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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의 일기: 카페 레 되 마고Vᵉ arrondissement de Paris/Janvier 2022. 1. 24. 00:08
Crottin chaud sur pain poilâne et salade verte deux Magots
# 아침에 눈을 뜨고 우중충한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면서 기분이 언짢아졌다.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점심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 도착한지 두 번째 일요일이다. 도서관도 문을 닫고 학생식당도 문을 닫고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점심을 어떻게 할 지부터가 문제였다. 이미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어딜 가도 카페든, 비스트로든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뾰족한 방법도 없어서 일단은 밖으로 나섰다.Musée du Louvre Act de Triomphe du Carrousel
#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 이게 왜 ‘되’로 발음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혀진 것 같다)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크로탕 치즈에 샐러드가 곁들여진 간단한 메뉴로 카푸치노를 함께 시켰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박경리의 『토지』를 읽었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생긴 카페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싸서 카푸치노 한 잔이 8유로였다. (그래도 맛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홀가분하게 올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곧장 바로 옆 파리 대학으로 향했다. 2월부터 듣는 수업 하나가 이곳에서 진행되어서 위치도 확인해둘 겸. 바로 맞은 편으로는 파리정치대학 건물이 보였다. (파리정치대학 건물은 생제르맹 거리를 사이에 두고 한 동이 더 있다) 그리고 길 너머로는 센느 강이 바로 바라다보여서 강변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변으로 향하다보니 커다란 성채가 보이길래 센느 강을 건넜다. 오른편으로 파빌리옹 몰리에르(Pavillion Molière)라는 글귀가 보이자 여기가 루브르 박물관인가, 하는 순간 모퉁이를 지나면서 예의 피라미드가 나타난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다.
카루셀 광장을 빙 둘러서 카루셀 개선문을 지나고 정원을 가로질렀다. 원래는 퐁 후아얄(Pont Royal)에서 다시 건너왔던 지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레오폴드 세다르 셍고르 인도교까지 나아가 보기로 했다. 에펠탑이 이전보다 더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이제 강 건너로 보이는 것은 오르셰 미술관이었다. 오랜 이야기를 간직한 건축물이 많을 수록, 너무나 당연하게 이들도 옛것을 잘 지켜나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때로는 낡아 보였던 것들도 긴 세월이 층화된 하나의 거대한 서사(敍事)라고 생각하니 풍경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하스파이 대로(Bd Raspail)에서 아싸스 가(Rue d’Assas)로 접어들어 뤽상부르 공원 방면으로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길로 곧장 기숙사로 되돌아 왔다. 아무래도 어제보다는 추운 날씨임이 분명하다.Musée d'Orsay # 시작과 동시에 끝을 생각한다. 이곳에 온 지 열 하고도 이틀이 되었을 뿐인데,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와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 의 차이와 같다. 항상 끝을 염두에 두다 보면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기에는 인생이야말로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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