 하지 못한 상황)을 이야기하니, 법학을 공부하는 한 이탈리아 친구는 완전히 공감한다고 말한다. 이번이 두 번째 학기인 그도 똑같은 상황을 경험했다고. 이탈리아의 행정절차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아는데, 그런 그가 내게 공감을 표하는 걸 위안 삼아야 하는 상황이다. # 전날 저녁까지 거르고 잠들었기 때문에 이른 아침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주말에는 학생식당도 닫는다. 내가 향한 곳은 무프타흐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